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제기: 연간 120명의 목사가 더 필요한가?

▲ 이운연 목사 충일교회 그라티아출판사대표
신학교는 목사를 양성하는 학교이다. 당연한 얘기이다. 신학교는 교회가 앞으로 필요한 목사를 키워내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와 총회는 앞으로 필요한 목사의 수를 예측해서 학생 수를 정하고 그에 따라 학생을 모집해야 한다. 이 또한 너무 당연한 얘기이다.

지금 우리 신학대학원 입학정원이 몇 명인가? 120명이다. 일 년에 배출되는 목사의 수가 120명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 교단에 매년 120명의 목사가 필요한가? 은퇴하시는 목사님의 수가 그만큼 되는가? 교회 개척까지 합쳐서 과연 120명이 되는가?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어림도 없다. 기관 목사, 선교사 등의 수를 늘려 가면 된다는 말들을 쉽게 한다. 부목사 수가 늘어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나 되겠는가? 이 모든 수요를 다 합쳐서 과연 우리 교단이 연간 120명의 목사가 더 필요한가?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들도 한다. 정말 우리가 통일을 간절히 원하고 있을까? 이 또한 신학대학원 정원이 과다하다는 비판에 대한 반론으로는 옹색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너무 많다는 답 밖에 더 있는가? 그러면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 120명의 목사가 매년 필요한 건 아니라고 하면서 왜 목사후보를 120명씩 배출하는가? 우리 신학대학원은 교단 직영 신학교가 아닌가? 다시 말해서 교단의 학교이다. 교단이 요구하는 신학을 가르쳐야 하고, 교단이 위탁한 수만큼의 강도사를 키워내야 한다. 그렇다면 신학교 교수회와 총회가 이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를 해서 신학생의 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120명이라는 과연 이런 논의를 거쳐 나왔는지 모르겠다. 필자의 짐작으로는 지금의 50%도 많지 않을까 싶다.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를 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신학대학원생을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

필자가 속한 전남동부노회는 2010년, 제60회 총회에 신대원 정원 50%감축안을 상정했다. 당장 50%로 줄이자고 하면 대비책을 세울 시간이 없을까 염려해서 2020년까지 10년에 걸쳐 감축하자는 안을 올렸다. 총회는 이 안을 신대원 교수회에 일임했다. 그것도 장기적인 과제로 연구하도록 맡겼다. 현재의 정원을 정한 주체가 신대원인데 이 안을 신대원으로 넘겼다. 다소 어폐가 있어 보인다. 장기가 언제까지도 명기되지 않았다. 10년 동안 연차적으로 감축하자는 안이 장기 연구과제가 되었으니 사실상 안을 폐기한 셈이 아닌가 싶다.

이 너무 당연해 보이는 주장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선 부교역자의 수급을 들 수 있다. 흔히들 강도사들을 구하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신학대학원은 우선 일 시킬 수 있는 부교역자를 양성하는 기관이 아니다. 우선 부교역자를 쓰고 나면 3년 후에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부목사를 거쳐서 다 담임목사가 되어야 한다. 고려신학대학원은 다음 세대, 우리의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먹여 생명으로 이끌어야 하는 말씀의 사역자를 양성하는 선지학교가 아닌가?

더 큰 문제는 재정이다. 학생 수를 줄이면 재정 수입원이 줄어든다. 다시 말하면 교단의 신학교인 고려신학대학원이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는 정도가 너무 크다는 말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앞서 강조했듯이 고려신학대학원은 우리 교단의 신학교이다. 그러니 입학정원 결정 뿐 아니라, 신학교의 운영을 교단이 제대로 책임을 져야 한다. 입학정원을 줄이면 당연히 교회가 더 많은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이런 주장이 현실과 거리가 멀까? 우리의 교회는, 우리 교단은 지금 그 정도의 역량과 의식이 모자랄까? 우선 먹기에 곶감이 달다는 식으로 우선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넘쳐나는 목사를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마치면서

부목사로 은퇴하는 목사가 있다고 한다. 아직 우리 교단의 일은 아니라고 말할 일이 아니다. 경기도의 택시기사 중 30%가 목사라는 소리도 풍문이라고, 사실이 아닐 거라고 믿자. 그렇다 하더라도 이게 과연 먼 나라의 얘기들일까? 잠시만 생각하면 나올 답을 가지고 우길 일인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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