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개혁 신학교 설립 안-

   
▲ 세부성경대학교수회에서 남후수 선교사
1. 시작하는 말
연전에 신학교의 한 교수님이 선교지에서 최우선적으로 시행해야할 사역은 지도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이라는 내용으로 기고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선교학 전공이 아닌 교수이지만 선교를 이해하시는 분이라고 생각되어 기억에 남아있다. 사실로 선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조금만이라도 가진 이라면 이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교사들이 자주하는 말로써 유능한 외국인 선교사 열 명보다도 평범한 현지인 지도자 한 명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다. 선교사가 아무리 현지어를 배우고 현지 문화를 익혀서 전도하고 설교를 한다고 해도 역시 선교사는 외국인일 수밖에 없어서 현지인들에게는 어디인가 어색하고 낯설고 어울리지 않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현지인 지도자는 현지인임으로 전혀 이질감 없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교사로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외국인의 어색함과 낯섦 없이 일하시기 위해서 아예 어린아이로 태어나셨다. 그리고 그 땅의 문화에서 성장하시고 적응하셔서 전혀 그 땅의 사람들과 이질감 없이 동화되어 사역하셨다. 예수님은 삼년간 제자들과 함께 선교지로 다니시면서 구약 해석학과 그 적용을 강의하셨고 전도학과 설교학을 가르치시면서 현장 실습을 통해 모범을 보이시기도 하셨다. 예수님은 교회당 하나 세우시지 않으셨지만 교회당보다 더 중요한 현지인 지도자들을 양성하셨다. 이 훈련받은 지도자들이 예수님 승천이후 온 세상으로 흩어져서 교회를 세웠다. 초대 교회의 첫 선교사 바울도 예수님의 원리를 따랐다. 그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을 가르치고 그 사람들을 모아서 교회를 세우고 그 가르친 사람들 중에서 유능한 사람들을 뽑아서 교회의 지도자로 세웠다.

현지인 지도자를 세워서 교회를 맡기는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바울이후 모든 세대의 선교사들이 사용해온 선교전략이다. 한국에 찾아온 첫 선교사들도 지도자 양성에 심혈을 기우렸다. 미국 북장로교회 선교사인 마포삼렬 박사가 만주와 한반도의 중간지점으로 여겨지는 평양에 신학교를 세워 한국인 목회자 양성을 시작했다. 이에 미국 남장로교회, 카나다 장로교회, 호주 장로교회,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선교사들도 합세하여 평양신학교는 국제적인 교수들로 구성된 한국 최고의 신학교가 되었다. 이후 한국 장로교회가 여러 교단으로 나눠질 때마다 신학교도 나뉘어졌고 어떤 때는 신학교가 먼저 생기면서 교단이 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와 같이 지도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교회의 설립과 보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아왔다.


2. 교단 신학교육 선교 현황
고신 교단 총회세계선교위원회를 통해 세계로 파송 받은 선교사는 현재 세계 44개 나라에 300여명이다. 이 선교사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학교육 사역에 헌신하여 본 교단 선교사가 직접 선교현지에서 설립한 신학교는 약 15개 학교에 이른다. 그리고 직접 설립한 학교가 아닌 기존의 신학교들에서도 신학교육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런 학교들을 모두 합하면 약 30여 학교에 달한다. 이런 결과들은 선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의 열매들이라서 그간의 노고에 치하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학교들에서 실시되는 신학교육이 정말로 21세기를 인도해나갈 영적인 지도자들을 양성하기에 충분한가하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이런 학교들 중 극소수를 제외하고서는 모두 역사가 짧고, 자격 있는 교수요원이 모자라고, 시설이 열악하고, 재정이 영세하고, 도서가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 신학교에서 신학교육에 참여하는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1세기 지도자를 양성하는데 자신이 속한 학교의 교육 내용이나 질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만족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별 해결 방법이 없다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필자는 1987년부터 필리핀 선교사로 사역해왔다. 필리핀 선교부는 개혁신학을 필리핀에 보급하려는 목적으로 1990년 1월부터 매월 1-2회씩 단기신학강좌를 개설하여 한 주간에 한 과목씩 강의했다. 이후 1995년 6월부터는 단기신학강좌를 세부성경대학으로 개편하여 정규학교로 운영해왔다. 필자는 이 학교를 통해 신학교육 사역을 하는 중 몇 가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고 이것을 타개할 방법을 신중히 연구하게 되었다.

필자가 마주친 문제 중 첫째는 안정적인 재정 공급이었다. 선교지에서 신학교를 운영하려면 상당량의 안정적인 재정 공급이 필수적이다. 한두 명 선교사의 모금만으로는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가 없었다. 보다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재정 공급 체계가 이루어져야 선교사가 신학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둘째는 어떤 면에서는 재정보다 더 핵심적인 문제일 수 있는 자격 있는 교수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개혁주의 교회 건설을 위해 파송된 선교지에 개혁주의 신학을 교수할 만한 사람이 선교사 외에는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개혁주의 신학을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한두 명의 선교사가 신학교의 모든 과목을 다 가르칠 수는 없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복음주의 한계 안에서 다른 교단 선교사나 현지인 목회자들 중에서 유능한 사람을 선정하여 적당한 과목을 가르치게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셋째는 도서관의 장서 확보이다. 이것은 물론 재정문제와 무관하지는 않다. 재정만 풍성하다면 필요한 새 책을 구입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는 상태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이 경우에는 책을 기증받거나 아니면 싼 값으로 구입하여야 하는데 그런 일들을 한두 명 선교사가 감당하기에는 일이 너무 많았다.

넷째는 학교의 시설 문제이다. 이것도 역시 재정과 연관된 문제로서 재정만 있으면 해결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았다. 신학교 건물을 짓거나 시설을 갖추는 데는 많은 재정이 소요됨으로 이 재정이 조달되지 않으면 교회당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건물을 임대하여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건물주가 임대료를 자주 올리게 되면 장소를 옮겨야 하고 임대건물이라서 시설을 목적에 맞게 함부로 뜯거나 고칠 수 없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다섯째는 선교사가 유능하게 신학을 교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한국에서 신학교 졸업 후 최단기간 안에 선교지에 왔으므로 신학 교수를 해본 경험이 없다. 그러므로 신학교육 사역에 참여하는 선교사들은 교수 양성 프로그램 등에서 훈련 받을 필요가 있으나 그럴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능한 교수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개발되어져야 하는데 선교지에서는 이런 기회가 거의 없다. 유능한 교수 아래에서 유능한 학생이 길러지고 유능한 학생이 유능한 현지교회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각 선교지에서 신학교육 사역을 하는 선교사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어려움들이다. 지역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 것은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요약해서 말하면 교단 선교사들이 세운 신학교들은 대부분 모든 면에서 영세하여 21세기 교회가 기대하는 지도자 양성에 부족한 면이 많다는 것이다. 아무리 선교지의 수준이 아직 저개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할지라도 그곳에도 대학이 있고 그 대학들은 선교사가 세운 신학교보다는 대게 형편이 나은 편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런 신학교에서 훌륭한 영적 지도자들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3. 현지인 지도자 양성의 필요성
교단 선교 목표는 개혁주의 세계교회 건설이다. 지상에 개혁주의 교회를 건설하여 하나남께 영광돌리고자 하는 이 목표는 참으로 거룩한 목표이다. 그러나 아무리 목표가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꾼이 있어야 한다. 일꾼 없이 일이 성취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군사 없이 전쟁에 승리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어리 섞은 일이다. 훌륭한 군사가 훈련으로 키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혁주의 교회 건설을 위한 일꾼도 개혁주의 신학으로 훈련받아야 한다. 개혁주의 일꾼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개혁주의를 가르치는 신학교를 세워야 한다.

그러나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신학교를 설립했더라도 그 신학교가 기능을 발휘하도록 제대로 지원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앞에서 살펴 본대로 현재 교단 선교사들이 세운 신학교들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신학교들이 스스로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스스로 수준 높은 신학교로 발전하라고 하면서 방치된다면 아마 영원토록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곧 우리가 선교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현지인 지도자 없이 선교사들만으로는 개혁주의 세계교회 건설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현지인 지도자가 없이 선교사들의 지도력에 의해서 교회가 세워져서 유지된다면 선교사가 떠나는 다음날 그 교회도 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현지에 우수한 개혁주의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것이 현지에 개혁주의 교회를 건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4. 아시아 개혁신학교(가칭) 설립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교단 선교사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선교지 여러 곳에 신학교가 세워졌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며 선교사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 신학교들의 거의 대부분은 영세하여 유능한 교회 지도자들이 배출하는데 역부족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므로 이 신학교들은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성장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일을 한꺼번에 이룰 수는 없다. 신학교의 성장에는 재정만 풍부하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격 있는 교수가 필요하고 업무에 숙달된 직원도 있어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건물도 필요하고 도서관의 장서도 모아야 하며 유망한 학생들도 선발해야 하고 장학금도 모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흩어진 삼십 여개의 신학교를 단숨에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자 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리고 교단 교회들의 후원 능력도 고려해야 할 항목이다. 그러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필자는 한 해결 방안으로써 이 신학교들 중에서 한 곳에 전략적으로 집중 투자하여 이 학교를 일정한 수준이상으로 이끌어 올리거나 아니면 한 수준 있는 새로운 학교를 설립하는 것을 구상했다. 그리고 각 국가에 흩어져 있는 여러 신학교의 졸업생 중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이 학교에 모아서 목회학 석사(M. Div.) 혹은 신학 석사(Th. M.) 수준의 교육을 시키는 방법이다. 물론 선교 현지의 각 신학교들도 성장을 위한 자체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이 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학생은 다시 각자의 본국으로 돌아가서 목회자와 신학교 교수로 섬기며 그들의 모국교회와 신학교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맡게 하는 전략이다. 필자는 이러한 생각에 기초하여 가칭 아시아 개혁신학교(Asia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 ARTS) 설립을 구상하게 되었다.

5. 아시아 개혁 신학교(가칭)의 입지 조건
이 신학교를 설립할 장소 선정 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는 이 학교는 영어로 강의하는 학교여야 함으로 영어가 국어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공용어로 사용되는 곳이 적합하다. 이 학교는 선교지의 각각 다른 언어지역으로부터 보내어 오는 학생들이 공부하게 됨으로 학교의 교육언어는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영어는 현대 세계인들의 공용어이며 신학교육을 위해서도 가장 발달된 언어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비영어권 학생들이 영어로 교육받게 되면 졸업 후 본국교회에 돌아가서 지도자로 사역할 때, 초교파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할 때, 그리고 본국 교회를 대표하여 국제 환경에서 활동할 때에도 유리할 수 있다. 영어는 물론 교실에서도 사용되지만 학교의 사무직이나 잡무를 담당하는 사람들도 모두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며 시장이나 교회에서도 모두 영어가 통용되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하면 비영어권에서 온 학생들이 빠른 시간 안에 영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사회적으로 치안이 안정된 곳이어야 한다. 이 신학교는 여러 나라에서 모인 학생들이 공부하는 국제학교의 성격을 띠게 됨으로 주위 사람들의 눈에 띄기 쉬우며 또 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칫하면 테러나 납치와 같은 범죄행위의 대상이 되거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치안의 안정은 필수적이다.

셋째는 가능하면 다 민족 사회가 좋다. 왜냐하면 주위가 단일 민족사회일 경우 이곳에 모인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쉽게 노출되어 불필요한 관심을 받거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 민족 사회일 경우 학생들이 주위에 자국인이나 동족이 살고 있을 경우에 명절 등에 방문하여 외로움을 달랠 수 있으며 기타 생활에 필요한 도움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주위에 자국인 교회가 있으면 교회 봉사의 기회도 얻을 수 있고 재정적으로도 협력을 얻을 수 있다.

넷째는 출입국 비자문제가 너무 까다롭거나 혹은 학생 신분으로 거주하는데 너무 힘들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국가 정책에 따라서 특정국가 발행 여권 소지자에게는 입국을 제한하거나 허락지 않는 곳도 있으며 입국이 허락된다고 하더라도 체류 기간을 너무 짧게 주어 비자 갱신을 위해 너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선교지들은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곳이 많고 체제가 달라서 상호 교류가 불허되거나 제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런 문제가 가장 적은 곳을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자 문제와 관련하여 신설되는 학교가 발행하는 입학허가서로써 학생비자 발급이 가능해야 한다.

다섯째는 기독교와 신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우호적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적대적이지는 않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현지의 우세한 토착 종교의 반대나 핍박이 없는 곳이 좋다. 정치적으로나 법률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일반 사회인들의 정서나 지역감정이 반 기독교적이어서는 불필요한 것에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피곤하게 됨으로 좋지 않다.

여섯째는 교통이 편리하여 접근성이 좋은 곳이어야 한다. 이 교통은 학생들 편에서 학교까지의 교통은 물론이고 또 한국과의 교통도 편리한 곳이어야 한다. 대게 학생들은 한번 학교에 도착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졸업 시까지 학교에 머물고 졸업 후에 다시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학교 사이에는 강의, 행정, 견학, 격려, 위문, 안식년, 교환학생, 언어연수 등으로 빈번한 왕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곱째는 재정적으로 저렴한 곳이 좋다. 물론 이사회나 독지가가 충분한 재정을 공급할 수 있다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신중히 고려할 문제이다. 선교지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난하여 자비로 경비를 부담하여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럴 경우에는 장학금으로 이 경비를 도와줘야 함으로 준비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학교까지 도착할 때 소요되는 여행 경비, 비자를 받기까지의 경비, 학교에서 필요한 의식주를 위한 경비, 학비, 개인적인 잡비, 의료비 등 적지 않는 비용이 소용된다. 이 중에서 학생이 부담할 수 있는 부분과 장학금으로 도와주어야 할 부분의 구분도 필요함으로 재정을 위한 자세한 지침을 마련할 것이 요청된다.

여덟째는 학교 설립을 위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된 곳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 수도, 전화, 인터넷 연결, 방송, 신문, 국제공항, 슈퍼마켓, 레저시설 등이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필요할 경우에는 인터넷을 통해서 전자 도서관을 이용하기도 하며, 방문 교수들이 여가를 이용하여 쉴 수 있는 시설도 인근에 있는 곳이면 좋다.

아홉째는 학생들이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는 곳이 좋다. 한국의 다른 신학교들에서 겪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학생들이 공부보다는 개인적인 용돈이나 후원금 모금에 더 관심을 보인 경우가 있으며 한국 사람과 결혼하는데 열중하기도 했다. 아니면 적당한 기회를 보아서 공부를 중단하고 취직을 하기도 했다. 이런 공부이외의 일들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이런 유혹을 차단할 방책을 미리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열째는 기존의 신학교육 사역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면 그 바탕 위에서 시작할 수 있어서 좀 더 쉬울 수 있다. 그리고 인근에 다른 신학교육 기관이 있어서 서로 교류하며 친목을 도모할 수 있고 또 학문적으로 서로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곳이면 더 좋다.

6. 아시아 개혁신학교(가칭)의 효과
이 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할 때 몇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 있는 개혁교회들의 신학교육을 지원할 수 있다. 2003년 2월 태국 파타야에서 모인 ICRC 아시아 태평양 컨퍼런스에서 과거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서 세워진 미얀마 등의 개혁교회 대표들이 자기들은 지도자 양성이 어려움으로 한국 고신교단이 도와주기를 요청했다. 이 회의를 주제했던 전호진 박사는 이들의 요구를 거부하기에는 형제교회로서 너무 박절하고 또 들어주기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크고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학교를 세우게 되면 이런 교회들에서 보내어 오는 학생들도 받아 교육할 수 있다.

둘째는 한국의 신학생들 중에서 영어로 교육받기 원하는 사람들을 이 학교에 보내어 선교지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게 할 수 있다. 한국 학생들은 이 학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함으로 영어훈련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장래 선교지 교회의 지도자가 될 사람들과 미리 교제할 수 있어 교회간의 협력과 보다 빠른 상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는 한국 교회의 신앙과 신학의 세계화 촉진과 세계 개혁교회와의 교류를 증진할 수 있다. 우리가 발전시켜온 신앙과 신학은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을 세계화하여 다른 나라 교회들에 나누어 주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그 원인중의 하나는 언어문제이다. 한국인들이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세계인들이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계 교회와 함께 우리의 신앙과 신학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러나 이 신학교를 세워 가르치게 되면 우리의 신앙, 경험, 신학, 사상을 전 세계로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게 된다. 그리고 이 신학교에서 한국 교회 지도자들과 해외 다른 개혁교회 지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컨퍼런스 등을 열어 세계 개혁 교회에 한국 교회를 알려 세계 교회에서 한국 교회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으며 상호 교제의 폭도 넓힐 수 있다.

넷째는 이 학교를 통해 한국 신학교 교수들의 세계화를 위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아직까지 본 교단 신학교수들이 해외의 신학교 등에서 교환교수 혹은 연구교수로 교류한 예는 그리 많지 않다. 교수들이 해외에서 공부하여 학위를 받기는 했으나 영어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못한 것이 그 원인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이 학교를 세워 본 교단 교수들이 방학이나 안식년 등을 이용하여 영어로 강의하는 기회가 자주 주어지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국제화를 위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다섯째는 교단의 지도자들이 안식년이나 기타 시간을 이용하여 이 학교에서 쉬기도 하고 연구를 하며 그리고 언어를 더 연마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여러 선교지에서 온 학생들을 만나 교제함으로 각 선교지의 형편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선교지의 학생들과 대화하는 가운데 선교에 대한 종합적인 지식도 얻을 수 있고 선교지의 교회들의 바람을 듣고 후원 방향을 새롭게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학교를 통해서 교단 지도자들이 세계를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될 수 있다.

여섯째는 이 학교를 방문하여 강의하는 한국 신학교의 교수나 목회자 그리고 선교사들이 세계를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다. 각국에서 모인 학생들이나 외국인 교수들과 교제를 통해서 관심사들을 서로 나누고 공동의 대안도 모색하고 상호 교환 방문의 길도 틀 수 있다.

일곱째는 이 학교에 부속된 언어 연수원을 설립하여 한국 각 교회의 젊은이들을 위한 영어 교육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현대 세계의 공용어인 영어를 배울 기회를 찾아 영어 사용국으로 연수를 떠나지만 정작 성과는 많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언어 연수원을 부설로 설립하여 양질의 교육을 하면 수입도 있게 되어 학교의 경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7. 아시아 개혁신학교(가칭)의 교수 확보방안
이 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교수의 확보이다. 선교지에 개혁주의 신학을 공부한 교수 인력이 부족한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개혁주의 신학을 강의할 수 있는 유자격 교수를 확보해야 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로 가능한 방법은 선교사들 가운데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을 자신의 선교지와 이 신학교를 일 년에 1-2회 정도 오가며 일정기간씩 강의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함으로 자신의 사역지에서 보낸 학생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기도 하고 안부를 전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교수 선교사는 다른 선교지에서 온 학생들도 가르치게 됨으로 자신의 선교지만 이해하는 범위를 넘어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둘째는 한국에 있는 신학교 교수들이 방학이나 안식년 등을 이용하여 이 신학교에서 단기간에 1-2과목을 집중적으로 강의할 수 있다. 방학이 서로 다른 기간이 될 수 있으므로 이 기간은 방문하여 강의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이다. 한국의 신학교 교수들이 세계를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셋째는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들 가운데에서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분들이 일회 1-2주간, 년 1-2회 정도 집중 강의를 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 담임목사들이 선교지의 장래 지도자들과 가까워질 수 있고 한국 교회의 신앙적 영향을 선교지에 전달할 수 있음과 동시에 역시 세계를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다.

넷째는 ICRC 회원교회들로부터 교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필자는 2005년 2월 화란에서 모인 ICRC 회원교회 선교 실무자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이 아시아 개혁신학교 아이디어를 제출한 적이 있다. 이때 필자는 한국의 고신 교회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다른 회원교회들은 교수를 한 사람씩 지원하여 달라고 제안했고 회원교회들은 ICRC 총회에서 이 건을 다루자고 하면서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 후 이 프로젝트의 추진이 늦어지게 되어서 더 이상 연락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양인들의 성격상 그리고 ICRC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제적인 프로젝트가 많지 않는 상황에서 서양의 회원교회들이 지금도 이 프로젝트의 진행을 궁금하게 여기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필자는 또 일본 개혁파 교회 고베 신학교 이사인 일본인 목사 한분에게도 이 안을 설명하고 고베 신학교에서도 교수 한 명을 파송하라고 사적으로 제안한 적이 있다. 이분은 이 사역에 큰 관심을 표했고 이 후에도 이 신학교 추진 상황을 궁금해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다섯째는 남아공화국의 포체스트룸 대학이나 호주의 신학교 등에서 은퇴한 교수들을 초청할 수 있다. 남아공화국에서는 교수들이 60세에 정년은퇴를 하게 됨으로 은퇴한 교수들이라도 아직 정력이 왕성하고 오히려 학문적으로는 완숙의 경지에 들어간 시기가 되어 좋은 신학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 교수들의 개인적인 생활비는 연금 등으로 해결이 될 것임으로 학교는 게스트 룸을 준비하여 제공하면 많지 않은 사례비로서도 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8. 재정문제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재정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어야만 성사가 될 수 있다. 아시아 개혁신학교 역시 그 성패는 재정과 크게 연관되지 않을 수 없다. 재정 문제를 생각하면서 그 첫 번째 해결 방안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다. 이 신학교를 설립하는 목적이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고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일인가를 먼저 점검하고 이에 대한 확신이 서면 하나님께서 재정을 공급하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사역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 교회가 지금까지 실천해 온 뛰어난 문제 해결 방식중의 하나이다. 한국 교회는 교회당을 건축하거나 다른 일을 시작할 때에 많은 경우에 하나님께서 공급하실 것을 믿는 믿음으로 시작했고 또 대부분은 그 믿음대로 이루어졌다.

둘째는 이사회를 통한 재정 공급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종류의 사역을 할 때에 일반적으로 이사를 모집하고 그 이사들의 헌금으로 재정을 충당해왔다. 아시아 개혁신학교 설립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셋째는 독지가들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독지가들이 재산을 선한 목적에 사용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으나 그 사용처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독지가 개발을 위해서 사역을 널리 홍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신문이나 방송의 매체를 이용할 수도 있고 지역 신문 등에 필요한 내용을 광고하거나 기부를 요청할 수도 있다.

넷째는 부설 언어 연수원 등에서 얻는 수입을 학교의 운영비로 충당할 수도 있다. 언어 연수를 위한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면 아주 만족할 만한 재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다섯째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사회교육원이나 평생교육원 등의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여도 의외의 재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9. 마치는 말
이 아시아 개혁신학교(가칭) 설립을 위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필자가 구상하여 필리핀에 있는 세부성경대학 교수회의 이름으로 2002년 여름에 총회세계선교위원회에 제출하고 또 몇 분의 관계자들에게도 보내었다. 그러나 이 제안이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개인적으로 여기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은 더러 있었다. 이후 이 계획은 2004년 5월경 총회세계선교위원회 정책위원회에서 토의되었고 정책위원회는 이것을 2004년 6월에 태국 방콕에서 모인 방콕 포럼 등에서 의견을 수렴하여 동년 8월에 모인 총회세계선교위원회의 집행위원회에 상정했다. 집행위원회는 이 계획을 실시하기로 인준하고 몇 차례 더 의논한 후 이 학교의 설립 후보지를 정하기 위한 위원을 선정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총회세계선교위원회는 2005년 6월 경주에서 모인 교단선교 50주년 기념 세계선교대회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이 계획에 대해서 선교사들을 포함한 여러 계층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총회세계선교위원회는 이 계획을 현지인 지도자 양성 정책으로 최종적으로 채택하여 교단 선교의 큰 두 정책 중의 하나로 선정했다. 다른 하나의 정책은 선교사 집중 파송정책으로 미전도 지역으로 인정되는 중국 서남부 지역을 포함한 동남아 소승 불교권과 중앙아시아에서 서북부 아프리카에 이르는 회교권 지역에 교단 선교사 인력의 60% 이상을 배치한다는 것이다.

아시아 개혁신학교(가칭) 설립은 시대적 요청이다. 개혁주의 세계교회 건설이라는 선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현지인 지도자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지인 지도자 없이 선교사들 만으로서는 선교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 선교지의 21세기 교회를 인도할 유능한 지도자 양성은 이 신학교 설립이 최선의 전략으로 여겨진다. 이 프로젝트의 각 단계별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으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확신으로 믿음을 가지고 진행하면 하나님께서 필요한 지혜를 주시고 사람도 붙여주시고 재정도 공급하시리라 생각한다. 이 신학교를 통해서 우리의 선교지에 유능한 헌지인 지도자들이 양성되어 개혁주의 세계교회 건설이 앞당겨지고 하나님의 영광이 열방에서 선포되어 땅 끝의 사람들이 주님을 볼 수 있는 날이 속히 임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