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유광 교수 연세대학교 북일리노이대학교(Ed.D) 고려신학대학원 미국리폼드신학대학원 미국 휘튼 대학원 현 고려신학대학원 실천신학교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교회를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말한다면 신실하고 유능한 목사를 세우는 것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하면, 하나님과 동행하는 ‘영성’(靈性), 예수님을 닮은 은혜와 진리가 충만한 ‘인격’(人格), 그리고 성경과 신학의 지식과 일반 상식, 즉 ‘지성’(知性)을 잘 갖추고, ‘목회적 소양’[素養=전문성(專門性), 설교, 교육, 대인관계, 상담, 리더십 등]을 갖춘 목사를 세우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는 열정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헌신하는 선지자적 ‘야성’(野性), 그리고 ‘건강한 신체’(身體)를 구비한 목사를 세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런 목사를 고려신학대학원(이하 신대원)에서 3년의 교육과정을 통해서 양성할 수 있는가? 가능하기도 하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이런 목사를 세우는 것을 가능케 하는 방법은 최대한 이런 조건을 구비한 사람들을 교회가 양성하고, 목사의 소명을 받은 사람을 노회가 신중하게 추천하고, 신대원이 다시 입시를 통해 엄선한 후에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이 정도의 기준을 통과한 사람이 매년 몇 명쯤 될까? 아마도 앞에서 언급한 여섯 가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1~2명 있을까 말까 할 것이고, 좀 관대하게 적용한다면 20명 정도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신대원이 매년 120명의 목사후보생들을 뽑아 3년간의 교육을 통해 이런 조건을 갖춘 목사를 세우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게 보인다. 그러나 이 목표를 포기해서는 결코 안되고, 이런 목사를 세우기 위해 신대원은 최선을 다해야 된다. 그러면 신대원 3년 과정을 어떻게 해야 최소한이라도 이런 자격을 갖춘 목사를 양성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할 일은 교회와 노회 그리고 신대원이 목사양성을 오늘과 내일의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최우선의 과업(課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격을 갖춘 목사가 부족한 이유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을 멈추고 각자에게 주어진 과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교회와 노회, 신대원의 신학생 선발 과정 

첫째로, 신대원 입학 추천의 과정을 중심으로 생각해 본다. 교회, 특별히 담임목사는 목회를 통해 세상과 구별된 신자, 곧 성숙한 그리스도인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특별히 신앙인격과 목사의 자질과 은사를 갖춘 사람들을 발견하게 될 때, 그들로 하여금 소명에 대해 기도해 보도록 지도하고 신대원에 지원하도록 권면해야 한다. 담임목사는 이 과정에서 당회원이나 교인들의 의견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그리고 담임목사는 그를 노회와 신대원에 추천할 때 그의 소명과 은사에 대해 진솔하게 평가한 추천서를 작성해야 한다. 

노회는 담임목사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 목사후보생으로서 적합 또는 부적합한 면을 찾고 합격 또는 실격 판정을 내려야 한다. 동시에 아직 목사후보생이 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정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노회 차원에서의 교육을 통해 그들의 소명과 은사를 더 분명히 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도움을 베풀어야 한다. 그 후에 입학추천을 해야 한다. 

신대원은 입학시험의 과정에서 영어, 논술처럼 신학을 공부하기 위한 능력의 유무에 큰 비중을 두고 필기시험을 통하여 학생을 선발하기 쉽다. 면접이 있기는 하지만 20분 내외의 시간에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필기시험이 그나마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의 근거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약한 자, 미련한 자, 세상에서 천하고 멸시받는 이들을 통해서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기를 기뻐하시는 분이시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담임목사는 추천서를 정확하게 기술하고 노회는 신중하게 추천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신대원은 학적인 면에서 부족함이 있는 지원자라도 담임목사와 노회의 추천을 최대한 참고하여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 

신대원 교육과정의 정비가 필요하다 

둘째로, 신대원 교육을 살펴본다. 신대원에 입학한 학생은 헌법에 의거, 전도사의 자격을 얻는다. 많은 신입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전도사로서 사역을 한다. 이것은 한국교회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장점이라면 실습을 하면서 신학을 배움으로써 동기를 부여하기가 쉬우며 현실과 직결된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단점은 실습과 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하고 다 놓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소한 신대원 1학년의 과정은 사역을 하지 못하게 하고, 신학수업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 주일에는 일반 성도들처럼 봉사하면서 목회를 배운다. 신학생이 개인적으로 가족들과 친지들 10여명을 후원자로 모아 한 사람으로부터 월 2~3만원씩 지원을 받고, 출신교회와 노회 차원에서 교회들이 협력하면 기본적인 생활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부양가족이 있을 경우에는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신대원은 성경 자체와 신학(성경신학, 교회사, 교의학, 실천신학)을 가르치는 일과 경건훈련에 가장 힘써야 한다. 신학교는 목회 또는 교회성장의 기술이나 방법도 어느 정도 가르쳐야 하겠지만, 그보다는 무엇보다도 목회의 기초가 되는 신학을 가르쳐야 한다. 그럼으로써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 교회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가르치고 인도하는 목사를 세워야 한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을 가르치기보다는 목사로서 평생 해야 할 설교와 가르침과 돌봄의 신학적 기초를 놓는 것이 신대원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신대원은 목사후보생들의 경건생활 지도를 위해 전학생 기숙사 생활과, 새벽기도, 수요기도회, 경건회 그리고 담임교수제를 시행하고 있다. 담임교수제는 한 교수가 약 30명 정도의 학생들을 맡아 개인적으로 돌보는 것을 말한다. 한 학기에 적어도 한번은 개인면담을 하면서 그들의 학업과 사역 그리고 경건생활을 돕는다. 그러나 현재 이 제도는 많은 점에서 미흡하게 운영되고 있다. 사도바울은 고린도교회를 향하여 그들에게 일만 스승이 있으나 자신은 아버지로서 그들을 돌본다고 고백했다.(고전 4:15) 필자를 비롯한 신대원 교수들이 이런 마음을 갖고 교육할 때에 영성과 지성을 겸비한 목사후보생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목사를 양성하기 위해 신대원 교수는 전공 분야의 탁월한 학식과 더불어 지속적인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경건한 삶을 살기에 힘쓰며, 학생들의 영적 아버지로서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교회를 사랑하며 한국교회와 고신교회, 하나님 나라와 세계선교에 대한 열정을 소유해야 한다. 신학과 목회의 상호연관성을 항상 의식하고 효과적인 교수방법을 모색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 이런 모든 조건을 구비한 교수를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려는 중심을 갖춘 사람이 교수가 되어야 한다. 

교회와 노회의 자세 

신학생이 사역하는 교회의 담임목사 역시 ‘고용주’(雇用主)와 같은―신학생 전도사에게 맡긴 부서의 수적성장만을 요구하는―입장이 아니라, 디모데를 양육한 사도바울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담임목사는 신학생 전도사를 사역자로서만 아니라 교회의 미래를 책임질 목사후보생으로 대해야 한다. 사역자의 사역의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역자에 대한 전인적인 돌봄과 지도를 하는 멘토(mentor)가 되어야 한다. 담임목사가 함께 사역하는 목사후보생을 ‘믿음의 아들’로 여기며 양육할 때에 교회의 내일은 밝을 것이다. 

목사양성은 노회의 중요한 책임 중 하나이다. 신대원은 총회 직영으로서 노회가 위탁하는 목사후보생의 교육을 담당한다. 노회는 이 구조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노회에 속한 목사후보생들을 보다 신실하고 유능한 목사로 세우기 위한 최종, 최고의 책임은 노회의 것이다. 노회는 담임목사의 목사후보생 양육의 책임을 측면에서 지원해야 한다. 노회(특별히 신학부)는 담임목사와 더불어 목사후보생의 개인경건과 목회훈련을 점검하고 가르쳐야 한다. 아울러 목사후보생의 신대원에서의 신학과 경건생활의 진보를 확인하고 지도해야 한다. 

목사양성이 교회(특별히 담임목사)와 노회 그리고 신대원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때에 고신교회의 미래는 희망이 가득찰 것이요, 한국교회와 세계선교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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