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교회 입장에서 가진 기대와 우려

▲ 제인호 목사 가음정교회담임
우리 총회에서 표준주석을 발간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게 되었다. 필자가 섬기는 가음정교회의 당회는 표준주석 발간에 동참하되 구약과 신약에서 각각 한 권씩 모두 두 권의 주석을 발간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필자는 후원교회의 입장에서 총회 표준주석 발간에 대해 기대하는 것과 함께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총회 표준주석 발간에 대해 기대하는 것을 두 가지로 제시하고 싶다.

첫째, 성경 해석이 모호하거나 논쟁의 대상이 되는 본문을 다룰 때 총회 표준주석이 ‘고신 총회의 공식적 해석’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혹은 성경공부나 각종 훈련 시에 “이 본문에 대해서(혹은 이 주제에 대해서) 우리 총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뭘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적이 더러 있다. 한 번은 구원론과 관련하여 알미니안 쪽의 입장을 지지하는 신학교 동기 한 명이 필자를 찾아와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가 자신의 신학적 견해를 밝히기 위해 택한 본문들 가운데는 그의 견해를 지지해 주는 듯한 인상을 주는 본문도 있었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이 본문에 대한 우리 총회의 공식 해석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지적인 호기심이 왕성한 성도들로부터 다소 난해한 성경 본문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필자는 총회 표준주석이 바로 이런 생각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둘째, 총회 표준주석이 성경을 이해하고 해석함에 있어서 설교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편차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는 필자를 포함한 13명의 교역자들이 섬기고 있는데, 교역자들이 설교할 때 본문 해석과 관련해서 “저건 이상한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간혹 있다. 본문 해석이 잘못 되면 적용도 성경 본문이 말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월터 카이저가 말한 것처럼 ‘근거 없는 은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빈번하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얼마나 강하게 나타나는지는 설교자에 따라 다르다. 우리 교회 교역자들뿐만 아니라 총회에 속한 모든 설교자들이 성경 이해와 해석에 있어서 다 동일한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교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그 편차를 최소화 시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필자는 총회 표준주석이 바로 이런 역할을 감당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총회 표준주석 발간과 관련하여 우려되는 것도 몇 가지 있다.

첫째, 표준주석의 주석으로서의 수준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시중에는 이미 좋은 주석이 많이 출판되어 있다. 총회 표준주석이 많은 목회자들과 교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이러한 주석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첫 번째와 연관이 있는데, 과연 우리 총회 내에 그만한 수준의 주석을 집필할 만큼 좋은 신학자들이 충분히 있는가의 문제이다. 필자 개인의 생각으로는 총회 표준주석을 집필할 정도가 되려면 해당 본문에 대한 충분한 식견을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총회의 신학과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표준주석이 본문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만을 말하지 않고 오늘날의 교회와 성도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제시하려면 현 시대 상황을 영적으로 분별할 수 있는 안목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총회 표준주석이 행여 성경해석과 적용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것을 강요하는 데 이용되지 않을까 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어떤 본문과 관련해서는 우리 교단의 공식적인 입장이 필요한 때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본문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일반 주석과는 달리 ‘총회 표준주석’이라는 이름은 자칫 ‘주석의 교과서’ 같은 느낌을 줄 수 있고, 그것은 본문의 해석과 적용의 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것은 총회 표준주석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이긴 하지만….

총회 표준주석 발간에 대해서 후원교회의 입장에서 기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을 몇 가지 제시하였다. 바라기는 우려되는 점들이 지나치게 침소봉대되지 말았으면 한다. 우려되는 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회 표준주석 발간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편집부와 집필자들이 그 우려되는 점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양질의 주석을 출간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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