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채 목사 향상교회담임
은퇴한다고 하니까 만나는 사람들마다 은퇴하려니 섭섭하지 않느냐? 왜 조기은퇴를 하느냐? 은퇴하면 뭘 할 것이냐?”라고 묻는다.

먼저 섭섭하지 않느냐?”는 말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섭섭하기는커녕 오직 감사할 뿐이다. 요즘 나의 마음에는 감사함이 가득하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라는 말씀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건강이 매우 나쁘고 약했던 내가 65세까지 목회할 수 있었다는 것, 나 같이 부족한 사람이 30여 년 동안 큰 실수 없이 목회를 할 수 있었다는 것, 무엇보다 나에게 사람들은 볼 수 없는 많은 죄악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버리지 않으시고 용서하시고 용납하시며 기다려주셨다는 것, 하나님께서 나의 부족을 채우시려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붙여주셨다는 것 등등 참으로 감사한 일들이 많다. 거기다 항상 긴장되고 바쁜 생활에서 벗어날 날도 이제 멀잖았다는 것이 큰 기대로 다가와 있으니 또한 감사하다.

특히 나는 결혼하고 난 후부터 끊임없이 기도한 제목이 있다. 그것은 건강문제였는데, 적어도 50세까지는 살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나 나름대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계산해서 올린 기도제목이었다. 먼저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목사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준비했는데 목사가 되면 20년 정도는 목회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 첫째 이유였고, 둘째는 결혼을 했으니 배우자와 적어도 20년 정도는 살아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 셋째는 자녀들이 났으니 이 아이들이 고등학생 때까지는 아빠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등이었다. 이런 되지도 않은 이유들로 올린 기도였지만 하나님께서는 넘치도록 응답하셔서 65세가 가까워질수록 더 건강하게 해주셨고, 오늘에까지 이르게 해 주셨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으리오.  

그리고 나는 65세 은퇴를 조기은퇴라고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일에나 특별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대개 60세가 되면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유는 건강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동안의 삶의 경험이 선입견이나 편견을 만들어서 창의적인 사고를 제한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거기다 나이가 많아지면 융통성도 약해져서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리더십도 독재형으로 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다면 65세까지는 일을 더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그 동안 축적된 지식이나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찍부터 목사·장로는 대학교수들처럼 65세에 은퇴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1998년도에 내가 교단총회에서 교단미래발전연구위원회의 위원장이 되었을 때 이런 이유들을 근거로 목사·장로의 정년을 65세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교단의 나이든 목사님 장로님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반대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은 물론 아주 혼줄(?)이 났었다. “성경에는 죽도록 충성하라고 했는데 정년은 무슨 정년이냐? 거기다 정년을 낮추자고? 오히려 건강도 좋아지고 수명도 길어졌으니 정년을 5세 정도는 늘여야 한다.” “정년의 성경적 근거가 무엇이냐? 젊은 것들이 목회가 뭔지도 모르면서 되지도 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야단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한 가지 남은 열매는 있다. 그것은 교회들이 은퇴하는 목사의 후생복지를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일에 주의를 환기시킨 일이다. 그래서 당시 정년단축안에 대한 총회의 공식적인 결정은 정년단축에 대한 논의는 은급제(은퇴 목사 생활비 대책)가 정착될 때까지 보류한다는 것이었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