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남아가 불안하다

1) 캄보디아 총선, 여당의 불안한 승리

28일 치러진 총선 결과로 인해 캄보디아가 예사롭지 않다.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정부 대변인의 말로는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CPP) 123개 의석 중 과반수를 조금 넘기는 66석을 차지하여 장기집권이 연장되었다고 한다. 반대세력인 삼랭시가 이끄는 캄보디아 구국당(CNRP) 55석을 차지했다.

 

▲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삼랭시(왼쪽),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민들(오른쪽) (출처: Phnom Penh Post)
총선은 마쳤지만, 총선을 둘러싼 캄보디아는 "부정 선거" 논란이 일면서 혼란스럽다. 총선을 통해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인한 삼랭시가 선거 부정을 비롯하여 그간 훈센 총리의 부정을 들춰내기 시작한다면 정국이 혼란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 선거가 있었던 28일 당일, 일부 도시의 시민들은 부정 선거에 항의, 소규모의 방화를 저지르며 시위를 벌였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29, 재집권에 성공한 훈센 총리의 공관과 사택 그리고 CPP 당사로 통하는 주요 도로에는 군병력이 배치되어 반대 세력의 접근 자체를 철저히 차단했다. 시민들 또한 일어날지도 모를 소요 사태에 대비하여 식료품과 휘발유 등 주요 물품들을 사재기하였다. 현지인들은 이미 외출을 자제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활동 중인 국제단체들은 29일 오전 비상회의를 소집하여 사태에 대한 대책을 강구했다.

 

2) 총선 이후 캄보디아 기독교 선교 전망

훈센 총리는 베트남이 크메르루주(캄보디아의 급진적인 좌익무장단체) 정권을 축출하고 수립한 정권에서 요직을 거친 뒤, 1985년 총리직에 올랐다. 그는 뛰어난 정치적 수완과 특유의 카리스마로 캄보디아를 이끌어 왔다. 실용주의 노선을 걸으며 선진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였던 훈센은 1993년 이후, 캄보디아를 개방하며 국익을 위해 NGO 활동을 허용해 왔다.

 

이를 계기로 수많은 선교사와 선교단체들이 캄보디아에 들어올 수 있었다. 사실상 훈센으로 대표되는 여당의 NGO 허용 정책이 있었기에 그간의 직간접 선교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십 수 년이 지난 현재, 선교사와 선교단체들의 캄보디아 체류가 언제까지 지금처럼 가능할지 불투명함을 직감하게 된다. 여당 또한 NGO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선교활동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으며 삼랭시를 비롯, 세를 불려가는 야당 연합은 기독교 선교에 배타적이기까지 하다. 얼마 전, 침례교의 선교사들은 종교 비자를 거절당했다.

 

이렇듯, 선교활동을 위한 체류 기한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현지인 목회자들의 궤도 이탈”에 관한 소식도 들린다. 캄보디아 교회 지도자 양성의 요람이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캄보디아 장로교 신학교를 섬기던 현지인 교수진 3명이 사직한 것이다. 사직의 실질적인 이유가 그들의 윤리·도덕적 해이와 관련된 것이어서 마음이 더욱 씁쓸하다. 우리가 길러내고 있는 “현지인 목회자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절실하다.

 

2. 이집트

1) 혼돈 속 이집트: 비합법적인 쿠데타를 통한 군부의 합법적 등장

'아랍의 봄(Arab Spring)'이 일어난 지 거의 2년 반이 되었다. 이 중 어느 한 나라도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 튀니지나 리비아 그리고 예멘은 여전히 혁명의 고통을 겪고 있다. 아랍권 최대의 인구(8500만 명)를 가진 이집트의 혼란스러운 민주주의는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하였던 무르시 대통령을 일명 "쿠데타"라고 불리는 비합법적 절차로 축출하고 말았다.

 

▲ 이집트 대통령궁 벽에 반정부 시위대가 그려놓은 그림(왼쪽) (출처: AP)무르시 축출을 위해 운집한 시위대(오른쪽) (출처: Foreign Policy)
아랍권의 변화를 선도하는 정치대국이자 군사대국인 이집트가 이 모양이 되자 언론은 "아랍의 봄이 실패로 끝난 것인가?(The Arab Spring. Has it failed?)라는 질문을 내놓았다.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아랍의 봄이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한 이유로 독재자를 몰아내고 생긴 공백을 채울만한 민중의 정치적 힘이 부재했다는 것 그리고 해당 지역에서의 화합을 이루는 구심점이 :이슬람“이라는 것을 든다. 이슬람은 민주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무슬림들은 샤리아에 근간한 스스로의 통치를 알라가 그들에게 내려준 권리로 여긴다. 이집트의 경우, 집권 세력인 이슬람 근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의 욕구와 충돌하면서 '무르시 호'가 좌초되었다. 무슬림 형제단은 사회 통합에 실패했고 정치는 양극화되었다. 특히 경제와 관련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실정으로 국민들의 분노는 다시 집어서는 안되는 "군부와의 연합"이라는 카드를 선택하게 했다. 이집트 국민들 스스로 오랫동안 독재를 가능하게 했던 군부를 전면에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외신들은 금번 이집트 사태를 "이집트의 비극(Egypts tragedy)"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정당한 절차에 의해 세워진 정권이 비민주적 절차에 의해 축출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주변 아랍국들에게 미칠 영향들을 고려하면 "아랍의 봄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지적까지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 계속되는 충돌, 양파 간 대립과 갈등 속 이집트

727일자, 이집트의 한 소식통으로부터 받은 현장 모습과 이집트 주요 언론이 전하는 시위에 대한 보도들을 아래와 같이 게재합니다.

 

제목: 이집트, 다시 시위의 태풍을 맞다

지난 630일 수백만 명의 반 무르시 시위자들이 시위를 한 이후, 7 2일 무르시 대통령이 국방장관에 의해 축출된 것을 아시지요. 그 뒤 무슬림 형제단이 계속해서 시위를 해 왔습니다. 문제는 폭력 시위가 많아서 사상자가 계속 생겨왔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국방장관이 국민들에게 거리에 나가서 폭력과 테러에 반대하는 시위를 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모든 시민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자유주의자들이 시위에 동참할 예정입니다.

 

이에 대항하여 무슬림 형제단도 같이 시위를 한다고 합니다. 한 무슬림 형제단 지도자는 '앗시시(국방장관)의 요구는 이슬람에 대항하는 전쟁이다'라고 하며 ' 자신들의 시위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은 알라와 그의 선지자와 이슬람을 배반하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무슬림 형제단의 최고 지도자 무함마드 바디아는 주간 메시지에서 '앗시시의 이 시위 요청이 카아브(*멕카 도시의 - 역자 주)를 파괴하는 것보다 더 큰 범죄'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양쪽 시위대의 충돌입니다. 양쪽 시위대가 계속해서 충돌한다면 나라는 내전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충돌이 없게 하시고, 이 나라에 내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이하, 오늘 아침 이집트 주요 신문의 머리기사 요약입니다.

- 알아흐람: 타흐리르 광장과 다른 광장들은 국민들의 새로운 인티파다를 맞이할 준비완료.

- BBC Arabic: 히섐 깐딜(전임국무총리), 이집트의 현재의 위기를 탈출할 방도를 제안.

- MSN: 이집트 군대, 무슬림형제단에게 군대 로드맵에 동참할 48시간의 유예 시간을 줌.

- 이집트 공영 텔레비전과 10개의 위성방송, 라마단 드라마 방영 일시 중지

테러에 대항하는 군대를 지지하기 위해, 공영 텔레비전과 10개의 위성방송은 오늘 저녁 정기 라마단 프로그램 방송을 중지하고 시위 현장을 생중계 할 예정.

- 판사 협회 이사회, 무슬림 형제단 성명에 서명한 75명의 판사들 제명.

- '라바아' 광장의 의사들과 돕는 사람들 체포. 라바아 광장의 장교와 경찰 고문혐의.

 

3) 인근 국가로 번지고 있는 반 이슬람 시위 (살라피스와 살라피즘)

일련의 이집트 사태를 관망해오던 리비아와 튀니지에서도 과격 이슬람 세력을 견제, 공개비판해 왔던 야당 지도자들이 피살되는 사건을 계기로 시민들이 대규모 반 이슬람 시위에 동참하는 등 이슬람 정부와 세속주의자들 간의 갈등은 인근 국가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이런 야권 인사들의 잇단 암살의 배후로 이슬람 근본주의를 주장하는 살라피스트(Salafist)들이 지목받고 있다. 살라피스트는 살라피즘(Salafism)을 믿는 무슬림이다. 살라피즘은 코란의 구절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고 실천하는 것을 뜻한다. 코란과 순나(전통 이슬람규범)에 기초한, 초기 이슬람 신앙으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근본주의 운동을 의미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비즘(이슬람 복고주의)과 유사한 면도 있지만, 살라피즘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첫째, 살라피스트들은 민주주의를 철저히 거부한다. 민주주의는 알라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살라피스트들은 이집트에서 선거 참여를 통해 정권을 잡은 무슬림 형제단을 비난, 분리했다. 이슬람의 또 다른 내부 분열의 모습이다. 둘째, 그들은 강력한 샤리아법과 이로 통치되는 국가를 추구한다.

 

살라피스트들 안에도 강경파와 지성파를 비롯하여, 많은 분파들이 있다. 강경한 살라피스

트들은 기독교 교회뿐만 아니라 온건한 이슬람 사원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고 테러활동을 전개하는 등 극단적인 양상들을 가속화하고 있다.

 

3. 라마단 기간 중, 돼지고기를 먹은 말레이시아 커플 감옥행 위기.

(Malaysian couple face jail for eating pork. Religion News Service. July 24, 2013)

 

▲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올렸던 돼지고기 요리 식사 사진 (Religion News Service)
이슬람력의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은 무슬림들에게 있어 "신성한 달" 그 자체이다. 기간, 이슬람교에서 단식과 부정한 일을 멀리한다.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식사 뿐 아니라 흡연, 음주, 성행위 따위도 금지된다. 이런 가운데 비무슬림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커플이 돼지고기를 먹는 사진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시했다가 15년형에 처해진 사건이 보도되었다.

 

718일 말레이시아의 언론인 "the Malaysia Chronicle"은 치안법(선동)과 영상물 검열위반 등의 형법 명목으로 탄(25)과 리(24)를 기소하였다고 보도했다. 그들은 대법원에서 혐의에 대한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무장관은 돼지고기를 먹는 등의 사진을 "불쌍한 무슬림들"이라는 캡션과 함께 인터넷 상에 올리는 행위들이 무슬림들에게 분노를 촉발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공판 때까지 해당 커플을 투옥하도록 명했다. 이에 대해 법정에서 탄은 재미삼아 그런 것이지 무슬림을 모욕하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설명하며 성스러운 라마단 기간 중, 무슬림들을 불쾌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4. 레바논 최고 팝스타가 ‘이슬람 무장대원’ 된 사연 (연합뉴스. 2013. 7. 28)

아랍권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레바논 출신 팝스타가 난데없이 열혈 이슬람 전사로 변신, 레바논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27(현지시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따르면 인기 정상의 가수였던 파들 샤케(44)는 음악의 길을 버리고 최근 수니파 무장단체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변신’은 시리아 내전의 여파가 레바논 사회로도 확산하면서 종파 간 갈등 등 사회 분열을 부추기는 현상을 보여주는 한 사건이라고 IHT는 분석했다. 특히 수니파가 주류를 이루는 시돈에서는 시아파 계열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대해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져 왔다. 수니파 신도였던 샤케르도 이런 분위기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5. 우리 종교, 교세 확장보다 사회 기여 생각할 때

지난 25일 중앙대학교 이사장인 박용성씨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다문화 사회로 돌입하는 한국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종교적 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교육자의 시선에서도 감지가 되는 이러한 일반적 사안에 대해 신앙인인 우리는 어떠한 가치관과 대응을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상고하자는 의미로 칼럼 전문을 아래와 같이 요약, 인용한다.

 

[朝鮮칼럼 The Column] 우리 종교, 敎勢 확장보다 사회기여 생각할 때 / 박용성

대한민국은 한 집 건너 교회이고 서너 집 건너면 사찰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상가에는 층마다 다른 종교가 둥지를 튼 곳도 있다. 아버지는 문중 모임이나 시제에 부지런히 출석하는 전통적 유학자이고, 어머니는 철마다 절을 찾아 열심히 불공을 드리는 불자, 딸은 항상 천주께 감사를 드리는 천주교 신자, 아들은 찬양대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개신교 신자, 이쯤 되면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여러 가지 종교가 우리 사회에서 편안하게 공존해야 하는데, 불편한 진실 중 하나는 그러지 못하다는 것이다. 남의 종교에 대한 배타적 성향이 차츰 문제를 심각하게 이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외국인 200만명의 시대에 다양한 다문화 가정과 함께 살다 보니 단군의 자손인 단일민족이라는 말을 쓰기는 어렵게 됐다. 단일 문화, 단일 언어가 분명한데도 이같이 종교가 복잡한 나라도 흔치 않으며, 있어도 대부분 신문에 자주 오르는 이른바 '분쟁 지역'이다.

 

이스라엘이 대표적이고 지금은 갈라져서 조용하지만 옛 유고 연방의 발칸 제국이 그랬다. 중세를 피로 물들인 전쟁, 30년 전쟁, 장미전쟁 모두 종교전쟁이다. 이 중에는 현대판 인종청소라고 불리는 무자비한 만행을 저지른 나라도 있다. 아직도 불안한 중동, 발칸 반도의 살육전도 종교 때문에 촉발된 전쟁이다. 인류 역사상 전쟁의 90%가 종교 때문이라고 하지않는가.

 

우리도 국가나 공동체는 물론이고 가정에까지 다양한 종교가 만연하니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아들딸의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가 같은 종교면 문제가 없겠지만, 사랑이 깊어진 뒤 종교 갈등이 생길 때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는 TV 드라마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학가에서도 가끔 이슈가 될 때는 학생들 간의 날 선 공방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고 휴전이 된 뒤 60년이 넘도록 이산가족의 한을 풀지 못하고 있는데, 가능성이야 낮지만 여기에 종교적인 분쟁마저 겪는다면 끔찍한 일이다. 무엇이든 시작만 하면 과열이 될 정도의 화끈한 민족성 때문에 종교 문제도 우려되는데, 다음 세대를 생각해서라도 종교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교세 확장보다는 우리 사회와 국가를 위해 할 일이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에서 민감한 문제인 줄 알면서 거론해 본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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