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 노민석 목사 울산교회 부목사
격동하는 시대의 조류 속에서 고신에 속한 많은 목회자들이 고신이라는 핵추진 항공모함에 올라 시대의 파고를 넘어서면서 각자의 사역 가운데 땀 흘리고 있다. 그간 고신교단이 설립된 후 수많은 사역자들의 헌신과 수고로 인해 고신교단이 든든히 세워져 감에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특별히 지난 6월 14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고신총회설립 60주년 기념대회를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고신을 통해 일하시고자 하는 시대적 사명을 확인하게 되어 감개무량했다. 이러한 때에 교단의 부흥과 발전에 감사함은 물론 함께 동역자 된 목사들의 청빙과 관련된 방안들을 함께 돌아보게 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고신교단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청빙에 대한 기존의 개교회적인 발상들이 달라진다면 교단은 더욱 하나 될 수 있고, 목회자들도 교단 내의 통일되고 안정된 청빙의 분위기 속에서 더욱 목회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빙(請聘)이란 “부탁하여 부른다”는 뜻이다. 보통 교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일반 사회에서는 생소한 단어인 것 같다. 대개 청빙은, 일반 직장에서 직원이나 임원을 선발하는 것과 차이가 있고, 교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분명한 선이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청빙은 일반 사회의 그것과 확연히 달라 보이지 않는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문제제기

현재의 담임목사 청빙은 마치 일반 기업의 최고 경영자를 찾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흔히들 담임목사 청빙 광고가 나가면 이력서 40-80장이 날아든다고 한다. 교회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상대적으로 훌륭한 담임목사를 청빙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부분도 무리수 내지는 엄청난 부작용이 뒤따른다. 목회를 비교적 잘 수행하고 있는 목사가 현재의 교회보다 더 괜찮아 보이는 다른 교회에 이력서를 냈다가 본 교회에 알려짐으로 인해, 현재 교회 성도들과 관계가 멀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교단에는 연평균 20명 정도의 담임목사 공석이 발생하고 있다. 3천 여 명의 목사 가운데 8백 여 명이 부목사로 사역중이라고 가정할 때, 20개 교회가 청빙 공고를 낸다면 수치상으로 봐도 한 교회당 이력서가 40여장 날아드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40 대 1, 80 대 1의 경쟁을 뚫고 담임목사로 연착륙한다면 더없는 기쁨이겠으나 한정된 담임목사의 포지션은 선택받지 못하는 목사들에게 큰 숙제를 부여한다. 다시 말해 평생 담임목사를 해 보지 못하고 은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대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개교회를 위해 봉사할 부교역자를 모시거나 담임 목사 청빙 광고를 흔히 보게 된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조회 수가 몇 백 개를 넘어서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인력시장처럼 줄만 서 있지 않을 뿐이지, 그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부교역자를 모시는 광고에는 흔히 1종 보통 운전면허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며, 담임목사의 경우 외국 신학박사나 외국어 설교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운전사나 교수를 모시는지, 목회자를 구하는지 참으로 애매한 지경이 되었다.   

경제학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작금의 우리교단 담임목사 청빙에 관련한 도식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는 실정이다. 10년 전부터 수도권에서 떠도는 루머 가운데 하나가 부천 지역 택시 기사, 대리 운전기사의 상당수가 목회 임지가 없는 목사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의 취재로 구체적인 비율(%)이 제시된 바 있어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 보인다. 다시 말해 타교단에 비해 아직은 그 심각성이 덜하지만, 우리 교단 목사들도 임지가 없는, 특별히 담임목사로 청빙 받지 못하는 문제들이 발생될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본고는 우리 교단 담임목사 청빙과 관련하여 교단 차원의 방안과 부목사 개인 차원의 방안으로 구분하여 방안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단 차원의 방안

첫째, 교단에 속한 중대형 교회부터 교단에 속한 교회의 숫자가 한정적임을 인식하고 부목사도 자신이 감당하고 있는 분야에서 정년까지 사역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출석하고 있던 교회의 담임목사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후임으로 젊은 목사가 담임으로 청빙되었다. 하지만 그 교회에 속한 모든 목사들(그들 대부분은 새로 청빙된 담임목사보다 연령이 높은 사람들이었다)이 자신의 분야에서 사역을 계속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둘째, 담임목사 은퇴 정년을 70세에서 65세로 낮추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해야 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물론 인간수명 100세 시대, 본격적인 실버 인구가 늘어나는 시대를 감안한다면 정년을 80세로 상향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후배들을 위해 결단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셋째, 교단의 은급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중대형교회 담임목사의 경우 굳이 교단이 실시중인 목회자 은급 제도와 관계없이 노년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 문제는 농어촌, 미자립, 개척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이다. 현재의 은급제도는 가입한 기간이나 액수에 따라 연금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납입한 액수는 다르지만 일정기간 이상 납입한 분들에 한해 동일한 연금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이상적인 생각이고, 적지 않은 분들의 희생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넷째, 글로벌 시대에 맞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개척에도 힘을 써야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세계 각지의 거점 도시에 한인교회를 설립하여 자립하도록 돕는다면 현지 선교는 물론 목회자 수급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고려해 볼 사안이라 생각된다.  

다섯째, 중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분립개척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뜨거운 복음의 열정으로 수많은 분들이 개척교회를 시작하지만 미자립교회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분립개척은 또 하나의 건강한 교회를 세워 나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한 교회가 분립개척 할 정도의 수준까지 성장했을 때 교회를 분립하여 부목사에게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이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교회개척이 아닐까 생각한다(이 방법은 이미 교단 내 몇 몇 교회들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목사 개인 차원의 방안

신대원시절 대부분의 목회자 후보생들이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되는 야망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작금의 추세대로라면 전체 졸업생의 10%만 담임목사로 청빙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래의 담임목사를 꿈꾸는 모든 목회자들이 한 번쯤은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아야만 할 것이다.  

첫째, 사역에 있어서 전문성을 함양해야 된다.

“한 우물을 파야 된다”는 말처럼 목회에서 있어서도 자신의 달란트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있어야 한다. 이미 찬양사역을 위한 음악목사, 상담 사역을 위한 상담목사, 교회학교를 디렉트하는 교육목사는 교회 내에서 전문적인 분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내의 모든 분야들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역이다(장례집례, 결혼주례, 환자심방, 성인들을 위한 교육(성경대학), 복지사역, 교회행정 등). 어떤 분야가 되었던 사역의 전문성을 함양하는 것이 미래목회를 준비하는 지름길이다. 

두 번째, 앞으로의 목회 방향을 설정해야 된다.

미래의 목회를 계획할 때 현재 가지고 있는 목회방법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우선 앞으로 자신이 사역할 지역과 분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개척을 염두에 둔 부목사라면 1년 정도는 자신의 사역을 위한 현장목회에 필요한 리서치를 실시해야 한다. 그 결과물을 파일로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으면 향후 자신의 사역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목회자가 어떤 목회를 할 것이냐 보다는 자신이 사역할 지역과 분야가 그 목회자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요는 개척 후에, 혹은 청빙된 뒤에 목회를 준비한다는 것은 늦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역에 대한 로드맵을 미리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글로벌 시대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글로벌한 목회를 위해서 목회자가 최소 외국어 하나 정도는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글로벌한 환경을 살아가는 현대의 목회자들은 어느 순간에 어느 나라에서 설교요청을 받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유창하게는 못해도 영어설교 한 편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함양해야 된다.

 

나가면서

아직 부목사의 신분으로 담임목사 청빙제도에 관해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적잖은 부담이 되었다. 두서없이 평소 생각했던 것들을 피력했지만 현실을 간과한 이상적인 생각들이 많이 있음을 보게 된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머지않은 장래에 발생하게 될 문제에 대해 미리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영향력 없는 자의 작은 외침이지만 목회현장에서 구체적인 변화와 대안들이 일어나게 하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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