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의 신대원 지원은 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

신학교는 반드시 교회가 직영해야 한다.

신학교는 교회가 운영하는 부속기관이 아니라 교회 안에 있고 교회와 함께 있는 교회 그 자체이다. 소위 미션 스쿨이 아니라 교회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선지학교로서 교회의 심장부에 속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신학교 직영은 당연하고 필수적이다. 교회는 신학교를 신학적, 재정적, 행정적인 모든 면에서 감독하고 관리하며 지원해야 한다. 

고려신학대학원은 1964년 제14회 총회에서 직영신학교로 결정되었다. 고려신학교 총회(교회)직영은 설립 초기부터 거론되었으나 당시는 고신파 총회가 따로 없었고 하나의 장로회 총회가 있었는데 고려신학교는 총회로부터 배척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영이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그 후 고신이 총회로부터 축출되었는데 교회분열로 인한 정치적인 혼란이 계속되다가 고려신학교 설립 18년 만에야 직영 신학교가 되었다.  

이미 앞의 사설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신학교의 교회직영은 개혁주의 교회의 원리요 전통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17세기 초에 개최된 도르트 총회는 교회정치 항목에 교회가 신학교를 직영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넣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적으로 교회(총회)에 속하지 않은 사설 신학교들이 많이 있는데 이는 개혁주의 교회론에 맞지 않으며, 더욱이 교회의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신학적으로 정체가 불분명하거나 변질될 위험이 매우 크다.  

고려신학대학원의 재정지원이 복음병원의 부도로 중단되었었다.

고신총회의 직영기관으로 재정지원이 중단되는 어려움이 시작된 것은 복음병원이 부도가 나고 관선이사가 파송되는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하면서부터이다. 그전까지는 총회가 교회의 거년도 결산액의 1%를 신대원과 대학의 지원을 위한 상회비로 받아 그 중 75%는 신대원에, 25%는 대학에 지원해 왔다. 그러다가 학교재단의 부도라는 비상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이 상회비를 학교로 돌리지 못하고 빚을 갚는데 사용해왔다. 그리고 신대원은 자체적으로 모금을 하여 모자라는 재정을 충당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교법인이 정상화된 후에도 아직까지 신대원 지원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신대원에 지원키로 돼 있는 재정의 일부가 여전히 이미 청산된 옛 김해복음병원의 사채를 갚는 등 다른 일들에 유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총회의 고려신학대학원 재정지원이 즉각 정상화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복음병원이 부도가 나기 전에 해왔던 대로 경상비 결산의 1%를 상회비로 받아 그중 75%는 신대원으로, 25%는 대학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부산노회는 신대원 재정지원을 상회비로 하지 말고 달리 모금해서 하자는데?

부산노회는 총회가 상회비를 받아 신대원을 지원하는 현행의 제도를 고쳐 학교법인이 총회산하 교회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해서 신대원과 대학, 그리고 병원을 지원토록 하자는 안()을 총회에 건의하기로 결의하였다고 한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총회는 상회비와 학교법인 지원금을 구분하고, 학교법인에 속한 세 기관(신대원, 고신대, 복음병원)을 돕는 일은 모금을 통하여 한다.

2. 모금을 위하여 학교법인 안에 모금지원팀을 구성하고 그들로 하여금 총회산하 전국교회를 대상으로 모금을 한다.

3. 그 모금액의 50%는 신대원에, 30%는 대학에, 그리고 20%는 복음병원에 배분한다.

4. 학교법인 안에 있는 세 기관을 돕는 일은 사회봉사에 참여하는 가장 효율적인 길이므로 전국교회는 사회봉사(교육과 의료)에 참여하는 정신으로 긍지와 애정을 가지고 후원하는 분위기를 진작시킨다. 

부산노회가 위와 같은 제안을 하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와 동기가 있다. 첫째는 교회들의 상회비 부담이 너무 크므로 이를 줄이자는 것이다. 부산노회는 지난 총회 시에도 이를 위한 방안으로 신대원에 대한 총회의 지원금을 없애고 학교가 자발적으로 모금을 해서 재정을 충당토록 하자는 건의안을 낸 적이 있는데, 총회는 이를 부결하였다. 

둘째는 총회와 학교법인이 하나가 되어 있어 학교법인 안에 있는 어느 기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이 바로 총회의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곧 복음병원이 부도가 났는데 교단이 부도가 난 것처럼 돼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법인과 총회를 구분하자는 것인데, 이는 곧 법인에 속한 기관들의 운영을 직영체제에서 간접운영체제(부속기관들)로 전환하자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부산노회의 건의안의 문제점들

부산노회가 교회들의 상회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나 교회와 학교법인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 등은 일면 평가할만한 부분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훨씬 더 근본적이고 큰 문제점들을 야기시킨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 이 안()에는 신학교를 대학이나 병원과 같이 사회봉사를 위한 일종의 교회부속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한 내용이 들어있다. 이건 아주 심각한 인식 오류이다. 구미(歐美)의 교회들이 처음에는 신학교를 교회의 한 부분으로 알고 설립하였는데, 차츰 신학교가 교회의 지체가 아닌 사회교육기관(대학)의 한 부분으로 예속돼버렸다. 그러면서 자유주의신학과 세속화의 물결이 신학교를 휩쓸어버렸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금 이런 물결에 휩쓸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미 앞에서 대학과 병원의 교회직영이 개혁주의 교회관에 맞지 않다는 사실을 거듭 지적한 바 있다. 고신이 고려신학교를 확장하여 고신대학으로 인가를 받으면서 이 부분에 대한 심각한 논의를 간과하는 역사적인 오류를 이미 범하였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신학적인 반성은 없이 오히려 이제는 신학교마저 사회봉사기관으로 전락시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니 기각 막힐 일이다. 차제에 우리는 대학과 병원은 능력 있는 경영자들에게 맡기고 총회는 손을 떼는 획기적인 정책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로 신대원 재정지원을 상회비로 하지 말고 따로 모금을 해서 하자는 안()은 총회가 사실상 신대원 지원을 포기하고 학교당국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두 해는 어느 정도 모금이 될지 모르나 갈수록 점점 어려워지고 결국은 신대원은 사설학교처럼 되고 말 것이다. 재정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신학교를 직영하겠다는 것인가?  

또 학교법인 안에 모금지원팀을 두어 그들로 하여금 모금을 책임지도록 한다는 생각도 너무나 단견이다. 그들로 하여금 모금을 열심히 하도록 하려면 월급도 주고 그 외에도 뭔가 인센티브를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 것 없이 누가 무슨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모금을 하겠는가? 그래서 인건비를 주고 풀타임으로 일을 하게 하면 상회비로 수납하는 것보다 엄청난 소모성 경비가 따로 발생할 것이고 또 재정사고도 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더구나 모금위원들이 과연 교회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결국은 대학이나 신대원 당국자들이 모금을 위해 뛸 수밖에 없고 연구하고 가르쳐야 할 교수들이 그 일은 뒤로 하고 학교운영을 위한 모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니 본말의 전도이다. 부산노회는 대관절 신학교를 발전시키고 교회를 부흥시키자고 이런 안()을 낸 것인지, 아님 신학교를 차츰 축소시키자고 이런 안을 낸 것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  

셋째로 상회비를 줄이자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다. 부산노회의 안()에 따르면 학교법인에 속한 세 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목표를 정하고 위원들을 시켜 교회들의 참여를 독려하면 상회비로 거두는 것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상회비는 줄었을지 모르나 교회의 부담은 더 늘어나지 않겠는가? 또 모금에 내는 돈은 교회헌금이 아닌가?  

상회비를 아끼려면 먼저 중요하지 않은 소모성 경비를 줄여야 한다. 노회, 총회 상비부나 임원회의 여비부터 줄여야 하고 노회와 시찰회의 향락성 경비부터 줄여야 한다. 요즘 노회나 시찰회들 가운데는 상회비에다 자체경비까지 추가해서 받아 이 중 상당 부분을 임원들이나 시찰원들의 해외여행경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공공연한 소문이 되고 있다. 

심지어 부산노회 어느 시찰회에서는 개척교회 기금 수천만 원을 시찰원들의 여행경비로 사용하고 2년에 걸쳐 상회비로 이를 충당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이러면서 왜 신대원 지원금을 없애서 상회비를 줄이자는 희한한 주장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차제에 우리는 총회와 학교법인의 분리를 적극 검토하자고 주장한다.

우리는 부산노회가 주장하는 학교법인과 교회의 분리는 총회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데 동의한다. 부산노회의 주장 중 이 부분은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학교법인 안에는 신학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과 병원이 들어있다. 이런 법인 -대학과 병원- 을 교회가 직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신령한 일을 함에도 늘 부족한 총회가 무슨 능력으로 대학과 병원을 친히 경영한단 말인가? 노조가 총회장소를 점거하고 총회가 병원부도 때문에 200억원이라는 연보를 부채변제에 사용해야 하는 일이 또 일어나야 한단 말인가? 학교법인에서 신학교는 분리시킨 후 이를 총회가 완전 직영하고, 대학과 병원은 능력 있는 기관이나 개인에게 넘기는 혁명적인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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