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원 36회 졸업 30주년기념 동기회    윤춘식 목사


                     고향 이상의 36회 제주도에서 동기회


졸업 시즌이다. 1982년 고신신대원 36회는 졸업했다. 동기회가 결성된 지 꼭 30주년, 그동안 이런저런 모임으로 동기회를 발전시켜 왔다. 한 때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동기들이 모여서 명맥을 유지하기도 했다. 초창기엔 테니스 그룹이 있어 동기회의 유명세에 한 몫을 가했다. 옛말대로 강산이 3번은 변함직하다. 그동안 도시의 변화와 가속도에 대해선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번 기념회엔 11가정이 부부동반 했다. 고O길, 김O곤, 박O조, 여O명, 오O욱, 오O묵, 윤O식, 장O철, 전O준, 정O헌 목사이다.


회장직은 순환제로 했으며 참석했던 동기들은 거의 한 번 씩 동기회 대표를 맡았다. 현재 회장은 오병욱 목사(천안하나교회 담임), 총무에 고명길 목사(소망의 집 요양병원장)가 추대·재임하고 있다. 전체 연락을 위해 적잖이 수고한 모습이 아름답다. 이번 제주도 기념 모임을 진행하기 전엔 동남아 여행도 계획해 보았다고 한다. 2월6일 오후 2시에 제주 공항에서 집결하기로 하고 각자 편리한 지역에서 출발했다. 일행을 안내한 여행사는 sb 관광사였다.


첫날 저녁엔 숙소에 함께 모여 그간 30년을 지내온 회상(반추)의 시간을 가졌다. 각기 교역해 온 목회생활의 반평생을 돌아보며 담화와 간증을 나눴다고 한다. 나는 둘째 날 오후에 도착했다. 일행은 2박3일 동안 sb회사가 인도하는 대로 따랐다. 어디에 무엇이 좋다는 상품에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오직 동기들이 함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즐거웠다. 하필 제주도의 날씨는 부산보다 추웠다. 눈바람이 치고 눈이 내려 쌓였다. 하지만 교회의 나들이가 아닌 부부와 친구들이 동행한 마당이니 희색이 만연했다.


둘째 날 저녁엔 호텔의 같은 장소에서 앞으로 십년을 어떻게 디자인해 갈 것인가의 비전과 전망에 대해 나누기로 했다. 동기들의 모습은 진지했다. 환경친화 학교를 건립하겠다는 전망. 건강에 관한 스토리텔링. 고난에 대한 얘기. 탈진이 회복되면 조기은퇴 후 해외선교를 떠나겠다는 포부. 교단을 위해 새롭게 일해 보겠다는 다짐. 은퇴 목사들을 위한 봉사사역들.... 한 동기는 파라과이 선교를 위해서 준비하고 있으니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딱히 목회사역뿐 아니라 여가와 취미생활, 교양과 세계 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배움 등 질 높은 토의들이 계속되었다. 2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전체 모임 후 다시 한 방에 모여 즐거운 얘기들이 계속되었다. 예처럼 제주도에서 새벽녘 잠포지움을 할 환경은 아니었다. 돌이켜보니 우리보다 먼저 천국에 부름받은 친구들도 있었다. 고 유익수, 고 이윤재 목사이다.


고신신대원 36회는 현재 32 가정이 속해 있다. 그 가운데 은퇴 3가정, 현직 교수 2가정, 해외선교사 4가정(스페인 일본 필리핀 남미), 요양병원 2가정, 그 외는 모두 목회직에 헌신하고 있다. 이쯤해서 36회 동기회를 위한 시 한 편 남기고자 한다(현장에서 쓴 낭송시).



       고향 이상의 36회


스무 살

찬바람이 스며드는 기숙사에서부터

우리가 소돔성이라 불렀던 송도 앞바다

남포동에 들러 금연석을 물으면

그때 약속의 차 한 잔 왕비다실이 있었지 


흙, 불, 공기, 물

우주를 다 뒤져도

지구촌에 오직 하나뿐 고신 36회 동기회   


가덕도 기도원 뱃길 따라 55분

무척산 산정은 이마에 흐른 땀을 닦고

새순 올라오는 칡넝쿨을 찾으러

기도 시간을 잃어버렸던 추억의 발자국들 보이네 


그래, 

동방박사 세 사람을 모셨던

행복했던 아침 교실이 있었지 

페르시아 낙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으나

사시장철 

코람데오 코람데오 하며 울었던 새(Dr.Oh)가 있었네 


암남동 34번지 보금자리엔

아시아의 워필드들이

때마다 일마다 하나님께 경배드렸지  

서필의 리듬에 고신의 인재는 길러졌지  


더러는 목회자로

더러는 타국 선교사로

더러는 교수로

      

사는 집 걷는 땅

불러주는 이름표만 다를 뿐

7년을 한결같이  

한 솥에 먹고 마셨던  

우리는 36회


오늘 눈바람 일어나

머리카락 희끗한 제주에서

졸업 30주년 기념일을 마주한다


과거 현재가 한데 모여

미래로 밀어붙이는

열정의 미소에 추위도 잊고서


허전한 고향보다

더 진한 향수를 달래어 본다

그래서 36회는 고향 그 이상이다

     


나는 이번 30주년 기념동기회에서 열매 맺고 있는 3가지 가치를 보았다. 첫째, 동기 회장과 총무의 무조건적 헌신을 들 수 있겠다. 이들에겐 조건이 없다. 두 목사의 순수하고 부담없는 마음을 보았다. 둘째, 차기부턴 작은 규약을 하나 만들어서 매년 어느 때 모일 것인지를 미리 짚어보는 동기회 표준을 만들기로 했다. 셋째, 이번 30주년 모임을 통해서 고신 동기회의 재발견이 이뤄졌다. 그것은 무조건적 사랑이며 우애였다. 차기엔 독도나 백두산에서 의미 있는 기도회를 함께 가지기로 다짐했다. 서울에 도착하니 날이 맑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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