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교신학회 제21회 학술발표회

4월 6일(토), 한국장로교총연합회가 주최한 한국장로교신학회 제21회 학술발표회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온누리교회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발표회 주제는 “한국어 성경 번역의 초기 역사와 한국 교회”였다. 이만열 박사(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가 ‘한글어 성경 번역의 초기 역사와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이복우 박사(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신학)가 ‘「신약젼서」(1906년) 요한복음 번역의 헬라어 저본 사용 연구(요한복음 1-3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최성일 박사(한신대학교, 신학과)가 ‘로스역본이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이라는 주제로, 박용규 박사(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역사신학)가 ‘한글성경 번역․출간의 서지학적 연구(1882-1977)’라는 주제로, 조병수 박사(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신학)가 ‘「신약젼셔」(1906년) 로마서의 번역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개회예배

이 날 발표회는 1부 개회예배와 2부 발표회 순서로 진행되었다. 개회예배는 오덕교 박사(장로교신학회장,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의 인도로 진행되었고, 김성봉 박사(장로교신학회 부회장, 신반포중앙교회 담임)의 기도, 이종윤 박사(한장총, 장로교신학회 증경대표회장)의 설교, 최윤배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의 축도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종윤 박사는 요한복음 1:40-41을 가지고 설교하였다. 이 박사는 성경에서 전치사 한 개 번역에 따라 본문의 뉘앙스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면서 번역은 본문에 충실해야 한다고 전하였다. 아울러 한국교회는 장로교를 표방하지만 장로교의 본산인 유럽의 고전을 읽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신학자들이 번역 작업에 매진하여 목회자들이 양서를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기조발제: 한글어 성경 번역의 초기 역사와 한국교회

▲ 이만열 박사 제8대국사편찬위원장 숙명여대 명예교수
기조발제를 맡은 이만열 박사는 우리나라가 성경을 접촉하게 된 경위와 초기 한국 교회 시기에 성경이 교회와 조선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이 박사는 성경 번역을 통해 떠돌아다니는 말을 글로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문법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한글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예수님을 믿고 국문을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등의 보고가 있었음을 문헌을 통해 밝히며 번역되어 보급된 한글 성경이 교회 내 문맹률을 낮추는 데에 기여하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1907년 부흥운동은 성경 번역, 사경회, 기도회의 삼박자가 고루 갖추어졌기에 나타날 수 있었던 결과임을 주장하면서 먼 길도 마다않고 오던 사경회 전통 등의 노력이 한국 초기 교회 부흥에 미친 영향을 오늘날 신학자들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초기 한국 교회는 척박한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흥왕한 역사를 들어 오늘날의 말씀불감증에 걸린 세태를 비판하고 신학자들의 시대적 요청을 상기시킨 것이다.

발제 1: 로스역본이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

▲ 최성일 박사 에딘버러대학 신학부 한신대학교 교수
최 박사는 발제를 통해 존 로스가 번역한 한글 성경이 초기 한국 교회에 미친 영향을 발표하였다. 최 박사는 1960년대까지도 가장 우수한 번역 중 하나로 인정된 로스 역에 대한 평가로 운을 뗀 뒤 존 로스에 대한 연구가 그동안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언급하였다. 최 박사에 연구에 의하면 존 로스는 1) 최초로 영어로 된 한글회화책을 발간한 사람, 2) 최초로 영어로 된 한국사를 발간한 사람, 3) 최초로 한글성서를 발간한 사람이다. 최 박사는 로스 역본이 없었다면 한국 개신교의 형성기였던 1900년 이전까지의 한국인들의 신속한 복음의 수용과 교회의 급속한 팽창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개신교의 개원은 로스 역본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언더우드 등 초기 선교사가 들어와서 활동할 당시에 이미 번역된 성경을 통해 교회 성장의 동력이 자생적으로 준비되어 있었고, 선교사들은 준비된 환경 속에서 그 열매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논찬을 맡은 안상혁 박사(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는 로스 역본의 중요성을 한국인의 복음에 대한 주체적 수용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한 저자의 연구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하였다. 아울러 로스 역본과 로스의 중국 선교 경험 사이의 관련성, 로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한 로스 역본과 한국교회의 역학 관계 등이 드러나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정원래 박사(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역사신학)는 하나님의 말씀이 선교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본 발표가 잘 드러냈다고 언급하며 교회 혹은 예배 공동체는 말씀 공동체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하였다.

발제 2: 신약젼셔(1906년) 요한복음 번역의 헬라어 저본 사용연구(요한복음 1-3장을 중심으로)

▲ 이복우 박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출강
이복우 박사는 발표를 통해 1906년판 신약젼셔 요한복음 1-3장이 당시 헬라어 신약(Palmer's edition)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하였다. 이 박사는 동사(시상, 태, 법), 수와 격, 전치사 등의 문법적 문제와 확대 번역(반복, 보충 설명, 추가, 의역), 누락 번역(접속사, 관사, 주어, 목적어, 소유격 인칭대명사, 여격 인칭대명사, 전치사구, 부사, 명령어, 지시대명사, 강조 누락 및 축약), 부정확한 번역, 문장 순서 변경, 오역, 비일관성 등 표현상의 문제를 들며 논지를 폈다. 이 박사는 이것을 두고 1) 번역자회의 외국인 선교사들이 성경 헬라어에 능통하지 못했을 것, 2) 한국인 조사들이 선교사들의 지도 아래 여러 번역의 저본들을 참조하여 대부분 번역했을 것 등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이 당시 역본의 문제점들이 지금 사용하는 '개정개역'에도 상당수 그대로 남아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강택 박사(국제신학대학원, 신약신학)는 1) 성경번역은 번역의 의도에 따라 다이내믹한 번역도 있을 수 있고, 2) 문맥을 통해 의미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비판한 것은 과도하다고 논평하였다. 이강택 박사는 이복우 박사가 직역을 선호하는 것 같아 이러한 분석이 이루어진 것 같으며 「성경젼셔」의 번역 원칙에 대한 고려와 분석이 있었더라면 논문의 기여가 더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복우 박사는 이에 대해 분명한 번역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논문을 쓴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발제 3: 한글성경 번역․출간의 서지학적 연구(1882-1977)

▲ 박용규 박사 Trinity Evangelical Divinity(Ph.D.) 총신대학교 역사신학 교수
박용규 박사는 1882년부터 1977년까지의 약 100년의 기간 동안에 출간된 한글성경에 대한 서지학적 연구를 통해 복음이 전해지고 난 후 수많은 성경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밝히면서 이것은 우리 민족에 대한 하나님의 큰 은혜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박 교수는 이 연구를 위하여 영국성서공회, 미국성서공회, 대한성서공회의 서지목록과 개인소장 한글성서 소장처를 찾아가 얻은 결과 등을 취합하여 서지목록을 작성하였다. 박 교수는 연구를 통해 한글성경목록의 서지학적 과제에 대하여, 1) 선대 연구의 오류가 그대로 계승된 점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서지목록이 필요함, 2) 번역과정의 시대 구분을 통일시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번역과정을 제시할 필요가 있음, 3) 각 성경의 번역자가 누구인지를 통일성 있게 밝히는 작업이 필요함, 4) 1900년 이전 성경의 간행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함, 5) 한글성경 서지목록 항목 기준에 대한 의견 통일 등을 지적하였다. 아울러 박 교수는 1984년 리진호의 연구 이후 한글 성경에 대한 서지학적 연구가 중단되었음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연규홍 박사(한신대학교, 교회사)는 박용규 박사의 연구가 기존의 서지학적 논문들을 꼼꼼히 분석하고 연구자가 국내외 한글성서 소장처를 직접 방문하여 대조, 확인하는 등 앞으로의 연구방향과 과제를 제시한 것은 연구사적으로 큰 공헌이라고 평하였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새번역성서>와 <공동번역성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 번역에서 공인역과 사역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등을 물었다. 안교성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 역사신학)는 박용규 박사의 논문을 정리하며, 카톨릭이나 성공회의 성경번역 역사에 대한 정보 제공, 반영되지 않은 일부 학자들의 연구의 반영 등을 요청하였다. 박용규 박사는 논평자들이 지적한 내용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본인의 연구는 서지목록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진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발제 4: [신약젼셔](1906년) 로마서의 번역 고찰

▲ 조병수 박사 독일 Westfalische-Wilhelms- Universitat in Munster(Dr.theol.)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조병수 박사는 당시 성경이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 보기에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지 당시에는 최고의 번역이었음을 전제로 두고, 주로 비평 위주로 서술하게 되었다고 운을 뗀 뒤 발표를 시작하였다. 조 박사는 1906년판 「신약젼셔」 로마서 번역에 대하여 1) 복수형, 소유격 대명사, 수동태 등 그리스어 문법과 관련된 문제, 2) 같은 단어를 다양하게 번역한 것, 과잉번역(장엄체, 보충, 의역), 삭제번역, 3) 단어 및 문장순서 오류, 품사․시제․의미 오역 등을 지적하였다. 이를 통하여 조 박사는 1) 번역이 분명한 원칙을 갖고 시작되었으나 결과물은 그 원칙에 충실하지 못했음, 2) 외국인 선교사들의 높은 참여도를 기대하기 어려움, 3)「신약젼셔」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개역」을 넘어 「개정 개역」에도 이어지고 있음 등의 결론을 도출하였다.

조병수 박사의 발표에 대하여 이형일 박사(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신학)는 한글 성경이 다른 영어성경에 비해 번역의 정확도와 일관성이 떨어져 본문의 바른 주해를 위해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언급하며 조 박사의 발표가 한글 성경의 새로운 번역에 대한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철홍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신학)는 수동태와 의역에 대한 조 박사의 지적에 재고의 여지가 있음을 밝히며, 그럼에도 조 박사의 결론과 새 번역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에 동의함을 표하였다.

번역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 & 정확한 문자적 번역

발표회에서는 발제자와 논평자 간 논평과 답변 외에도 번역의 역사적 맥락 이해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박용규 교수는 당시 우리나라에 들어와 성경 번역에 참여한 선교사들은 라틴어, 헬라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언어에 능통했고, 성경 번역 과정에서 수백 번의 모임을 가졌음을 지적하였다. 성경 번역을 하기에 훌륭한 소양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선교사의 역량 및 초기 교회에서의 성경 번역을 위한 노력 등이 사료로 증명되는데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연구한 내용을 가지고 추론한 결과를 내놓아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하였다. 조병수 교수는 박 교수의 지적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본문 텍스트를 분석했을 때 지적할 사항이 많이 나온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하였다. 객석에서 나온 논의까지 종합하면, 앞으로의 성경 연구는 성경 언어 실력, 국문학 실력, 역사적 배경 이해, 인문학적 소양 등이 발휘된 연구자들의 학제 간 교류를 통해 풍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발표회는 9월 28일(토)에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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