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채 목사 향상교회 담임 코닷운영위원장
해묵은 종교인의 납세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런 논란이 있을 때마다 기독교가 괜한 오해를 받으며 욕을 먹고 있어서 마음이 괴롭다. 한국교회는 세금문제 말고도 그동안 교회세습, 금권선거, 돈이나 성(性)과 관련된 목사들의 스캔들 등의 문제들로 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아왔다.


요즈음은 비난을 넘어 분노와 증오를 쏟아내고 있고, 기독교 타도를 외치는 젊은이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한, 이 세금문제가 교회 안에서 설왕설래 되는 것이 참 안타깝다. 이런 것 하나 가지고 목사들이 머뭇거리면 정말 수준 낮은 집단이기주의자들로 비치고 말 것이다.


목사도 세금을 내야할 이유들은 매우 단순하다.

첫째는 소득이 있음으로 세금을 내는 것이다. 사례금은 소득이 아니라고 우겨보았자 다른 사람들은 물론 자기 양심까지도 말끔하게 설득하기 힘들다. 목사도 교회로부터 사례금을 받아서 먹고 살고, 자녀들 교육하고, 남을 도우기도 한다. 말하자면 사례금의 용처가 다른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다.


둘째는 국민의 의무인 납세를 하지 않으면 목사는 사회안전망에서 열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위 4대 보험(국민연금, 의료, 산재, 고용)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목사는 교회를 사면하면 생존을 위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 큰 교회야 그렇지 않겠지만 작은 교회들은 사면하는 목사에게 생계 대책을 세워줄 수 있을만한 아무런 힘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듣기로는 사실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종교인들에게도 세금을 부과하려고 준비를 했다가 포기했는데, 그 이유가 종교인들의 반발도 문제지만 그 반발을 무릅쓰고 과세를 해보았자 재정적으로는 도리어 정부의 손해가 더 크다는 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납세를 할 만한 목사들은 교회종사자들 전체의 약 10%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종사자를 다 합하면 약 20만 명이 넘는다는데 그 중에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사람은 약 2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같이 시무하는 교역자들과 직원들이 모두 세금을 내고 있는데 담임목사 외에는 세금이 매우 적다. 그리고 그것마저 연말 정산 때 다 돌려받기 때문에 세무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행정상 거추장스럽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필자의 경우도 연간 납세액이 몇 백 만 원 정도가 되는데, 그 중에서 거의 반은 연말 정산 때 돌려받고 있다.


목사도 납세를 해야 할 세 번째 이유는, 대사회적인 입장에서 떳떳할 수 있고 그래야 복음 전도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중히 여겨야 할 것은 복음 전도이다. 어떤 이유로라도 전도의 문이 닫히거나 좁아지면 안 된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성전의 주인이시지만 사람들의 오해[실족]를 피하기 위해서 제자를 시켜 세금을 내게 하셨다.


“예수께서 먼저 이르시되 시몬아 네 생각은 어떠하냐 세상 임금들이 누구에게 관세와 국세를 받느냐 자기 아들에게냐 타인에게냐 베드로가 이르되 타인에게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그렇다면 아들들은 세를 면하리라 그러나 우리가 그들이 실족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네가 바다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오르는 고기를 가져 입을 열면 돈 한 세겔을 얻을 것이니 가져다가 나와 너를 위하여 주라 하시니라”(마 17:25-27)


그런데 목사들을 포함한 많은 종교인들이 납세 문제에 반대하는 제일 큰 이유는 종교단체의 재정이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인 것 같다. 국가가 종교단체의 재정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고, 이것은 장차 종교단체들에까지도 세금을 부과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친 우려인 것은 종교를 말살하려는 정부가 아닌 한 천하에 이런 무지막지한 정부가 생겨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좋은 점은 종교단체의 재정관리가 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개입하여 종교단체의 재정을 간섭하기 때문이 아니라 종사자들이 세금을 내게 되면 교회의 재정이 좀 더 객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재정이 깨끗하고 정직하게 이루어진다면 누가 들여다보아도 문제될 것이 없고, 또 그래야 교회 안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의혹이 해소되어 교회의 도덕적 권위가 제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속해있는 바른교회아카데미에서는 건강한 교회의 세 가지 요건으로 “그리스도의 주되심, 민주적인 행정, 투명한 재정”을 들고 있다. 이 세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질 수 있다면 교회의 건강성은 크게 제고되고, 교회는 영적인 권위와 큰 능력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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