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진단 

임지석 목사

오늘날 다변화된 이민사회의 흐름 속에서 이민교회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갈수록 새로 이민 오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고 교회의 수는 증가하는 관계로 전도 대상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새신자 전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새신자를 전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교인이 많은 교회나 적은 교회 할 것 없이 일반화되어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와중에도 어떤 교회는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이 몇 천명에 이르기도 하는 것을 본다.  가끔씩 새신자를 찾기도 하겠지만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그들 가운데 95% 이상의 절대 다수가 기성교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다른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수평으로 이동해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섬기던 교회를 떠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대체로 규모가 작은 교회를 섬기는 가운데 출석하던 교회에서 영적인 만족이나 현실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으리라고 본다.  물론 본인들의 신앙만 확실하다면 그들이 교회를 떠나는 어떠한 이유도 결코 이유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회를 떠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본인들의 영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은 먹고살기도 힘든 이민생활에 교회를 위해서 섬기고 봉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10여 년의 이민목회를 하는 가운데 자원함으로 개척교회를 섬기겠노라고 찾아오는 사람을 별로 만나본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규모가 작은 교회에서는 자신들을 너무 <바더>하기 때문에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2. 교인 수평이동의 현주소 

이러한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교회를 찾아간다.  그들은 교회를 옮기기 이전부터 이러한 교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동경하고 있었기에 우선은 사람이 많고 재정이 넉넉하며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위로를 받고자 한다.  실제로 이러한 교회에서는 막대한 조직과 물질을 동원해서 작은 교회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하나의 신앙생활에의 성취로 생각하는 가운데 이러한 교회의 현실에 도취되기도 한다.  그리고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있어서 대단한 <프라이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의 자랑은 예수님 하나로 족할진데 이러한 교회는 돈 자랑, 건물 자랑, 목사 자랑 할 것 없이 자랑거리를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몇 년 전에 어떤 성도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다.  당시 시중에 한참 뜨고있는(?) 교회가 있었는데 그 교회에 가면 많은 구락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예전에 섬기던 교회에 따라서 이처럼 여러 구락부로 나뉘어지고 있는데 실제로 점심 시간 같은 때에는 구락부끼리 모여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제법 규모가 크다는 교회를 비롯해서 작은 교회에 이르기까지 떼를 지어서 모여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교인수가 급증하는 교회들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이와 같은 교인 수평이동의 부산물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어느 교회에서 목사님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행사를 한다기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이 교회는 해마다 이런 행사를 실시한다고 하는데 여러 성도들이 이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에 좋았다.  그런데 우연히 한 테이블에 앉아서 같이 식사하며 친교를 하던 목사님이 이러한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목사님, 금년에 우리 교회에서 이 교회로 옮겨온 성도가 다섯 가정이나 됩니다.  저쪽에서 섬기고 있는 집사도 우리교회에서 헌신하던 사람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먹은 것까지도 토해내고 싶은 가슴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한쪽에서는 들어오는 교인으로 인해서 기쁨에 젖어 있는 반면에 다른 한쪽에서는 떠나는 교인으로 인해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이유 여하를 떠나서 교인의 수평이동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있는지 넉넉히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3. 다시 생각해보는 교회의 존재 목적 

이제 우리는 교회의 존재 목적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주님이 지상 각처에 지교회를 허락하신 목적이 이처럼 양떼의 수평이동을 용이하게 하는데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교인의 수평이동이 계속된다면 이 땅에 있는 모든 교회가 궁극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떼지어 몰려온다고 좋아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영혼들이 어느 교회에서 무엇 때문에 오게 되었는지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동기에서 찾아온 발걸음이라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돌려보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목회자들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훌쩍 떠나버린 교인을 생각하면서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을 조금이나마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주님은 우리에게 교회 위에 교회 없고 교회 밑에 교회가 없는 교회관을 가르쳐 주셨다.  한 목자의 눈물을 통해서 다른 목자의 웃음을 즐기실 주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큰 나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주위에 수풀도 있어야 하고 키가 작은 관목도 있어야 한다.  큰 나무들만 존재해서는 그 나무들이 온전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작은 나무의 씨를 말리면서까지 자신의 성장에만 눈이 어두워져 있는 나무라면 그도 머지않아 고사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대형교회는 주위에 소형교회가 존재함으로서 가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는 들어오는 사람들의 숫자만 세면서 즐길 것이 아니라 이웃에 있는 교회와 같이함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윈 윈>정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특별히 우리는 과거 유럽교회들이 보여주었던 말년의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유럽교회가 이처럼 대형교회 지상주의로 치닫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게 되었고 지금은 관광지라는 골동품으로 전락하게 되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4. 제안 

언젠가 L.A. 인근에 있는 한 대형교회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 교회는 주변에 있는 개척교회에 2세 교육을 감당할 사역자를 파견하는 동시에 그에 따르는 사례를 몇 년 동안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왠만한 개척교회에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 이 교회의 도움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도움을 받은 이 교회는 이에 힘을 얻어서 성공적으로 교육부를 이끌어가고 있다 하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교회가 이렇게 도움을 받게되면 도움을 주었던 교회에 있어서도 더 없는 보람이 될 것이다.  주변에 있는 교회를 도와줌으로서 교회는 교회대로 그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고 든든히 설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제는 규모가 큰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이 이러한 일에 솔선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긴급히 동의를 구하고자 한다.  “집사님, 우리 교회에서 열심히 훈련을 받았으니 이제는 이웃에 있는 교회에 가서 섬겼으면 합니다.”  이와 같이 이웃에 있는 작은 교회를 섬길 줄 아는 멋쟁이 목사님이 많이 나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전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곳 오지에도 선교사를 파송하는 마당에 이웃에 있는 교회를 돕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작은 교회에서 헌신하던 사람들이 떠날 때 받았을 교회의 아픔을 생각하면서 다시 그들을 파송할 수 있어야 한다.  큰 교회가 가지고 있는 좋은 환경과 <시스템>에 따라 훈련을 시켰으면 그들을 필요로 하는 교회에도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작은 교회에 오면 얼마든지 쓰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남아 돌아가고 있는데도 이들을 끼고만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진정으로 큰 교회라면 주님의 심장을 품고 주님의 <마인드>로 돌아가서 주변에 있는 작은 교회들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웃에 있는 교회에서 몰려오는 교인의 수평이동만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역 수평이동을 통해서 작은 교회를 돕고 나아가 주님께 기쁨을 드리는 큰 교회된 사명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지석 목사(나성세계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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