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 기고되는 논문이나 나의주장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순수한 기고자의 주장임을 알려드립니다. -코닷-

 

▲ 남후수 선교사/ KPM 선교연구훈련원장

필자는 학부 시절에 도서관 책 정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도서관을 자주 드나든 적이 있었다. 그때 도서관 출입을 가장 많이 하던 학생 중에 2년 상급생인 전광식 선배가 있었는데 키가 크고 바싹 마른 체구에 광대뼈가 눈길을 끌었고 검은 테 안경은 천생 공부벌레(nerd) 서생 타입이었다고 기억된다. 도서관을 자주 드나든다는 공통점으로 자연스레 얼굴을 익히게 되었다. 그 선배가 유학을 갔다 와서 모교 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선교지에서 들었고 코람데오닷컴 보도를 통해 최근에 총장으로 선출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동창 후배로서 축하를 드린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라고 하는데 재임기간에 기독교 대학으로 확실한 정체성을 구축하겠다는 그의 비전이 실현되기를 기도한다. 

코람데오닷컴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전 박사께서 어떤 방향으로 학교를 운영하려고 하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반가운 것은 전교생을 모두 전문인 선교사로 양성하겠다는 부분이다. 전 박사는 고신대학교를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교명품대학으로 성장시켜 졸업생들을 전문인선교사로 대거 훈련시켜 교육선교사, 의사선교사, 간호사선교사, 태권도 선교사, 기타 평신도 전문인 선교사들로 해외에 파송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학교를 그런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선교대학을 설립하여 여기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이중전공을 하든지 아니면 산학협력을 통한 실용교육을 같이 받게 하든지 하여 평신도 선교사로 양성할 것이라고 한다. 장차 고신대학교를 선교대학교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전 박사의 이런 구상은 고신대학교에 코페르니쿠스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도 한다.  

전 박사의 이런 놀라운 선교적 비전은 총회세계선교위원회(KPM: Korea Presbyterian Mission) 산하 선교연구훈련원 (Kosin Mission Research and Training Institute)을 책임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참으로 놀랍고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선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동창생으로서 가능하다면 미력이나마 이 비전의 구체화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면 영광일 것이라 생각하면서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전문인 선교사 양성과 파송과정에서 KPM과 보조를 맞추어서 시행하기를 제안한다. 대학은 선교학을 연구하여 그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KPM은 그 졸업생들을 실무적 훈련을 거쳐 현장에 파송하여 사역하게 하는 것으로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고신대학교는 교단 선교를 위하여 적지 않게 기여를 했지만 KPM과 충분한 대화나 조정과정을 거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과거 유럽에서 아직 교회의 선교가 발달하지 못했을 때에는 할레대학과 같은 학교들이 선교를 주도했고 미국에서도 학생들이 선교를 이끌어 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교회가 사명을 깨닫고 전면에 나섬으로서 대학이나 학생들은 교회의 선교에 참여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KPM은 총회의 선교를 위한 각종 업무를 주관하기 위하여 설립된 선교기관이므로 총회 산하 교회나 기관들은 선교에 관한 일들을 KPM과 협의하여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앞으로 신설할 선교대학은 선교 현장 경험을 가진 교수들을 가능한 많이 확보하기를 제안한다. 신학을 전통적인 4개의 큰 분야로 나눌 때 선교학은 실천신학에 속한다. 실천신학은 실천경험이 많은 교수들이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구미 신학교들의 선교학 교수들은 거의가 현장경력 10년 이상 된 사람들인 것을 보았다. 우리 교단도 선교역사 60년을 지나오면서 교수 능력을 가진 선교사들이 여러 명 있다. 이들을 잘 활용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을 대거 전원 평신도 선교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험 많은 선교사들이 대거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앞에서 말했듯이 학교는 연구와 교수 기능을 수행하고 총회의 선교 실무부서인 KPM은 그 학생들을 선교사로 훈련, 파송, 지도, 관리하기를 제안한다. 학교 명의로 졸업생들에게 전문인 선교사 자격증을 발행하겠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학문을 가르치고 자격증이나 면허 등은 해당기관에서 심사하여 발행한다. 그래야 공정하고 권위도 있다. 자격증을 발행하는 기관이 따로 없을 때는 관련자들이 스스로 적임자들을 모아 기관을 만들어 권위를 부여하고 그들로 심사를 통해 자격증을 발행하게 한다. 선교사 자격증을 발행하는 기관이 따로 없으므로 교단에서는 KPM이라는 선교전문기구를 설치하여 훈련을 통해 유자격자로 만들어 현장으로 파송하게 했다. 이러므로 교단 산하 교회나 기관들은 KPM의 이런 사역에 권위를 실어 주어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기관으로 발전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넷째, 해외인턴제도를 통해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경험을 확대시키고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주겠다는 비전은 참으로 신선하게 느껴진다. 해외인턴제도는 해외자매교단인 한인교회나 현지교회 그리고 선교사들과 협력하면 아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 경우에도 KPM과 협력하여 KPM 선교사들과 함께 시행하기를 제안한다. 현재 우리 교단 안에서 감지되는 한 기류는 선교지에서는 교단을 초월해 보려는 움직임이다. 이러나저러나 복음을 전하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선교적 교류나 지원은 자유하려는 분위기가 있다. 교회나 기관이 국내에서 미자립 교회 지원이나 개척교회를 후원할 때에는 타 교단을 지원하지 않으면서도 선교지에서는 다른 잣대를 사용하려고 한다. 초교파적인 활동이 모두 부적절한 것은 아니다. 정부나 제도 혹은 사회적인 관습이나 구조들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고 긍휼사역이나 공의를 세우는 일에는 초교파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교단 선교목적은 선교지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복음을 전하여 개혁주의 교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단 교회들과 기관들의 총력을 모아서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교회나 기관들은 선교지에서 타 선교사들을 지원하고 그들과 어울림으로 KPM 설립 정신과 목적을 희석시키고 본 교단선교사들에게 위화감 혹은 소외감을 느끼게 하고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게 한다. 해외인턴제도도 KPM 선교사들과 협력하여 시행하면 상생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다섯째, 고신대학교가 모든 학생을 전문인 선교사로 만들겠다는 비전은 KPM이 추구하는 방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현재 KPM의 선교사 비율은 목회자 선교사 9:1 전문인 선교사로 구성되어 있다. KPM은 이 비율을 5:5로 맞추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비율이 역으로 바뀌어 1:9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교회의 구성원이 목회자 1:9 평신도 전문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선교사 비율도 이것에 일치해야 건강한 선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문인 선교사의 대거 파송이 필수적인데 고신대학교가 모든 학생을 직업을 가진 평신도 선교사로 훈련시켜 배출시키겠다는 비전은 정말로 고무적이다. 하나님께서 KPM과 고신대학교에 공동으로 내려주신 비전이라고도 생각된다. 고신대학교의 이 비전과 선교사 1,000명 파송이라는 KPM VISION 2020 이 함께 성취될 수 있도록 최대한 상호협력하기를 제안한다.  

전광식 선배의 고신대학교 총장 선출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그가 제시한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 회복과 선교적 비전을 환영한다.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은 곧 선교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 비전이 KPM의 실무적 사역을 통하여 큰 열매를 맺어 대학과 실무부서의 산학협력의 좋은 모델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