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벌이기 전에 회개해야

▲ 정주채 목사 60주년기념대회에서 발제
우리가 교단 설립60주년을 맞으면서 지난날들을 회고하고, 현재를 냉철히 반성하며,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선진들로부터 유형무형의 귀한 유산들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현실을 바라보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역대기를 기록한 선지자들은 왕들의 생애를 평가하면서 대부분 “그의 조상 다윗과 같지 아니하고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였는데, 그분들이 60주년을 맞이한 우리를 바라보면 동일한 평가를 내리지 않을까 싶다.


오늘 우리는 60주년을 단순히 60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로 막연한 감사의 축제를 벌일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Coram Deo)” 두렵고 떨림으로 서야 한다. 우리가 우리 조상들과 같이 온전한 믿음으로 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한탄하고, 머리를 땅에 대고 우리의 악한 행실과 죄를 참회해야 할 것이다.


Ⅰ. 고신교회의 가시적인 현황과 평가

고신총회는 교회수로서는 군소교단에 속하나 교회 3대 사역인 교육, 선교, 의료(복지)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직영기관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 강점이다. 교회와 직영기관의 현황은 아래와 같다.


1. 고신교회의 현황


1)교회와 교인 및 직원 수(2012,4,1현재)

교 회 수

1,741개

목 사 수

3,021명

세례교인수

255,971명

시무장로수

3,745명

전체교인수

466,379명

강도사수

452명


2)학교와 병원, 선교센터

기관/내용

부 지

건 물

학생/병상

전임교수/의사

고려신학대학원

33,345평

9,158평

약400명

16명

고신대학교

74,391평

14,034평(의대 외)

약3,600명

90명(의대 외)

복음병원

13,818평

20,468평

976병상

전문의 150명, 수련의 150명

총회선교센터

1,774평

1,353평

369명(선교사)

 


2. 평가

위와 같은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축돼 있으나 이를 이끄는 교단설립정신의 약화로 그 동안 경영상의 차질과 어려움을 많이 겪어왔고, 미래 전망은 밝지 못하다.


특히 한국교회의 성장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그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는데, 고신교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교회성장은 멈춘 상태이다. 고려신학대학원은 매년 120-13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으나 교회성장이 멈춘 상태라 무임교역자의 수가 늘고 있다. 고신대학교는 고교졸업생수의 전반적인 감소의 영향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교원수와 재정상의 부족으로 인해 교육당국으로부터 부실한 학교로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총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없으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복음병원은 김해복음병원 문제 등으로 오래 동안 큰 소요를 겪으면서 경영주체인 교단지도자들의 저급한 도덕성이 드러남과 동시에 재정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현재 경영상의 재정수지는 회복 중에 있으나 설립정신이나 목적은 활자로만 남아있는 상태이며, 교회가 직영하는 병원이지만 일반 병원들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해외선교 분야에서는 계속 발전하고 있고 행정도 비교적 잘 정돈돼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선교사지원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후원 교회들은 정체돼 있어 선교부흥이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선교사들의 질적인 저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Ⅱ. 고신교회의 영적인 실상과 평가

한국교회는 가시적으로나 불가시적으로나 전반적인 타락과 쇠퇴를 경험하고 있다. 대형교회들의 담임목사직 세습과 교회연합기관의 수장이 되기 위한 금권선거에다 이름 있는 목사들이 저지른 도덕적 대형 사고들로 인해 교회의 거룩성이 크게 추락하면서 교회는 쇠락의 급경사에 들어서 있다. 교인들 특히 수많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고, 더러는 안티 크리스천으로 전락하였으며, 불신자들은 교회를 조롱하고,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신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일제 시에 신사참배로 허물어진 교회를 재건하고 쇄신하는 일에 앞장섰던 고신교회가 지금은 타 교단 교회들과 아무런 차별이 없는 교회가 되고 말았다. 누군가의 표현한 대로 "세속화의 철로를 급행열차로 달리고 있느냐, 아니면 완행열차로 달리고 있느냐의 차이"일 뿐인 것 같다.


1. 고신정신의 상실

고신정신이란 해방 후 교회쇄신운동을 주도했던 지도자들과 당시 고신교회들이 가졌던 신앙적인 특색과 내적인 확신, 그리고 거기서 나왔던 정신적인 힘을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초기 고신운동의 강력한 시대정신은 신사참배 곧 우상숭배에 대한 회개운동,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행정과 치리에 공의를 세우기 위한 투쟁, 그리고 하나님중심 말씀중심의 철저한 신본주의 신앙의 확립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물량주의 우상숭배와 명예와 권세를 추구하는 인본주의, 그리고 공의를 추구하기보다 교파와 계파라는 세속적 정치의식에 함몰되어 있는 한국교회의 보편적 타락현상에 함께 휩쓸려 있는 상황이다.


2. 고신의 모토 "코람 데오"의 실종

고신정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코람데오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고신운동을 이끌었던 신앙선배들이 내걸었던 슬로건이고 모토였다. 우리 모두가 언제나 하나님의 존전에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정직하게 행하고, 경건하게 살고자 했던 모토이다.


하나님은 무소부재하신 분이시다. 모든 진리가 그러하듯 이 진리 역시 교리책에 씌여 있는 진리가 아니라 성도들의 생활 속에서 고백되어야 할 살아있는 진리이다. 교회, 가정, 학교, 회사, 시장… 그 어디로 가든지 우리는 하나님을 떠날 수 없고 그 눈을 피할 수 없다는 신앙고백이 바로 "코람 데오"이다.


그런데 지금은 개인, 교회, 학교, 교회정치 등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위선과 외식과 거짓이 공공연히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0년여 어간에 있었던 몇몇 사건들은 이런 우리의 실상이 어떠한가를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대형 사건들은 어쩌다가 발생한 우연한 일이 아니라 전반적인 타락이 현실적으로 분출된 사건들이다. 몸의 이곳저곳에 부스럼이 나는 것은 몸이 오염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1) 김해복음병원의 도산 과정에서 드러난 부패상

김해복음병원은 1981년에 부채 6억 원과 함께 인수한 병원이다. 그러나 10년 만에 부채가 72억 원으로 불어났고, 다시 10년 만(2001년)에 180억 원으로 불어나는 등 주인 없는 부실경영이 계속되었다. 이때까지도 김해복음병원은 본원(송도복음병원)으로부터 의료진(의사와 간호사)의 인적지원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엄청난 부채를 지게 된 것에 대해서는 단순히 경영부실의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이었다. 곧 탈법, 무법, 비윤리성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였다. 단적인 예로 장부에도 없는 부외부채가 100억 원이 넘어있었다. 당시 김해복음병원의 이런 실상을 어느 정도라도 들여다보았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흔들었을 정도였다.


이런 부실한 경영과 거기에 개재된 도덕적 타락이 최초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복음병원 경영진단 팀에 의해서였다. 총회는 1998년에 복음병원의 경영을 진단키로 결의하였고 경영진단 팀을 구성하여 파견하였던 것이다. 경영진단 보고를 받은 총회는 김해복음병원을 “조속히 매각 처리하기로” 두 번이나 결의하고 확인까지 하였으나 이는 시행되지 아니하였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보수파와 개혁파로 분열되는 갈등과 혼란을 겪었으며, 당시 이사회는 총회의 결의를 불복하고 본원과의 합병을 추진함으로써 혼란을 자초하여 합법적인 처리의 기회를 잃고 말았다.


결국 이사회는 채권자들 - 주로 개인 사채권자들 - 을 보호하려하다가 오히려 부도가 나게 되었고, 김해복음병원은 해체․도산되고 말았다. 이후 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고, 책임지고 수습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그 도산의 잔재와 여파는 지금까지도 총회의 문제로 남아있다.


(2) 고려신학대학원의 입학시험부정사건

고려신학대학원 배지에는 Coram Deo가 새겨져 있다. 우리가 재학 중일 때만 해도 시험시간이 되면 교수님들은 시험지를 돌린 후 칠판에다 “Coram Deo”를 써놓고 나갔다. 무감독시험이었다. 그런데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자랑스러워했던 무감독시험은 끝났다. 무감독시험이 오히려 학생들을 시험에 들게 만든다고 해서 폐지되었다.


그러더니 그런 학교에서 근년에는 입학시험부정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모 교수에 의해 저질러진 이 사건은 교회의 영적인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신학대학원에서 일어난 일이라 김해복음병원의 도산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일은 사건 그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교수들의 대립과 총회지도자들의 갈등이었다. 이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교회지도자들의 영적 분별력과 도덕성이 얼마나 혼미한 상태에 있었는지가 나타났다. 많은 지도자들이 정치적 파벌적 시각으로 이 사건을 보았고, 따라서 총회가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결국 세상 법정에 가서야 결말이 났다.


지금은 한국교회를 치리하는 사람들은 목사와 장로가 아니고 법원의 판사들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교회나 총회에서, 그리고 신자 상호간에 불법적인 일이 발생했을 때 이를 최종 판결하여 하나님의 공의를 세우는 일을 교회가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곧 당사자들이나 교회 안에 있는 기관들이 교회의 판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나 교회문제를 쉽게 세상 법정으로 가져간다. 이미 교회가 교회를 신뢰하지 않으며, 교회지도자들까지도 정직함은 물론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3) 교회 정치와 행정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의와 부도덕성

한국교회의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타락상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교회는 성장주의에 빠져서 영혼 구원하여 제자 삼는 대 사명을 잊어버리고 교회당을 높이 짓고 사람을 많이 모아 유명해지는 바벨탑운동으로 전락하고 있다. 교회직분은 헌신과 희생이 아니라 명예와 권세가 되고 있으며, 심지어 많은 지도자들은 맘몬주의에 빠져있다. 따라서 교회 안에서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며 그리스도의 주되심(the Lordship)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근년에 와서 성과 재정 문제 등으로 목회자들의 스캔들이 증가하고 있고, 교회 안의 재정 사고와 헌금 낭비도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문서위조와 공공연한 거짓말 등으로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의 눈만 속일 수 있으면 하나님의 눈은 의식하지 않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거기다 도덕적 불감증이 보편화 되어 회개와 쇄신운동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 고신교회도 이런 보편적 타락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단지 규모의 크고 작음의 차이일 뿐이다. 고신이 가진 대표적인 영적 유산인 코람 데오의 정신은 현재 거의 고갈 상태에 있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라도 전 교회적인 회개운동으로 진정한 부흥을 일으키지 못하다면 한국교회 안에서의 고신교회의 존재가치는 소멸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코람데오”는 무너진 성벽에 새겨진 유적처럼 남아 박물관에나 보존되고 말 것인지!


3. 바벨론 유수 시절

고신교회 역사에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조상들의 유업이며 총회의 직영기관들인 고려신학교와 고신대학교, 그리고 복음병원이 불신자들이 포함된 관선이사회의 손에 넘겨졌던 일이다. 이는 우리 고신역사에 뿐 아니라 한국교회역사에 수치로 기록된, 바벨론 유수와 같은 사건이다.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부패하고 타락함으로써 하나님의 징계를 받아 아수르와 바벨론에 의해 정복되고 포로로 잡혀갔던 치욕의 역사가 우리 가운데서도 일어난 것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았다고 온 세상이 들떠있었던 그때 고신교회는 김해복음병원 처리문제로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었다. 결국 복음병원이 부도를 내게 되자 정부 당국은 총회가 파견한 학교법인 고려학원의 임원들 - 이사 및 감사들의 승인을 취소하고 관선 이사들을 파견하였다. 이리하여 고신교회의 중추기관들이 교회의 손을 떠나 파견이사회의 손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다행히 총회산하 교회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200억 원이라는 큰 금액의 모금이 거의 이루어져 비교적 짧은 기간(4년, 2003년 4월〜2007년 3월) 안에 정부 파견이사들의 관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엄청난 일을 겪은 후에도 영적이고 실제적인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이 부끄러운 치욕의 역사도 쉽게 잊혀져가고 있다.


결언

한국교회의 상황은 예레미야의 시대와 같다. 이미 세상과 세속주의가 교회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교회지도자들이 사회지도자들보다 도덕 수준이 오히려 낮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평가이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종교적 자존심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세상의 정치 세계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의 불법적인 재물취득이나 거짓말은 국민적인 심판을 받고 있다. 기업들까지도 도덕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하물며 교회이리요.


앞으로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기본적인 도덕성이라도 확보해야 한다. 이런 도덕적 신뢰의 기반 없이는 전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선배들이 일으켰던 “믿음과 생활의 순결”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고신이 일어나 다시 개혁운동을 일으키고 교회를 쇄신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고 한국교회가 산다. 그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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