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김윤하 목사의 작품이다.

내 마음의 빈 의자. 김윤하 목사


언제 부터인가 나이가 나에게 말을 합니다.

외롭다고 하기도 하고 쓸쓸하다고 하면서 바람을 통해서 파도를 통해서 말을 합니다. 섬에서 자란 나로서는 자주 바다가 고프고 파도가 그리워 찾아가야만 마음이 안정이 될 때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의 소리보다 더 그리워지는 것이 자연의 소리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언제 부터인가 감성이 나에게 말을 합니다.

가슴이 아프고 아리면 들꽃이 쓸어내리기도 하고 따뜻한 햇살의 만짐이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늙어 가면서 한 송이 꽃에 빠지고 초록색 바다에 미쳐 버리는 듯한 사진의 열정이 나를 편안케 합니다. "드볼작"의 "신세계 교향곡"를 들으면서 울었던 옛날보다 일몰을 바라보며 우는 마음이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언제 부터인가 냄새가 나에게 말을 합니다.

어머니의 가슴 냄새가 무거운 나의 짐을 내려 놓게 하고, 아내의 땀 내음이 더 가까이 다가오곤 합니다. 후각이 무디어 져도 아직은 커피 한잔의 향내만은 구분하면서 끓이는 기쁨을 누립니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기와 함께 바다 냄새를 맡으며,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언덕위에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셨습니다.


밀라노의 아침 카페

제주도 극동 방송에서 애월 쪽으로 조금 더 가면 "밀라노의 아침"이라는 "길까페"가 있고 그 앞에 멋스런 위의 의자가 있습니다. 늙은이가 주책 부리기에는 사치스럽지도 않고 멋있는 장소입니다. 커피 한잔과 의자의 조화가 어쩌면 내 마음의 빈 의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 내 마음의 의자에 와 주었으면 하는 그리움일 것도 같습니다.


비바람을 맞으며 기나긴 세월을 기다리는 의자처럼 내 마음에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리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하였던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싶습니다. 못내 아쉬운 그리움들이 어느 듯 순간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내 마음에 의자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예수님의 의자만으로 온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늙어 가면서 깨달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웃의 의자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밀라노의 아침" 이라는 "길까페"에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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