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설교는 설익은 밥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유명한 설교자가 자기는 설교준비를 이렇게 한다고 했습니다. 설교할 본문을 결정한 후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그 본문을 혼자 묵상합니다. 그때 한 가지 성경만을 읽지 않고 원어, 영어, 여러 한글 번역 성경을 읽습니다. 이때는 본문에 대한 다른 참고서들은 읽지 않습니다. 그렇게 혼자 묵상한 다음 목요일부터 본문과 관련된 여러 책들을 참고하며 설교준비를 계속합니다. 그리고 나서 금요일 오후, 늦어도 토요일 아침까지 설교원고 작성을 마칩니다. 토요일 오후에는 준비한 설교를 완전히 소화시키도록 노력합니다. 그 설교자의 글을 읽고 나도 그때부터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제약으로 언제나 그렇게 하지는 못합니다. 내게 설교준비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설교준비 시간이 모자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의 설교는 충분히 익히지 못한 밥과 같습니다. 종종 “뜸을 좀 더 들였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설교가 됩니다.


나의 설교는 볼링게임 같다고 생각합니다. 볼링게임은 마루 끝에 세워놓은 삼각형 모양으로 된 10개의 핀을 넘어뜨리는 경기입니다. 한번에 10개를 넘어뜨리는 것이 1차 목표인데, 그렇게 하려면 4번과 5번 핀 사이에 정확하게 공을 던지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쉬운 경기인데,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볼러(bowler)가 조금만 힘을 많이 주든지, 적게 주어 던지면 여지없이 목표지점을 벗어나고 맙니다. 초보자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랫동안 한 경력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설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도사로서 처음 설교를 한 이후 지금 36년이 지났습니다. 보통 어떤 일에 10년을 종사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말합니다만, 나는 여전히 초보자 같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조금만 예민하면 그날의 설교는 뜻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설교가 어려운 작업인지, 내가 둔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둘 다 맞는 말일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매주일 설교할 때마다 초보운전자와 같은 긴장을 하고 있습니다.


나의 설교는 5병2어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 이름 ‘오병욱’과 ‘오병이어’는 앞의 두 글자가 같습니다. 그래서 나의 별명은 ‘오병이어’입니다. 물론 내 스스로 붙인 별명입니다. ‘오병이어’는 벳새다 광야에서 한 아이가 가진 보잘 것 없는 양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손에서 그 양식은 5천 명을 배불리 먹이고도 12광주리가 남은 기적의 음식이 되었습니다. 나의 설교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내 손에 있었을 때는 너무나도 보잘 것 없어서, 아무에게도 들려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실재로 나는 지나간 나의 설교를 듣거나, 원고를 다시 보지 않습니다. 너무도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그런 설교를 사용해 주십니다. 그런 부족한 설교를 듣고 성도들이 배부르게 하십니다. 그것은 또 하나의 기적입니다. 나의 설교가 좋은 것이 아니고, 못난 설교를 그렇게 만드시는 주님이 위대하신 것입니다. 주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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