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용원 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장로회신학대학 대학원 고려신학대학원 고신대학교 대학원 신학석사 스위스 쮜리히 대학교 대학원 실천신학 신학박사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장
4.11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금년은 총선과 함께 대선까지 함께 있는 해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금년의 양대 선거가 앞으로의 4-5년을 이끌고 갈 일꾼들을 선택한다는 점과 함께 그 동안 우리가 몸으로 체험하였던 보수와 진보 정권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치발전에 중요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중요한 선거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내용을 좁혀서 평범한 한 기독교인으로 어떠한 자세로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 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고자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과 판단력에 대한 지속적인 교회의 교육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1. 4.11 총선의 의미와 중요성

흔히 투표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본다.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이다. 일반적으로 회고적 투표는 정부나 여당의 공과를 평가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전망적 투표는 미래적 안목으로 정당이나 정책을 평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총선의 경우는 회고적 투표의 경향이 강하고, 대선의 경우에는 전망적 투표의 경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총선은 정부 여당의 경우에는 대단히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를 치룰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당명을 바꿀 정도로 민심을 잡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극우정당의 모습을 탈피하고 MB정부와의 차이성을 강조하는 등의 노력을 더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한동안 과반수 의석을 내어줄 만큼 불리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였으나 후보공천의 과정에서는 오히려 많은 지지를 받아내 다시 그 지지율이 회복된 상황에 있다. 그러나 야권연대의 성사와 함께 보수 세력의 분열 조짐은 이번 선거에 다시 큰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번 총선은 단순히 MB정부의 평가의 차원을 벗어나, 지금까지 이어져온 보수정권들과 진보정권들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방송토론의 활성화 등을 통하여 정책선거를 강조함으로써 과거지향적인 투표와 미래지향적인 투표가 어느 정도 균형을 잡는 일이 가능할 것이고, 젊은 유권자들의 폭넓은 선거참여를 통하여 한 단계 성숙한 정치발전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2. 기독교인의 사회정치적 책임

예수님이 우리를 향하여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기독교인들이 이 사회에서 감당해야할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이 사회 속에서 정치적 책임도 잘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가 우리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기능이 된 것은 정치가 교육, 경제, 가정생활 등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가 제 기능을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경우 개개인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영향력은 사회의 약자나 주변인들에게 더 크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서 기독교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된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가장 좋은 기회는 선거를 통한 것이다. 물론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인을 후원하거나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나 대의민주주의 제도에서 선거는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가장 중요한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루소는 “자유로운 시간은 선거하는 시간 외에는 없다.”고 할 정도로 선거를 중요시하였다.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되돌아온다는 뜻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몸담고 있는 교회는 이런 점에서 중요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 기독교교육학자 메리 보이스(Mary Boys)는 교회교육의 두 가지 관심 영역을 제자직(discipleship)과 시민직(citizenship)으로 묘사한 일이 있다. 교회는 설교와 다양한 가르침을 통하여 신자가 사회에서 감당해야할 일정한 몫의 책임에 대해서, 그리고 제자직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체득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3. 바람직한 선거

바른 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점이 항상 강조된다. 그것은 참여선거, 공명선거, 정책선거이다. 


1) 참여선거

유권자의 선거참여는 참으로 중요하다. 가능하면 기권하지 말아야 한다. 혹자는 ‘기권도 정치비판이자 자기 의견의 표시’라고 말한다. 물론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내린 고뇌의 결단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자신의 모든 권리를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백지위임한 것이 되므로 의식 있는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태도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대부분의 권리포기는 불이익이 자기 자신에게 국한되지만 선거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 인해 초래되는 불이익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미칠 소지가 있다.


기권은 ‘나하나 쯤’ 하는 자기비하 내지는 냉소의식에서 비롯된 잘못된 정치의식이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이해가 가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내가 투표를 하지 않을수록 당선자의 대표성이 약화될뿐더러 더욱 무능한 후보가 당선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선거는 이상형을 뽑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사람 중에서 선택하는 작업이다. 최선이 없을 때는 차선을, 차선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가장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기독교인은 투표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성경이 가르치는 공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선거에 참여하는 일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선거의 특징인 보통선거와 평등선거권의 확립을 위해서 피흘리는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2) 공명선거

공명선거란 좁은 의미로는 ‘선거법이 지켜지는 선거’, 즉 준법선거를 의미하며, 넓은 의미로는 ‘선거과정과 그 결과가 국민의 의사와 일치하는 선거’를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후보자에게 균등한 경쟁이 보장되고,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며, 유권자는 스스로의 뜻에 따라 후보자를 선택하여 투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선거관리기관은 선거질서가 공정하게 유지되도록 하여 유권자의 선택이 왜곡됨이 없이 정확하게 표현되도록 하여 선거결과에 대해 누구든지 승복할 수 있는 선거를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선거에서 부정적인 선거문화를 조성하고 공명선거를 저해한 요인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겠다. (1) 정당의 비민주적 운영 및 후보자 공천에서의 문제점, (2) 정당이나 후보자의 선거법 경시풍조, (3) 금권선거, 즉 금품살포 등 유권자 매수행위, 유권자의 금품요구 행위, (4) 정당의 외곽조직 등의 탈법적 선거운동행위, (5) 특정 정당 및 후보자에 대한 흑색선전이나 상호비방, (6) 고질적인 지역연고주의 등이다.


공명선거를 강조해야 하는 이유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된 선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할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도 국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선거로 인한 피해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 정치적인 면에서 보면 당선자의 정통성 확보가 안 되므로 국민의 동의나 지지를 기반으로 해야 할 정책도 국민의 신임 대신 힘이나 강압으로 이루어 갈 수밖에 없게 된다.  부끄럽게 승리한 사람일수록 편파적인 인사정책을 쓰거나 여론 조작 등으로 강압정치를 이끌 가능성이 많다. 경제적으로는 막대한 자금 살포로 통화팽창 유발, 물가 상승, 서민의 가계 압박, 산업자금의 정치자금화로 투자위축과 수출 경쟁력 저하, 국민경제의 혼란, 정치자금을 제공한 개인이나 기업에게 주는 특혜 등으로 국가안정과 사회질서의 혼란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정경유착 및 ‘받았으니 봐줘야 한다’는 부패구조, 매표행위로 인한 배금주의 조장, 법의 경시풍조, 가치기준의 혼란이 온다. 교육적으로는 어린 세대나 청소년들이 이런 모습을 그대로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투표 참여뿐만 아니라 바르고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후보자들이 도덕성을 회복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며, 잘못된 일에 대한 정당한 분노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3) 정책선거

바람직한 선거는 정책선거이다. 이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당과 후보자들이 제시한 공약을 면밀히 검토해야한다. 이 일은 개인으로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 일을 위해서는 방송토론이나 객관적으로 비교를 가능케 해 주는 자료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의원활동을 한 사람들의 경우는 그들이 내세웠던 공약을 어느 정도 이행했는지를 보여주는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서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탕발림식, 선심성 공약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공약(公約)들은 거의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거의 전부이다. 제시한 공약이 현실적인지 아닌지를 혼자서 평가하기보다는 공론화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4. 올바른 선택의 기준

유권자들은 바른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돈을 뿌리거나 불법, 탈법선거운동을 하는 행위를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지역주의를 탈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도덕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유능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 아닐까? 진실하지 않은 유능성은 더 큰 잘못을 범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사람이 다 완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능력도 큰 자산 중에 속한다. 동시에 후보자의 이념적 성향, 역사의식 등의 가치관, 공약의 실현가능성과 수행능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후보자가 걸어 온 과거의 경력과 성취, 그리고 그가 제시한 정책을 바로 알기 위해서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할 만한 시민단체의 보고서, 방송토론, 생각이 있는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기독교인은 반드시 기독교인을 뽑아야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옳은 생각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독인이라고 정치를 더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온 역사가 이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현실의 교회정치나 최근에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연합기관이 보여준 실례는 이를 충분히 증명해 주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에게는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생각하면서 투표하는 경향이 많다. 소위 지역주의나 연고주의가 이와 깊이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기독교라는 간판을 이용하여 자신의 유익이나 교회에 돌아올 대가를 기대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다. 교회는 이익공동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기독교인임을 고려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그가 참으로 기독교적 정신으로 가득 차 있으며, 정치의 영역을 하나님의 말씀을 기초로 변혁시켜 나갈 수 있는 사람인가를 물어야 한다. 


5. 맺는말: 기도와 실천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들이 선출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을 위한 지혜를 허락해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온갖 부정한 것들이 힘을 쓰지 못하도록 기도해야 한다. 정치의 영역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이 드러나며, 하나님을 불순종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모든 것들이 하나님 순종의 방향으로 돌아설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모든 신자들이 제자직의 수행과 함께 참된 시민직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더 많은 건전한 시민운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기도하면서 실천해야 한다. 교회는 정의와 공의를 기초한 진정한 샬롬을 이 땅에 심는 일에 앞장서야하기 때문이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아모스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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