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15일 서울 혜화동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이민아 영정사진을 뒤로하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션라이프] 15일 저녁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안내 전광판에 적힌 ‘고인 이민아’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삶과 죽음이 이렇게도 가까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며칠 전까지도 전화 통화를 했던 사람인데…. 영정 속 고인은 웃고 있었다. 암 투병을 하면서 부었던 얼굴, 고통스러웠던 표정은 찾을 수 없었다. 영정 속 그녀는 기품 있는 웃음을 던지면서 문상객들에게 “땅에서 하늘처럼 사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고인의 부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문상객을 맞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이 전 장관과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 온누리교회 서빙고담당 반태효 목사 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전 장관의 빨갛게 된 눈시울을 보자마자 가슴에서 와락 치솟아 올라오는 것이 있었다.


“그 아인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았어요. 마지막 가는 길에도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잖아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후에 나와 아내는 그 아이와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후회 하지 않습니다. 그 아인 참으로 ‘땅에서 하늘처럼’ 살았어요.”


이 전 장관은 딸이 마지막 순간에 너무나 행복해 했다고 말했다. 딸이 어릴 때부터 평생 제대로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그였다. 언제나 바빴다. 그러나 시한부 판정 받은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딸과 함께 이 전 장관은 그동안 못 나눴던 ‘부녀(父女)의 정’을 만끽했다.


“딸은 평소 나에게 ‘하늘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어요. 하늘 아버지를 만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서요. 한국에 돌아온 딸에게 내 카드를 주면서 ‘마음껏 쓰라’고 했어요. 딸은 아버지 카드를 ‘긁는 대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서 웃었어요. 그러면서 하늘 아버지도 ‘긁는 대로’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옆에서 침통하게 앉아있던 소 목사는 “고인은 짧지만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가셨습니다. 장관님, 마음을 굳게 잡고 하늘 소망 간직하면서 사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추모 예배에서 반 목사가 설교했다. “고인은 에녹과 같이 이 땅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다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보다 더 행복한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고인은 이 땅에서 하늘처럼 살면서 ‘땅끝의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었던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그 고귀한 사랑을 이어갑시다.”


도처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 전 장관과 부인 강인숙 전 건국대 교수는 추모예배 내내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예배가 끝나자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았던 강 전 교수가 오열하기 시작했다. 소설가 서영은 선생 등도 따라 울면서 위로했다.


문상을 마치고 나오면서 “하늘 아버지를 만나면 됩니다. 그 아버지 하나님을 만난 이후 제 인생의 매일은 기적의 연속이었습니다.”라고 말했던 고인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민아 목사. 이 땅에서 하늘처럼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사람의 이름이다. (출처 국민일보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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