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한눈에 조망하는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1. 강의 소개

▲ 황희상 안산푸른교회

본 강의의 목적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구조 분석을 통해 오늘날의 교회교육에서 교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전체 구조와 문맥을 인과관계 등의 논리적 흐름에 따라 계층 구조(tree structure)로 분석하여, 이를 통해 드러나는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요리문답의 주요 강조점과 각 주제별 위상 등을 살펴보고, 다른 요리문답과의 유사점 및 차이점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요리문답의 구조분석에는 마인드맵 기법(mind-map)을 활용한다. 이것은 방대한 요리문답의 구조를 일목요연한 계층 구조로 표현시켜 구조적 특징과 범주 등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요리문답의 구조 분석에 계층 구조식 표현을 사용한 것은 본 연구자의 독창적인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방법론이 사용된 대표적인 예로는, 이미 400여 년 전인 1616년에 런던의 킹스턴에서 출판된, 토마스 카트라이트의 교리문답 해설서를 들 수 있다.1) 이 책은 매 문답마다 요리문답 본문의 문장 구조를 계층구조로 분석해서 표현해 두었다. 구와 절을 나누되, 주로 전치사 앞에서 끊고 관계대명사 앞에서 끊는 방식으로, 주어, 서술어, 목적어 등을 구분해서 도식화 함으로써, 교리문답 본문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체계화 시키고 있다.2) <PPT화면 참조>

본 강의에서는, 요리문답의 전체 구조를 쉽게 살펴보기 위해, 보충 교재로 이성호 교수의 저서 특강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흑곰북스, 2013) 상권 별책부록으로 들어있는 마인드맵(A2사이즈)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본문을 읽다가 문맥이 전환되는 지점에서부터 새로운 주제가 시작된다고 보고, 전체 본문을 몇 개의 큰 가지와 작은 가지로 구분한 뒤, 시각적으로 배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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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원제는 A Treatise of Christian Religion이며, 한국어 번역판은 기독교 교리 강론으로, 개혁주의성경연구소에서 출간되어 있다. 토마스카트라이트, 김지훈 역, 기독교 교리 강론, 개혁주의성경연구소, 2004.

2) 이 요리문답 해설서의 각 문답을 분석하여 논리적으로 연결해서 큰 그림으로 만들어 전체 구조를 확인해보면, 기독교 교리의 체계를 크게 ‘하나님의 본성(Nature of God)’과 ‘하나님의 왕국(Kingdom of God)’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하나님의 왕국’ 안에 하나님 자신에 대한 교리를 제외한 기독교 교리의 ‘모든 것’이 다 들어가게 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다른 요리문답에서 볼 수 없는, 토마스 카트라이트의 요리문답만이 가진 독특성이다. 그러나 이 책의 한국어 번역판은 아쉽게도 이러한 계층구조의 마인드맵 부분이 완전히 생략되어 있어서, 원문의 특징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2. 구조적 특징

부록 마인드맵을 관찰하는 실습을 통해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특징들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유일한 위안

우선 제1문이 전체 내용과 중심 사상의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내가 나의 주인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나의 주인이시기 때문에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위안이 된다는 감동적인 선언이 뿌리가 되어, 다른 모든 문답들이 출발한다. 그 안에는 기독교가 계율만을 부과하거나, 지적인 사색만을 요구하는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이 선물로 주시는 종교이며, 우리가 “사나 죽으나”3) 우리에게 평안과 위안을 주는 종교라는 점이, 감성적인 언어로 잘 나타나 있다.

2). , 구원, 감사

2문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오직 하나님이 위안이 되는 삶을 살고 죽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그 답으로 ‘죄’, ‘구원’, ‘감사’의 세 주제를 소개한다. 이 세 가지 주제가 그대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전체를 3부로 나누는 개요가 된다. 1부에서는 인간의 철저한 무능력의 원인으로서의 죄의 문제를, 2부에서는 그러한 상태로부터 구원받는 길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와, 그에게 연합되는 수단으로서의 ‘참된 믿음’을 소개한다. 그리고 제3부에서는, 그러한 구원을 주신 하나님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하는가를 이야기하면서 그 안에 회개와 기도를 말한다. 그리고 이런 논리적 흐름 가운데 전통적인 요리문답의 구성요소인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3). 참된 믿음

요리문답 전체의 중심축을 형성하는 한 단어가 눈에 띄는데, 그것은 2부의 초입에 등장하는 ‘참된 믿음’이다. 죄와 비참의 상태에서, 감사의 삶으로 전환하는 그 지점에 이 단어가 위치하였고, 그 이전과 그 이후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구원에 대해 설명하면서, 구원을 얻는 ‘의’를 위해서는 ‘참된 믿음’이 필요하다고 20문에서 밝힌다. 즉 아무나 다 구원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에 대한 바른 지식과 굳은 신뢰만이 구원 얻는 참된 믿음이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이 어떤 균형을 가져야 할 것인가를 시사해준다. 이어서 그 참된 믿음이 사도신경에 잘 표현되어 있다고 설명한 후(22) 이어서 사도신경의 내용을 설명해준다(23~58). 그리고 그 사도신경을 다 배우고 나서는, 59문에서 “지금까지 배운 이것이 너에게 무슨 유익이 있느냐?”고 묻는다.

3) 로마서 14 8,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의 표현을 요리문답 저자가 인용한 것이다.

 

여기서 다시 ‘참된 믿음’으로 ‘의’를 얻는다고 반복한다.4)

다음 그림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정량적 분석 방법을 사용해 본 결과이다. 어떤 문서에서 비중 있게 많이 다룬 주제가 있다면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가정을 해볼 수 있다. 그런 전제 하에서 요리문답의 문항 수를 기준으로 각 주제별 비중을 분석해 보았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주제별 비중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이 그래프가 나타내는 바와 같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전체의 절반 이상(51%)을 ‘참된 믿음’에 관한 설명 부분이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1문부터 85문까지, 대단히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이 요리문답은 참된 믿음에 대해 강조한다.5)

4). 지식과 신뢰

21문의 정의는 지식과 신뢰에 대한 균형을 추구한다. 복음에 대한 ‘확실한 지식과, 굳은 신뢰’, 이렇게 두 가지를 고루 취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상세하게 분류해보면 참된 믿음이라는 대 주제 안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유독 비중이 큰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사도신경’과 ‘성례’가 그것이다. ‘참된 믿음’은 그 정의와 같이 확실한 지식과 굳은 신뢰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확실한 지식에 대해서는 ‘사도신경(56%)’을 중심으로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으며, 굳은 신뢰에 대해서는 ‘설교와 성례와 권징(각각 2%, 26%, 3%)’을 통해 그 신뢰가 생기고 더욱 굳건해 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4) 일반적으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제1문에 등장하는 ‘유일한 위안’이라는 단어를 이 요리문답의 중심 단어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그보다는 21문에 등장하는 ‘참된 믿음’이 중심 단어라 할 수 있다. 이 사실은 저자 우르시누스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작성하기 이전에 작성한 개인적인 요리문답들을 확인해보면 자명하다. 우르시누스는 이미 스스로 108개의 문답으로 된 소요리문답과 322개의 문답으로 된 대요리문답을 작성한 바 있는데, 이들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저작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은 자연스럽다. 우르시누스의 대요리문답 제 3문은 곧바로 “참된 그리스도인이 누구인가” 묻고 있고, 그 답으로 “참된 믿음(True faith)”를 말하고 있다. (Ursinus: Large Catechism Q.3. Whom do you call a true Christian? A.3. One who by true faith is grafted into Christ and is baptized in Him.) , ‘참된 믿음’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주제는 우르시누스에게 있어서 프리드리히의 요청에 의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작성하던 도중 갑자기 튀어나온 생각이 아니라, 이미 그 전부터 그의 중심 주제로 가지고 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기록 및 역사에 대해서는 다음 책을 참조하라. Lyle D. Bierma and Paul W. Fields and Charles D. Gunnoe and Karin Y. Maag, Introduction to the Heidelberg Catechism, An: Sources, History, and Theology, baker academic. 2005.

5) 여기서 86문 이하를, ‘참된 믿음의 결과로 성도에게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삶의 모습’으로 정의한다면, 사실상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나머지 거의 전부가 ‘참된 믿음’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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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성례의 강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특히 그 신뢰를 굳게 해주는 것으로서의 ‘성례’, 곧 세례와 성찬을 매우 비중 있게(26%) 다루고 있다. 한국 교회는 믿음을 일으키는 수단으로 주로 ‘말씀’, 특히 설교 및 성경읽기의 중요성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그래도 성경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이다!) 그러나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이렇게 성례에 대해, 설교에 대한 것보다 무려 13배나 많은 26%의 분량을 할당하여, 대단히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성례가 무엇인지도 잘 가르치지 않고, 성례가 세례와 성찬이라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교회 교육 현실을 볼 때, 특히 성례가 성도들의 균형 잡힌 신앙에 있어서 바른 지식 못지않게 굳은 신뢰를 갖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때, 이러한 분석 결과는 성례에 대한 교육이 훨씬 더 강화되어야 함을 시사해준다.

 

6). 선행의 근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서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3부에 해당하는 ‘감사의 삶’이다.

“내가 이 구원에 대해 하나님께 어떤 방식으로 감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성도의 선행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선행이 구원의 조건이나, 공로가 아닌, 감사의 차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을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3, “감사”의 첫 문답인 제 86문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86. 우리의 공로가 조금도 없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오직 은혜로 우리의 죄와 비참함으로부터 구원을 받았는데, 우리는 왜 또한 선행을 해야 합니까?

: 그리스도께서 그의 보혈로 우리를 구속하셨을 뿐 아니라 그의 성신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여 그의 형상을 닮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모든 삶으로써 하나님의 은덕에 감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찬양받으시기 위함이며, 또한 우리 각􀀁사람이 그 열매로써 자신의 믿음에 확신을 얻고, 경건한 삶으로써 다른 사람을 그리스도에게 인도하기 위함입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성도의 삶의 목적, 혹은 근거를, 인간의 편에서 찾지 않고 하나님의 편에서 찾는다는 특징이 있다. 성도의 삶의 규범으로서의 율법을 따라서 사는 삶의 최종적인 목적이 인간 자신에게 있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영예(honor)와 영광(glory)을 지향하고 있다. 20문에서 ‘참된 믿음’으로 구원받는다고 했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선행은 무엇인가?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면 착하게 사는 것은 아무 필요가 없을까? 하는 질문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이에 대해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2부의 62~64문이 차근차근 논증하고 있다.

 

62 : 우리의 선행은 왜 하나님 앞에서 의가 될 수 없으며 의의 한 부분이라도 될 수 없습니까?

: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설 수 있는 의는 절대적으로 완전해야 하며 모든 면에서 하나님의 율법에 일치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세상에서 행한 최고의 행위라도 모두 불완전하며 죄로 오염되어 있습니다.

, 우리의 선행으로 과연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겠는가를 질문하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우리의 선행이 불완전하며 죄로 오염되어 있어, 하나님 앞에 설 수 없다고 단호하게 대답하고 있다. 그러자 이어지는 63문답에서 다음과 같이 다시 묻는다.

 

63. 하나님께서 우리의 선행에 대해 이 세상과 오는 세상에서 상 주시겠다고 약속하시는데, 그래도 우리의 선행은 아무 공로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까?

앞에서 선행이 공로가 될 수 없다고 설명하자, 그렇다면 선행이 무가치한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성경에 분명 선행을 하라고 적혀있고, 상도 주신다고 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를 되묻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어지는 대답은 다음과 같다. 

63문 답 : 하나님의 상은 공로로 얻는 것이 아니고 은혜로 받는 선물입니다.

, 하나님께 받는 그 상은 ‘선물’이지, 선행의 대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은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는 설명을 해주는 셈이다.6) 이렇게 ‘선행은 상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니까 64문에서 마지막 염려를 한다.

64. 이러한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무관심하고 사악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믿음으로 의를 얻는다면, 게다가 선행과 상 받는 것이 상관이 없다면, 굳이 선행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사람들이 악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변을 보자.

6) 이와 같은 논증을 따르면 우리가 받을 ‘상’의 개념도 달라질 수 있다. 즉 우리가 받을 상의 개념이 분명한 사람은, 상을 받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해야겠다는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 상은 은혜로, 선물로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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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문 답. 아닙니다참된 믿음으로 그리스도에게 접붙여진 사람들이 감사의 열매를 맺지 않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선행은 감사의 열매이기 때문에 당연하고 기꺼이 하게 되는 것이며, 그것도 우리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에게 연합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대답이다. 정리하면, 성도의 삶에 있어서 ‘선행’은 무엇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받은 것에 감사해서 하는 것이므로 본말이 뒤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문맥이다. 따라서 믿음으로 의를 얻는다는 것 때문에 선행을 안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보는 것은, 이미 그 선행을 선물이며 유익으로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문맥은 실제로 로마 카톨릭에 대한 저항의 성격이라 할 수 있다. 로마 카톨릭은 당시 종교개혁자 루터의 이신칭의(믿음으로 의를 얻는다) 교리를 부당하게 공격했다. , 믿음으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신교의 사악한 이단사설이 퍼지면, 선한 행위는 더 이상 중요시 되지 않아서, 사회가 문란해지고 도덕이 파괴될 것이라고 그들은 우려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종교개혁의 신앙이 퍼진 곳에서 오히려 사회 개혁과 도덕적 반성이 크게 일어났다. 법과 제도가 정비되고, 정직과 신용이 가치가 되었다. 거꾸로 중세 시대의 교회와 성도들의 타락상이 드러나고, 남몰래 저지르던 죄악들이 들춰졌다. 참된 믿음만이 성도를 참된 선행으로 이끌어준다.

 

7).감사의 삶: 회개와 기도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제3부를 상세히 분류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 전체의 34%를 차지한 ‘감사의 삶’에 대한 상세 그래프

3부 도입에 해당하는 86, 87문을 통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감사의 삶을 ‘회개’와 ‘기도’의 삶으로 나눠서 설명한다.7) 여기서 회개는 옛 사람이 죽고 새 사람이 사는 것으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회개를 단순히 죄를 부정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율법을 따라 선행을 하며 살아가는 ‘삶’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회개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십계명을 소개하며, 기도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주기도문을 해설하는 것이다. 16, 17세기 요리문답의 전통적 항목인 십계명과 주기도문이, 이 요리문답의 특징적인 구조 속에서 새롭게 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특히 십계명에 대한 비중은 전체 중에서도 높았고, 상세 비중에서도 대단히 높은 것(57%)을 볼 수 있다. 신자의 삶의 방식, 즉 ‘하나님께 감사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서의 십계명’8)에 대한 교육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서는 매우 강조된 것이다. 이것을 볼 때 오늘날 성도의 변화된 삶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며, 또 그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3.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성도들의 근본적인 신앙교육에 필요한 진리들을 잘 담고 있는 커리큘럼이면서 동시에 성도의 삶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을 요청하는 커리큘럼이 될 수 있다. 이 요리문답의 서술 방식 및 그 유용성에 대해, 헤르만 바빙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리를 그리스도인의 삶의 전체와 직접 관련지어주며, 학문적인 논쟁과 한가한 사색들에서 보호해주며, 또한 각 교리를 접근함에 있어서 항상 그것이 정신과 마음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지적해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믿는 것이,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하심을 받았고 영생을 상속으로 받을 자라는 사실이, 과연 여러분에게 무슨 유익과 위안을 주는가 하는 것이다.9)

즉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성도 자신의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출발하여, 구원의 하나님을 발견하였고, 그것이 그 성도의 변화된 삶의 핵심 근거가 된다는 점층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요리문답은 올바른 신앙의 전통 위에서 공교회가 역사적으로 함께 개발하고 검증하여, 교회 회의를 통한 공인 절차를 거쳐 사용해온 권위 있는 커리큘럼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성도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들을 골고루 담고 있는 균형 잡힌 커리큘럼이었다. 과거의 산물로만 치부되어, 지금 우리의 형편에는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외면하던 이 요리문답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이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작성자들의 의도가 오늘날의 교회에도 동일한 적용점으로 남아있다고 본다면, 우리는 이것을 가르칠까 말까를 고민할 단계가 아니라, 가르치되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의 개선과 효과적인 전달 방식을 고민해야 마땅할 것이다.

7) 이 사실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특정 항목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요리문답의 계층구조 분석을 통하여 가시적으로 드러난 중요한 사실이다.

8) 이처럼 십계명을 ‘구원 받은 성도가 지켜야 할 삶의 지표’로 보는 것에 대하여, 칼빈은 기독교강요 3권에서 ‘율법의 제 3용법’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칼빈, 기독교강요 ()(서울: 생명의말씀사, 1988), 516-518.

9) 헤르만 바빙크, 개혁교의학 개요 (경기: 크리스챤다이제스트, 2004), 14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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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요리문답의 구조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회교육의 시사점

1) 성도의 균형 잡힌 체계적 신앙 교육을 위해서는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 중심의 전통적 요리문답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2) 이러한 요리문답 교육을 할 때는 단순히 외우는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논리적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 요리문답의 한 질문과 다음 질문 사이에는 “문맥”의 흐름이 있다. 따라서 문맥을 고려하며 읽을 때 유익이 있다. 뿐만 아니라, 커리큘럼을 만들 때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단원을 끊어서 가르지 않도록 주의를 기해야 한다.

3) 참된 믿음은 그저 열심히 믿는 신심이 아니라, 바른 지식과 이에 근거한 굳은 신뢰이다. 그리고 그러한 신뢰는 하나님께서 교회를 향해 주시는 선물이다. 이것은 말씀과 성례라는 방편으로 성도에게 가까이 있다. 따라서 교회교육에서는 바른 지식을 가르치기 위한 사도신경 교육과 더불어, 굳은 신뢰를 일으키는 은혜의 방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4) 성도의 삶이란 구원의 은혜에 자발적이고 인격적으로 순종하는 감사의 삶이어야 하며, 그 삶은 매우 실천적이며 적극적이고, 수준 높은 책임을 요구하는 도덕적 삶을 지향해야 한다. 따라서 교회교육은 십계명과 그에 근거한 기독교윤리를 더욱 강조하되, 자칫 율법주의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나님이 우리에게 행하신 일에 대한 감사에서 우러나는 도덕적 실천이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와 같은 시사점들을 오늘날 교회교육의 커리큘럼에 적용한다면, 교육 현장에서 보다 균형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좋은 교재를 개발하는 작업에도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교단의 교육부나 개교회의 교육담당 부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매번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자원을 소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교회마다 가르치는 것이 서로 다른 현실을 극복하여, 사도적 신앙전통에 일치된 가르침으로 교회의 연합과 성도의 교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부차적으로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들을 잘 가르치게 됨으로써 성도들이 이단의 공격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될 것이다.

주께서 은혜 더하시기를 구하며….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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