▲ 최덕수 목사일산현산교회담임

교회는 목회자가 가진 신학이 드러나는 장이니만큼, 교회 소개를 하기에 앞서 필자의 신앙이력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20대 후반까지 고신교단에 속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였고 S.F.C. 협동간사와 예수전도단(YWAM) 간사로 사역하였다. 그 후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로 합동신학교에서 신학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공부를 시작하면서 곧 바로 개혁주의 신학에 심취하게 되었다.


개혁주의 신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가면서 서구 개혁교회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었고 어느 날부터는 개혁신학에 기초한 교회를 이루고 싶은 소망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10년 동안 부교역자로 사역했던 교회를 사임하고 2000년 11월 초에 마침내 일산 탄현동에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다. 나는 교회 개척 초기부터 ‘현산교회는 개혁교회를 표방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개혁교회’란 단순히 개혁주의 신학을 선언적인 차원에서 표방하는 교회가 아니라 ‘개혁주의 신학에 기초한 개혁교회의 틀을 가진 교회’를 의미한다.


이런 개혁교회의 틀을 갖추기 위해 신앙고백을 생략하거나 설교 시간은 줄이면서도 찬양 시간을 많이 가지는 현대화된 예배 형태를 지양하고 전통적인 장로교회 예배순서를 따랐다. 설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한 책을 강해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간혹 어려운 본문이 나올 때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였고 얼마 동안은 본문을 여기 저기 선택해서 설교 해 보기도 했지만, 순서대로 강해하는 방식이 가장 좋은 설교 방식이라는 생각에서 지금까지 한 책을 연속해서 강해하는 방식으로 설교해 오고 있다.


예배 때는 일반 찬송가와 함께 시편 찬송을 부른다. 젊은 시절 나는 복음송을 작곡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찬양인도를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개혁주의 신학과 개혁교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복음 찬송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스코틀랜드 시편 찬송가를 접하면서 시편 찬송이 하나님의 속성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찬송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시편 찬송을 부른 지 8년 정도 지난 지금에 와서는 모든 성도들이 시편 찬송을 좋아한다. 나는 경건한 정서를 함양하기 위해서는 시편 찬송과 같은 좋은 찬송을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교회에는 찬양대가 있지만, 우리 교회에는 찬양대가 없다. 나는 평소 돈을 주면서까지 솔리스트와 연주자들을 데려오는 것과 음악에 은사를 가진 몇몇 사람들만 따로 찬양을 하는 것은 찬양을 회중들에게 돌려주었던 종교개혁 정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회중 찬송을 인도하고 돕기 위한 목적으로 찬양대가 조직되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교회는 높은 수준의 찬송을 부르기 위해서 교인 전체를 대상으로 찬양 연습을 하기도 하고 특별 행사를 위해 소그룹 별로 찬양 시간을 갖기도 한다.


주일 낮 예배는 오전 11시, 밤 예배는 오후 7시에 드린다. 주일 오후예배를 고려해 본 적도 있지만, 예배에 대한 집중도나 주일성수의 측면에서 밤 예배가 좋다고 생각했기에 개척초기부터 지금까지 주일 밤 예배를 고집하고 있다. 공예배는 유년으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모두 함께 드린다. 물론 유초등부와 중고, 청년부 모임이 따로 있긴 하지만, 공예배는 기본적으로 모든 교인들이 함께 드린다. 금요기도회는 따로 갖지 않고 한국교회 전통에 따라 수요일날 기도회로 모인다. 나는 평소 교인들을 주일과 수요일 이외에 또 한 번 교회에 나오게 하는 것은 세상에서 정상적인 신자로서의 삶을 사는 일에 다소 부담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교회를 개척하면 반드시 기독교 교리를 가르쳐 보리라 생각했기에 개척 1년째 되는 해 부터 주일 밤예배 때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4년에 걸쳐 강해하였다. 얼마 전에는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을 구역공과로 만들어서 가르치기도 하였고, 새로 등록한 교우들에게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설교 파일을 CD로 만들어 듣게 하였다. 바른 신앙을 갖도록 하는 데는 기독교 고전을 읽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에 칼빈의 기독교강요(초판)를 비롯해서 죠나단 에드워드의 신앙감정론, 헤르방 바빙크의 개혁교의학 개요 등을 성도들과 함께 강독하였다. 또한 주로 청교도들의 책을 ‘이 달의 책’으로 추천해서 교인들로 하여금 신앙서적을 읽도록 독려하였다.


교인 등록 시에는 등록교인 서약을 하도록 하였다. 자기 마음에 맞는 교회에 등록해서 신앙생활하다가 마음에 맞지 않으면 주저 없이 떠나 버리는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만이 아니고 교인 등록이 가지고 있는 성경적인 의미를 표현하는 방편이라고 생각했기에 교인 등록 시 서약을 하도록 하였다. 정기 심방은 1년 한 번 실시하는데, 하루에 한 가정씩 3-4시간 정도를 할애해서 심방(心房)한다. 부교역자로 사역했을 때 하루 9-10가정까지 심방한 적이 있었는데, 3-40분 정도의 시간만으로는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듣거나 제대로 된 신앙지도를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왔었기에 나는 주로 저녁 시간에 하루 한 가정씩, 온 가족들을 대상으로 심방하였다.


세례 문답 시에는 분명한 신앙고백이 있는지의 여부를 몇 질문들을 통해서 확인하며, 미흡하다 판단될 경우에는 세례 받는 것을 미루도록 하였다. 그러다 보니 두세 번 당회문답을 통과하지 못한 분들이 재교육을 거쳐 6개월 혹은 1년 후에 세례를 받는 일도 생겨났다. 성찬은 일 년에 여섯 번(짝수 날 둘째 주일마다) 실시한다. 신학교를 졸업하였음에도 성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나는 개혁주의 신앙고백서에 나오는 성찬에 관한 부분을 찾아 읽으면서 성찬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나갔고 그 내용들을 성찬식이 있는 주일에 설교하였다.


나는 서구 개혁교회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직접 경험하지도 못했고 신학교에서 배우지도 못했다. 그래서 개혁교회의 예배형식이나 성례의 시행과 같은 정보들을 책이나 인터넷, 그리고 서구 개혁교회를 목회하고 출석한 분들의 글과 증언과 같은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 얻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현산교회가 엄밀한 형태의 개혁교회의 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혹 내가 개혁교회가 무엇인지 직접 경험했다 하더라도 한국적 상황 속에서는 엄밀한 형태의 개혁교회를 이루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교회가 느슨한 형태의 개혁교회의 모습을 가졌음에도 개척초기부터 상당 기간 교인들로부터 “우리 교회는 왜 보편적인 교회와 같지 않는가, 교회당에 십자가가 왜 없는가? 왜 가스펠 찬송을 부르지 않는가”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 이런 때는 ‘우리 교회가 지향하는 개혁교회의 틀이 가장 보편적인 교회의 모습이라’라고 설득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까지 개혁교회를 이루어 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4년 전에는 본국에서 스코틀랜드 프리 처치(Free Church of Scotland) 교단 교회에 출석했던 한 캐나다 사람(Canadian)이 한국에 영어 강사로 와서 개혁교회를 찾다가 하나님의 세밀한 인도하심으로 우리 교회에 등록하는 일도 생겨났다. 근래에는 진지하게 신앙을 고민하는 분들이나 개혁신앙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 교회 홈페이지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보고 찾아오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은 우리교회에 출석한 후에 복음과 신자 됨의 본질을 바르게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생겨나며, 시대정신을 따르지 않고 개혁교회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교인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이다. 주일 낮예배 회집 인원에 비해 주일 밤과 수요예배 출석 인원이 적은 것, 그리고 전도와 기도에 더 열심을 내지 못하는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어떤 부분에 있어 일반적인 교회들의 수준에도 못 마친다고 판단될 때에는 부끄러운 마음 감출 길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현산교회를 이루어 오게 된 것은 이 땅에 바른교회를 세워보려는 작은 몸부림을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허물이 많은 교회요 부족한 신자들이지만 마지막 날 주께서 흠도 티도 없는 모습으로 세우시리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감히 이 글을 쓸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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