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신학강좌는 11월에 합신개교기념주간에 개최되는 합신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합신의 정체성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이번에는 30주년을 맞이하여 고신의 허순길 교수와 변종길 교수가 주강사로 발표를 하여 양 교단의 하나됨을 더욱 풍성히 나누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고신의 지도자들이 이 대회에 참석을 많이 하여, 잃어버린 우리의 신학 전통을 회복하기를 소망해 본다.

 

▲ 변종길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신약학
이번 정암신학강좌 분위기는 그야말로 은혜 그 자체였다. 큰 교회당을 가득 채운 가운데 시종일관 은혜가 지배하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합신 동문들의 박윤선 박사와 진리를 사랑하는 열기를 보고 놀랍고 부러웠다.

개회예배 후에 정암 박윤선 박사의 육성 설교를 테이프로 듣는 시간이 있었다. 또박 또박 있는 힘을 다해 호소하는 박윤선 박사의 설교에 우리 모두 숨을 죽이고 들었다. 진리의 음성, 참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었다. "성결함을 이루기 위해 죽도록 힘쓰자"는 말씀 앞에 모두 큰 도전을 받았다.

  

이어서 허순길 박사의 박윤선 박사의 삶과 신앙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있었다. 허순길 박사는 박윤선 박사 가정에 가정교사로 있었고, 또 3년 동안 박윤선 박사의 조교로 지내면서 가까이서 박윤선 박사를 지켜보았기 때문에 그의 삶을 생생하게 증언해 주었으며 큰 은혜가 되었다.

 

잠시 동안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두 번째 강의가 시작되었다. 필자는 이렇게 강의를 시작하였다. "박윤선 박사의 육성 설교를 듣고 나니 저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이고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박윤선 박사의 신학을 제가 논한다는 것이 주제넘은 것 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에 박윤선 박사의 복음 이해에 대해 오해와 곡해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의 시간 내내 하나님의 함께하심과 도와주심을 느낄 수 있었고, 모든 청중이 1시간  가량 진행된 강의를 숨죽여 듣고 있었다. 뿌듯한 은혜의 시간이었다. 한 10분 정도 시간이 지체되어 미안한 마음으로 강의를 마치고 내려왔다.

  

세 번째 마지막 강의는 합신의 김병훈 교수가 맡아서 했다. 시간이 계속 밀려서 예정된 시간보다 한 30분 늦게 시작하였지만 청중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또 자리를 뜨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원래 6시 30분에 끝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7시에 끝났다. 하지만 김병훈 교수의 강의는 정훈택 교수의 견해에 대해 조직신학적으로 확실하게 점검하고 평가하는 귀한 강의였다. 현재 천국은 믿음으로 들어가지만 미래 천국은 행함으로 들어간다는 견해는 중세 후기에 있었던 세미-펠라기안의 견해로서 칼빈이 강하게 비판하였다는 것을 들으면서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필자의 강의와 김 교수의 강의의 결론이 일치하는 데서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두 사람이 사전에 의논하였느냐고 웃으면서 물어보기도 했다. 필자는 성령의 역사라고 말했다.


7시에 모든 순서를 마치고 나오는데 참석자들 모두 다 얼굴에 은혜의 표정이 역력했다. 마치고 나서 그 교회당에서 저녁 식사를 제공해 주는데, 모두들 자리를 뜰 줄 모르고 수백 명이 줄을 서서 교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허순길 박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박윤선 박사는 1960년에 고신을 떠났기 때문에 박윤선 박사에게서 배운 사람들은 지금 다 은퇴했거나 천국에 가셨다. 그래서 지금 고신은 박윤선 박사를 잘 모르지만, 합신은 1988년에 박윤선 박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배우고 함께 했기 때문에 박윤선 박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래서 그 영향이 지금도 미치고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이 말씀이 참임을 실감하였다.


하여튼 오후 내내 은혜로운 시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오늘 이 강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다 이런 은혜를 가득 받고 돌아갔을 것으로 생각된다. 옛날에 한국 교회가 부흥사경회를 할 때 참석한 성도들도 이런 은혜를 받았기 때문에 멀리서 짐을 싸서 와서 며칠간 집회에 참석하고, 돌아갈 때는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은 확실히 합신 교단에 은혜와 진리가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교단이 크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은혜와 진리, 진실한 신앙이 어디에 있는지를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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