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 교사, 생활지도에 대해 길을 잃다

▲ 박숙영 분당 수내중 교사 좋은교사운동 교육실천위원장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통해 학생을 처벌하지만, 학생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처벌에 대해 분노하고 교사에게 더 반항적이거나 교실에 돌아가 피해자를 더욱 괴롭힌다. 그래서 피해자는 폭력상황에 대해 알리는 것을 꺼려하게 된다. 그리고 피해자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또 다른 가해자로 변신한다. 이러한 이유로 학생들은 피해발생 시에 교사에게 알리기를 꺼려하고, 교사에게 알리더라도 적절하지 않은 개입이 되어 버려서 사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의 잘못에 대해 체벌을 대신하기 위한 상벌점제(그린마일리지)가 있는데, 학생들에게 잘못에 대한 책임을 가르치기 보다는 벌을 피하는 요령을 가르치게 되는 비교육적인 결과들이 나타난다. 교육자 입장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에 대해 사랑으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하면 온정주의라느니, 폭력을 덮으려고 하는 직무유기라고 비난을 받는다. 폭력에 대해 처벌중심으로 대처하기에도 한계가 있으며, 무조건 사랑과 용서로 대처하는 온정주의적 접근에도 한계가 있다. 지금 학교현장의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길을 잃어버렸다.


처벌중심과 온정주의를 넘어선 회복으로

 학교폭력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논하기 전에,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돌아보고 싶다.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와 인간과 인간의 막힌 담을 헐기 위해 이 땅에서 고난의 십자가 지기를 거부하지 않으셨던 평화의 왕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정체성이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 났나니 저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주셨으니”(고후 5:18)


하나님은 우리를 화평케하는 자로 부르셨다. 교실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하루도 갈등이 없는 날이 없다. 아이들에게 갈등이 있다는 것은 성장하고 있다는 건강한 신호 중의 하나이다. 기독교사는 학생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교육적으로 전환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야 한다.

 

학급에서 일어났던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다. 사회성이 부족한 한 여학생을 놀리는 것에 재미를 들이기 시작한 남학생이 있었다. 그 남학생의 놀림은 조금씩 심해지기 시작했고 어느 날, 그 여학생이 참다못해 교사인 내게 찾아와 울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장난이 심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힘이 세어 보이고 싶어 하는 남학생이라 신경이 쓰였었다. 두 학생을 불렀다. 처음 괴롭힘을 당하던 여학생은 그 남학생을 만나는 것을 몹시 불편해 했지만, 나의 부탁으로 만남에 동의하였다. 둘을 서로 마주보게 하고나서 우선 여학생의 입장을 말하도록 했다. 평소 말이 없던 여학생이라 더욱 입을 꾹다물고 있었다. 아이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 나는 그 학생이 당했던 상황을 상기시켰고, 그 때 느낌이 어땠는지 물었다. 여학생의 얼굴이 점점 긴장되더니 분노로 변하면서 남학생을 향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내가 벌레야!” 그러면서 말문을 튼 여학생은 울면서 자신의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가해 남학생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여학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여학생은 한 참을 울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높았던 소리가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 남학생에게도 자신의 입장과 느낌을 말하도록 했다. 그때 남학생의 태도에 나는 놀랬다. 변명을 할 줄 알았던 그 남학생이 자신이 무조건 잘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남학생에게 훈계하지도 않았고, 다만 여학생의 심정을 듣게 했을 뿐이다. 남학생은 진심으로 여학생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여학생은 더 이상 그 남학생을 무서워하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았다. 그 후 교실에서 두 학생간의 긴장 관계는 보이지 않았고 왕따로 변할 뻔 했던 여학생은 다시 평온한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일의 경험은 나에게 학생들을 훈계하기 보다는 그렇게 행동하는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했고, 갈등 관계에 있는 두 학생을 오랜 시간 서로 대면하여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독교사로서의 역할은 끊어진 두 관계를 이어주고 화평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잘못에 무조건 도덕적 잣대로 심판하고 처벌하려는 응보적 태도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용서하고 봐주는 온정주의적 태도는 학생들에게 더 이상 책임감을 길러주지 못한다. 서로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피해와 아픔이 있었는지 직면했을 때, 막힌 담이 헐어지기 시작하고 관계의 회복과 상처의 회복이 일어난다.

 

이와 같이 갈등 당사자 간의 화해와 용서, 피해에 대한 책임, 그리고 두 당사자가 격리되고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로 다시 건강하게 통합되는 것을 회복적 정의라고 한다. 그리고  회복적 정의로 접근하는 학생생활교육과 훈육을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이라고 한다. 학교폭력에 대해 이제까지의 처벌중심이나 온정주의적 접근을 넘어선 회복적 접근이 기독교사로서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복을 위한 대화법과 회복적 대화모임

그러면 구체적으로 회복적 정의의 접근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대안들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몇 가지 대안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소했던 사건들이 폭력적으로 증폭되는 많은 경우의 원인이 부적절한 의사소통에 있다.   긴장되는 갈등의 순간에 우리가 적절한 의사소통(대화)만 잘 해도 폭력적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관계를 이어주고 회복하게 하는 대화방식에는 비폭력대화(NVC)가 있다. 비폭력대화는 적대감 없이, 서로의 인간성을 보는 차원에서 질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의 욕구와 상대의 욕구를 동등하게 존중하면서 양쪽이 다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비폭력대화는 서로 마음에서 주고받는 대화를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소가 있다.

 ① 관찰 : 그때 그때의 상황을 관찰로 “있는 그대로” 보고

 ② 느낌 : 그 상황에서 자신의 느낌을 포착하고,

 ③ 욕구 : 그 느낌 뒤에 있는 욕구를 찾아낸다.

 ④ 부탁 : 그리고 상대가 즐거운 마음을 들을 수 있게 부탁한다.


 학생들 간의 다툼이 일어나 교사가 이를 중재해주어야 할 상황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시키기 보다는 함께 불러서 서로의 느낌과 욕구를 살펴볼 수 있도록 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두 아이의 행동에 대해 평가하려 하지 말고, 발생한 일에 대해 어떤 느낌인지 그리고 어떤 의도(욕구)가 있었는지 묻고 대화하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의 고통을 바라보게 하고, 학생들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기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교사는 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서로의 느낌과 욕구를 찾을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질문할 수 있다.

 “그 말이나 행동이 있었을 때, 네 느낌은 어땠어?”

 “그 말이나 행동했을 때, 네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니?”

느낌과 욕구를 알아주어 공감이 일어나면 분노가 가라앉는다. 그리고 진정한 화해도 가능하게 된다.


회복적 서클1)

 회복적 서클이란 갈등은 당사자들의 문제일 뿐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공동체가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는 대화모임이다.

 

1) 이 모델은 브라질의 도미니크 바터에 의해 만들어졌다. 한국에는 2011년 12월에 소개되어 한국 회복적서클 모임이 한국적 모델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좋은교사운동에서 교사대상 워크샵을 진행하였다.

 

 

이 대화모임에는 진행자와 갈등 당사자들, 그리고 갈등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공동체 구성원이 참석한다. 진행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전 모임을 통해 참가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난다. 그리고 나서 참여 동의를 얻는다. 대화모임에서 진행자는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말할 기회를 준다. 대화방식은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한 후, 무슨 말을 들었는지 상대에게 들은 대로 말하도록 한다. 이러한 대화 방식의 반복과정을 통해 서로의 고통을 듣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판단이 되면, 모두를 위해 할 수 있는 약속이나 계획을 찾는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계획과 약속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로 인해 지금 어떤지 나누는 대화모임을 다시 하게 된다. 만약 공동체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회복적 서클의 중요한 핵심은 공동체가 문제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진다는 것이다.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 직면하게 하고 문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책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해자-피해자 대화모임2)

 형사정책연구원은 회복적 사법의 실천과 모델개발을 위해 연구를 수행해 오면서 한국의 사법현실과 사법의 적용 가능성과 필요성을 고려해 학교폭력 사건에 회복적 사법 실천 모델을 적용하는 실험연구를 수행하였다. 초기 회복적 사법의 논의 속에서 한국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뉴질랜드에서 실천된 가족회합이 적절한 모델로 고려되었고 이후 논의 및 개발과정에서 조정모델과 회합모델이 적절하게 적용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이 개발되어 실험연구가 이루어졌다. 현재 민간영역이나 서울 가정법원의 화해권고제도도 피해자-가해자 대회모임을 실천모델로 적용하고 있다.

 

2) 이 모델은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가 실천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평화감수성 교육

 학생들로 하여금 갈등을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갈등에 대해 서로 대립하고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해결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지원하는 평화적 태도를 길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평화감수성 교육과 서로를 존중하며 의사를 결정하는 학급구조와 학교구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폭력적인 학생들에게서 하나님의 형상 바라보기

 학교폭력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접하면 접할수록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커지는 게 사실이다. 또한 학교폭력 대안으로 발표되는 내용들을 보면 학생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려는 기성세대의 권위적인 오만한 태도가 드러난다. 화평케하는 자로서 교사는 이러한 입장에서 벗어 날 수 있어야 한다.

 

학생간의 폭력 상황에서 교사에게(화평케하는 자로서) 가장 힘든 것은 폭력을 가한 학생에게서 하나님의 형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폭력을 바라보는 교사는 이미 옳고 그름에 대한 확고한 판단이 서 있어서,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기 전에 훈계하거나 고쳐주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학생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하기보다는 변명하거나 저항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소통의 단절을 가져온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가해자와 피해자들에 대해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을 점검해야 한다. 만약, 학생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 학생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기도하기를 바란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언어와 폭력적 행동 뒤에는 학생들의 외침과 호소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피해학생 중 49.1%가 가해경험이 있다고 사실만 보아도, 학생들이 자신의 자기보호와 안전을 위해 거친 언어와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안전의 욕구가 비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편견과 선입견, 권위적인 태도는 상처받은 아이들을 더욱 폭력적으로 만든다. 학생들에게서 하나님의 형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기도하자. 학생들은 하나님께서 아름답고 온전하게 만드신 걸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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