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회와 정치와의 관계가 새롭게 거론되고 있다. 곧 교회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 과거에는 주로 보수쪽에서 소극적이고 부정적이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일부 진보쪽에서 이 문제를 부정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곧 좌파 일각에서는 과거 군사독재 시대에는 침묵하거나 독재세력에 협력하던 보수교회 지도자들이 지금은 사학법 재개정 문제뿐 아니라 뉴라이트 운동이나 심지어 정권교체 운동에까지 참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주 비판적이다. 종교지도자들은 신앙과 그 신앙공동체의 본연에 충실해야지 왜 현실 정치문제에 뛰어드느냐고 말한다.

때로는 개 교회 안에서도 어떤 교인들은 “목사님이 복음에 충실한 설교나 해야지 왜 정치문제를 거론해서 예배자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느냐?”고 불평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주로 보수적인 교인들이 이런 말을 했는데, 요즘은 좌파적인 생각을 가진 교인들이 보수적인 교인들이 전에 하던 말을 그대로 하고 있다.

사실 정치와 교회의 관계는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교회가 탄생한 이후부터 계속되어 온 문제이다. 시민운동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는 박원순 변호사는 한국목회자협의회에서 주최한 “교회와 정치”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교회와 정치의 관계문제는 영원한 숙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교회와 정치에 대한 새삼스런 토론은 교회와 정치와의 관계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실제로는 몇 가지 정치적인 이슈들에 대한 우파와 좌파의 의견충돌이다. 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다르고, 앞으로 있게 될 대선에 대한 목표와 기대가 다르고, 사학법 재개정 등 몇 가지 사안들에 대한 의견이 달라서 일어나는 담론이다.

그러므로 만약 교회에서 목사가 정치문제를 거론했을 때 듣는 사람들이 자기와 의견이 같으면 목사가 마땅히 할 말을 했다고 할 것이고, 의견이 다르면 ‘왜 목사가 거룩한 설교를 세속정치문제에 이용하느냐?’고 비판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진보주의 신학은 인본주의적인 경향이 강했고, 보수주의 신학은 신본주의를 강조했다. 그러기 때문에 진보주의자들은 사회정의구현이나 정치의 민주화 등에 많은 기여를 했다. 반면에 보수주의자들은 현실문제에는 관심이 적었고, 주로 신학적인 문제, 반 복음적인 세력들에 대해 민감했다.

후자들은 정치에의 관여를 조심했다. 그리고 독재자에 대해서도 신앙적인 핍박자가 아니면 참고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신앙에 반하는 일을 강요하거나 핍박할 때는 죽음으로써 그것을 거부했다.

위 두 가지 경향이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당시 보수주의자들은 정교분리를 주장하며 일제에 항거하는 일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다가 신사참배 강요가 일어나자 순교적인 신앙으로 항거했다.

반면에 신학적 진보주의를 수용했던 사람들은 독립운동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나중에는 거의가 다 친일파로 변절했다. 인본주의란 절대성이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변화가 자유롭다.

우리는 각 자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수주의자들은 좀 더 현실적인 문제, 사회정의와 인권 문제 등, 곧 사회구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진보주의자들은 복음의 능력과 그 절대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좀 더 깊게 해야 한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거듭남 없이 하나님나라의 일꾼이 될 수 없다는 진지한 신앙고백이 앞서야 한다.

만약 우리가 정치에의 관여문제도 이런 자세로 나가면 서로 협력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심판하고 저주할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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