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희찬 목사 마산제일교회
1. 대통령 선거일이 곧 다가오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온통 여기에 쏠리고 있다. 교인도 마찬가지이고 목사들도 모이면 대선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이렇게도 온 국민이, 교인이든 아니든 또 목사들도 모이면 하는 이야기,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목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2. ‘목사와 선거’라는 주제를 떠올리는 순간 선거법을 위반하여 유죄 선고를 받은 감리교단의 대형 교회 000 목사가 생각이 난다. 그는 설교 시간에, "붉은 용의 세력과 친북 좌파세력을 막기 위해서는 좌우간 차떼기당이든 부동산 투기당이든 간에 예수님 잘 믿는 장로, 하나님 사랑하시는 장로가 당선되도록 기도하자"라고 말한 것이 교회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판단, 유죄를 선고받았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08. 2. 15. 선고 2007고합388 판결).

 

따라서 목사가 대선과 관련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소극적으로 답한다면 000 목사처럼 설교나 기타 행위를 통해서 일단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 것이 목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좀 비참한 생각이 든다. 이 소극적인 일 외에 과연 목사가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영적인 지도자요 하나님께서 자기의 입으로서 설교자로 세우신 목사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3.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목사든 교인이든 기독교인은 정치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헌신적인 교인이라면 개인 생활에서 하나님의 계명에 순종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부의 정책과 관련해서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모순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로마서 13 4절 에 의하면 정부 역시 하나님께 순종해야 한다:

 

“그는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네게 선을 베푸는 자니라 그러나 네가 악을 행하거든 두려워하라 그가 공연히 칼을 가지지 아니하였으니 곧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악을 행하는 자에게 진노하심을 따라 보응하는 자니라.

 

만약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중립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공직자의 역할과 의미를 경시하게 되고, 또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강구할 때 어떤 사안에 대하여 정부와 협력해야 하는 문제가 대두될 시에 우리가 무력해질 수 있다.

따라서 기독교인에게 대통령 선거는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 이 선거를 통해 의를 나타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와 가치와 의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잠언 14 34절 말씀에 따라 공의로운 선택은 나라를 영화롭게 할 것이나 불의한 선택은 백성을 욕되게 할 것이다.

 

4. 따라서 목사가 하나님 나라와 의를 추구하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목사의 공적 행위 (설교와 가르침, 권면)를 통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리라 본다.

고려신학대학원의 양낙흥 교수가 일전에 청교도 목사들의 선거설교에 대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청교도들은 교회와 국가의 바른 관계 위에 서서 선거를 앞두고 어떤 지도자를 택할 것인가에 대해 즉 선한 통치자의 자질에 대해 설교하곤 하였다. 뿐만 아니라 설교를 통해 사회의 현안에 대해 비평하는가 하면 사회와 국가의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우리의 신학적 입장에 의해 목사는 이 중대한 일 앞에서 우리의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첫째 목사가 선거설교를 빌미로 자기의 정치적 성향을 설교하거나 또는 후보자에게 다른 종교에 대해 유독 기독교에 편향적인 요구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우리 교단이 채택한 8대 교회정치 원리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교회는 국가의 권력을 의지하지 아니하고 오직 국가에서 각 종교 기관의 안전을 보장하며 동일시함을 바라는 것 뿐이다.

 

둘째 사실의 언어에 기초해서 신념의 언어를 사용하면 좋겠다. 지금 이 시대는 수많은 정보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선별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혹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신념의 언어와 신앙의 언어가 목사의 설교를 통해서 나올 수 있다. 더구나 설교가 신앙을 요구하는 것이다 보니 쉽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복음의 가치에 입각하여 대통령에게서 어떤 자질을 기대하는지를 설교할 수 있을 것이다. 양낙흥 교수의 글에 의하면, 청교도 목사들은 지도자에게서 특별히 다음의 세 가지 덕목을 요구하였다: 현명함, 경건함, 그리고 정의감. 좋은 통치자는 무엇보다도 공공의 유익을 위해 통치하는 사람이어야 했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통치자들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버릴 각오까지 할 수 있어야 했고, 사치와 개인적 만족을 위해 권력을 이용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했다.

 

넷째 어떤 정책을 통해 의가 구현될 수 있는가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생명을 존중하는 정책이 있는가? 낙태, 중병환자, 안락사, 장애인, 노인에 대한 정책, 자살 등의 문제에 대해서.

-환경 정책에서.

-일자리와 교육 문제에서.

-범죄에 대한 대책, 범죄율의 감소를 위한 대책에서.

-종교 정책에서 자유, 공평이 있는가?

-북한 및 주변 국가, 세계 나라들과 협력 문제에서.

 

5. 한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 일에 목사는 선지자처럼 하나님의 입이 되어 교인과 교회를 지도하고 나아가 이 나라의 국민들에게 바른 성경적 원리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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