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원의 미래를 불투명한 고신대의 미래에다 묶을 순 없다”
지난 3월5일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원장 이·취임식이 있었다. 신임원장은 취임사에서 다음과 같은 매우 의미심장은 말을 했다.
“…신대원은 고신총회산하 교단의 직영신학교입니다. 교단의 신학을 책임지는 신학의 심장부요 사령부입니다. 그런데 1980년 제30회 총회에서 고려신학대학원을 일반대학인 고신대학 소속으로 개편하면서 이후 교단 신학교로서의 위상과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이 초래되고 있습니다. 교회의 신학교로서 신대원이 고유의 신학적 정체성을 유지하며,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속정부의 법 논리에 묶여 있는 오늘의 모순된 체제는 심각히 재고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대학이 고신이념에 충실하게 운영되어 좋은 대학으로 발전하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신대원의 미래가 대학의 불투명한 미래에 묶여 있는 오늘의 모순된 체제는 심각히 재고되어야 합니다. 이 일에 대해 신대원을 총회직영신학교로 결의한 총회가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고신교회의 미래가 보장됩니다. 신대원은 우리 홀로 운영될 기관이 아닙니다. 온 교회의 관심과 기도의 지원이 없이는 하루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신대원을 위해 전국교회가 기도해 주십시오…”
매우 당연한 말이지만 이 말이 심각하게 들리는 이유는 고신대의 구조조정을 논하면서 ‘신대원 천안캠퍼스를 팔아 고신대를 살려야 한다’라든가 심지어는 아주 엉뚱하게도 “신대원이 구조조정 제일순위”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까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산지역 목사 장로들 중 상당수는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어디서 이런 엉뚱한 발상이 나온 것일까? 우리가 듣기로는 고신대의 구조조정을 위해 컨설팅을 했는데, 그 컨설팅을 맡은 회사가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한다. 존립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지방 대학교들 중 하나인 고신대의 생존전략을 찾아 제시해야 하는 컨설팅 회사로서는 제안할만한 아이디어였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는 영적인 공동체인 교회의 특성이나 우선순위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경제논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이다.
그런데 답답한 것은 교회의 지도자들까지도 “하나님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기보다 현실적인 필요 곧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쉽게 끌려간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산상설교를 듣던 당시의 청중들에게 가장 절박한 필요는 뭘 먹고 마시느냐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당장 목숨이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런 배고픈 청중들을 향해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대학의 절박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곧 밀어닥칠 대학의 존립위기를 극복하려면 당장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이를 단행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천안 캠퍼스다. 이것을 팔아 그 돈으로 일단 재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한 뒤 구조조정을 해서 장기적인 발전을 꾀하자는 것이 대학 당국자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이런 경제논리에 일부 목사 장로들이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고 과연 대학의 구조조정이 잘 이루어지겠는가? 턱도 없는 일이다. 회사나 대학이나 구조조정은 그야말로 피나는 전쟁이다. 특히 대학이 어떤 학과를 폐지하려 할 땐 엄청난 저항이 뒤따르게 된다. 첫째는 해당 학과 교수들이 목숨을 걸 듯 저항할 것이고, 다음은 재학생들이, 그 다음은 졸업생들과 학부모들까지 들고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어느 총장이 이런 일을 하고 싶어 하겠는가?
그래도 통째로 다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어쩔 수 없이 하겠지만 일단 재정이 뒷받침되어 당장은 버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경우에서는 그 누구도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없으며 또 하지도 않는다. 만약 고신대가 살아남으려면 지금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적기이다. 재정 때문에 절박한 어려움을 당하는 지금이 적기라는 말이다. 이 어려움을 공감하면서 함께 기도해야 하고, 또 구조조정을 위해 시급히 필요한 재정은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모아야 한다. 이래야 구조조정으로 학교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다소나마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해복음병원 문제로 부도가 났을 땐 부평신학교 부지를 덜렁 팔아서 사태를 수습한다고 했지만 대관절 뭐가 해결되었나? 부도가 나기 전에 김해복음병원을 팔자고 두 번이나 결정했었다. 그러나 당시 이사회는 사채 문제 때문에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때 어렵더라도 총회 결정대로 했더라면 2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재정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고 김해복음병원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소유권은 달라졌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일에도 실패한 우리가 이제 대학이 어려우니 신대원 부지를 팔자는 말인가? 고신 설립 이후 30여년 동안 총회가 숙원하던 신대원 수도권 이전을 이룬지 15년 만에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잔 말인가? 신임 원장의 말대로 교단의 심장부인 고려신학대학원의 미래를 불투명한 고신대의 미래에다 함께 묶어 어쩌겠다는 말인가? 어렵고 혼란스러울 때일수록 역사를 돌아보며 정체성을 확인하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 (추후 계속 짚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