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목사 "우리부터 먼저 사랑의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수영 목사는 이번 사건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이성적이고 성숙한 사고와 태도 앞에서 우리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가 지난 4월 16일 버지니아공대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 미국 국민들의 차분한 반응이 지난 2002년 주한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죽은 효순이와 미선이 사건 때 나타난 우리의 반응과 너무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4월 22일 '사랑의 공동체'라는 제목의 주일설교에서 "주한미군의 훈련 중 사고로 숨진 두 여학생을 두고 얼마나 많은 군중이 밤마다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어 미군 병사가 아닌 미국 자체를 반인륜적인 범죄 국가로 몰며 반미의식을 고취하고 분출하는데 열광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겪고 한국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이성적이고 성숙한 사고와 태도 앞에서 우리 자신이 부끄러워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국민들이 버지니아공대의 총기 난사 사건은 범인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범행이었음에도 한 사람의 문제로 여기며, 한국 국민들의 불편한 심기를 오히려 달래주는 차분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이번 사건이 미국 내에서는 9·11테러 사건 이후 최대의 희생자를 낸 사건이다"며 "끔찍한 학살행위를 저지른 범인이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보복의 두려움까지 떠안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국민들 대부분은 이 사건이 한 개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고, 한국 국민 전체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죄책감을 갖거나 책임질 일도 아니고, 이 사건이 미국 내에서 인종 갈등이나 한미 관계에 악화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하게 됐다고 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과 참사를 당한 버지니아공대, 또 미국 전체에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이번 사건의 첫 번째 원인을 범인에게서 찾지 않을 수 없다"며 "분노를 바르게 다스릴 줄 몰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인이 겪은 소외감이나 좌절감이나 분노는 혼자 겪은 것도 아니며, 가장 심하게 겪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며 "언어와 역사와 문화가 다른 외국에 가서 피부 색깔이나 얼굴 모습이 다른 사람이 겪어야 하는 고충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 사건이 단지 범인 한 사람에게만 모든 책임이 돌려져야 하는 일이라 할 수는 없다며, 어디서든 그러한 비극이 재발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다 같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살피며, 그 책임을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번 참사를 통해 공동체 의식의 결여라는 사회의 문제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공동체 의식과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라는 관점에서 미국 사회는 우리 사회보다 많이 앞서 있다며, 우리가 그들을 질책할 입장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를 진정한 의미의 사랑의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 이번 참사와 같은 비극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이 목사는 마지막으로 "제2의 버지니아공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부터 먼저 사랑의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사랑, 그것만이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아픔과 슬픔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다"고 설교를 끝맺었다. (뉴스앤죠이 제공)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