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우 박사 정무직공무원, 교수 소속미국 백악관 (정책차관보) 피츠버그대학원 철학박사 수상2008년 국제로터리 인권상 2006년 미국 루스벨트 재단 선정 127인의 공로자경력 2001~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 받은 삶을 살아 온 제가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 받아 감사하다."

시각장애인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장애위원(차관보급)을 지낸 강영우(68) 박사가 성탄절을 이틀 앞두고 지인들에게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이메일을 보냈다.


그가 성탄절에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된 것은 이달초 갑작스럽게 췌장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담석으로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할 때만 해도 이상이 없었으나 이후 추가 검진에서 췌장암이 발견됐고, '한달여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청천병력과 같은 선고가 내려졌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강 박사는 이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생애 마지막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내기 위해 지난주에는 병원에서 퇴원했다.


그러면서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강 박사는 "여러분이 저로 인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길 바란다"며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인사 드려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차분하게 인사했다.


강 박사는 "50년 전 서울 맹학교 학생이었던 저는 자원봉사자 여대생인 아내를 처음 만났다"며 "10년 뒤 그 예쁜 누나에게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며 비전이 담긴 석자 ‘석은옥’을 선물하며 프러포즈를 했다"고 아내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이어 "아내와 함께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온 지 40년이 다 되어간다"면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 속에서 우리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두 아들이 미 주류사회의 리더로서 아버지보다 훨씬 훌륭한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아들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첫 아들 진석(영어 이름 폴)씨는 30만번 이상 백내장 굴절수술을 집도해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2011년 최고 슈퍼닥터에 뽑혔으며 법률 전문지 내셔널로저널이 40세 미만 최고 법조인 40명에 포함시킨 둘째 진영(크리스토퍼)씨는 10월 미 대통령의 선임법률고문이 돼 2대째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다.


강 박사는 중학교 시절 닥친 실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의 실명을 통해 하나님은 제가 상상할 수 없는 역사들을 이뤄내셨다"고 감사해했다. 강 박사는 중학 시절 외상으로 실명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연세대 문과대를 졸업한 뒤 1972년 도미,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해 한국인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가 됐다.


강 박사는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이라고 아쉬워한 뒤 "여러분들로 인해 저의 삶이 더욱 사랑으로 충만했고 은혜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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