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교단, 물량주의 벗어나야 산다”

향상교회 정주채 담임목사 파워인터뷰  

일제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교회의 순결을 지키는 데 앞장섰던 예장고신총회(총회장 이한석 목사)가 산하 학교법인(고려학원)의 부도 사태를 맞은지 세 해를 넘기고 있다.

고려학원이 아직도 교육부의 관선이사 체제 아래서 별다른 개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고신교단 내 개혁성향 인사들이 인터넷 토론마당 코람데오닷컴(www.kscoramdeo.com)을 결성해 교단 안팎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코람데오닷컴의 산파 역할을 한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담임목사)는 고신교단 내 대표적인 개혁성향의 목회자로, 2000년에는 19년간 목회를 해 오던 잠실중앙교회 담임목사직을 떠나 직접 향상교회를 분립·개척해서 교계와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고신교단을 물론 한국교회에서 주목받는 목회자인 정주채 목사를 만나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신교단이 나아갈 바와 한국교회의 여러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최근 고신교단 내에서 코람데오닷컴이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코람데오닷컴을 결성하시게 된 계기와 지향하시는 바가 무엇입니까?

  범 교단적으로 교회 갱신 바람이 많이 불고 있습니다. 고신교단에서도 마찬가지로 교회가 어쨌든 개혁돼야 되고 바르게 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상호간의 정보공유, 정보교환 이런 것들이 잘 되어지지 못했습니다. 또 각 교회들을 다녀보면 신실하게 목회를 잘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교단 내 현 사태와 맞물려서 우리 교단 신문에서는 교단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에 대해 거의 공식적인 보도 외에는 보도가 안 되고, 특별히 교단 학교법인 정상화 문제 때문에 다들 지금 마음들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런 것들에 대해 거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왕 만들려고 했던 것을 조금 빨리 만들어서 교단이 정상화되는 부분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또 정보교환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조금 빨리 만들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코람데오닷컴에 발기인들 7명 외에 1백명 정도가 실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활동을 교단 내에서 자꾸 정치적인 관점에서 많이 보고 또 그런 비판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적극적으로 회원을 모집하거나 조직하거나 이런 일들을 미루고 있습니다. 9월 총회를 마치고 실제적으로 조직화하고 정식으로 출범할 생각입니다. 지금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참여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Q. 코람데오닷컴을 단순한 정치적 계파 모임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그런 얘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참 아쉬워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다 개혁파 아닙니까? 정말 말씀대로 바르게 하자는 운동인데, 개혁운동이 일어나면 그것을 하나의 정치집단으로, 정치적 파벌로 몰아가 적대시해버립니다. 참 아쉽습니다. 우리가 성명서를 발표해도 그것을 정치색깔로 판단합니다. ‘이 사람들이 자기들의 세력을 잡기 위해 이렇게 나오는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봅니다. 과연 우리가 지적하려는 것이 무엇이며,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것을 보기 전에 하나의 정치 파벌로 봐버리니까 참 답답합니다. 물론 우리도 조심해야 합니다. 파벌적인 정치세력화가 되어버리면 개혁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내적으로 영적인 세력화는 필요합니다. 이게 모아져야 개혁운동이 됩니다. 이것을 단순히 표피적인 정치집단, 정치파벌 이런 식으로 몰아가고, 또 그런 것을 지향해 나가면 상당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Q. 고신교단 내에서 보수파, 개혁파 등 계파는 언제부터 갈리기 시작했습니까?

제가 1996년도에 안식년을 하고 돌아오니까 신문에 개혁파란 말이 쓰이고 있더군요. 그전까지는 고신 안에 소위 돼지파와 부곡파가 있었습니다. 돼지파는 연원이 깊은데, 옛날에 시골교회들을 돕기 위해 여유 있는 교회들이 시골교회에다 돼지를 사줘서 그걸 가지고 경제적인 도움을 주면서 생긴 게 돼지파고, 이 돼지파에 반발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이분들이 주로 부곡온천장에서 모여서 부곡파가 됐다고 합니다. 그러다 헤드 리더에 있던 분들이 한 분 한 분 은퇴하시고, 이런 과정에서 두 파벌간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둘이 하나가 됐습니다. 그러다가 신진세력, 젊은 사람들이 소위 기성세력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비판하고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걸 개혁파라 얘기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그러나 파벌이라는 것이 백 프로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있음으로서 어떤 면에서는 토론이 이뤄집니다. 공산당처럼 한 당만 있으면 아무 토론도 이뤄지지 않고 잘 못 가면 영 잘못 가버리는데, 파벌이 있으면 팽팽하게 서로 토론해서 건전한 방향을 찾아가게 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돼지파, 부곡파가 있을 때는 정권이 바뀌듯이 한 해는 부곡파에서 총회장이 되고, 다른 해는 돼지파에서 총회장이 되고 그러면서 상당히 건전하게 지내왔습니다. 그러다가 오히려 보수파가 정치를 독점하면서 겉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소위 개혁파 쪽에서도 비판만 했지 실제 정치에 참여는 안했습니다. 물론 몇몇 사람들이 참여하기도 했고, 그 사람들 때문에 개혁파가 좀 오염된 부분도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소위 개혁파에 속했던 사람들이 임원이 된다든지 이사가 된다든지 이런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 근래 들어 조금 새로운 관심들이 생겼습니다. 코람데오닷컴을 만들면서 그런 얘기들이 흘러 나왔는데, 우리는 말만 하고 가만히 뒤에서 보고만 있으니까 총회 집행부와 임원들이 자기네들 생각대로만 가버린다는 겁니다. 그래서 말을 할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Q. 개혁파가 고신사태 단초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그런 오해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복음병원 바로세우기 운동본부장을 했는데, 그것에 대해 괜히 조용했던 일을 떠들어가지고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어버렸다고 말들을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건 큰 오해입니다. 그 때 우리가 봤을 때는 이런 식으로 가면 망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결단을 해야 한다는 정말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일어났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예언처럼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해 복음병원 문제를 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틀림없이 이건 송도 복음병원의 문제가 된다, 송도 복음병원이 넘어지면 단순히 병원만 넘어지는 게 아니라 교단 전체가 다 휩쓸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해 복음병원 문제를 빨리 수습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난리법석을 떨어서 김해 복음병원 문제를 처리하기로 결정했는데, 집행부에서 총회결의를 엎어버렸습니다. 그래놓고 오히려 우리에게 잘못된 결과를 둘러씌우는 겁니다. 그래서 김해복음병원이 처음에는 6억밖에 빚이 없던 것이 179억까지 불어나고, 그걸 처리 못해서 결국은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오늘의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물론 관선이사가 들어오기 직전 이사회에는 소위 개혁파에 속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분들의 실수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소위 비개혁파라고 할까 보수파라고 할까 그 사람들이 집요하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방해를 했습니다. 관선이사가 나오게 된 직접적인 원인도 소위 보수파에 속하는 두 분 목사와 두 분 장로가 교육인적자원부에 이사장 선출이 잘못됐고, 이사 구성도 잘못됐고, 거짓으로 된 것처럼 진정서를 올리고, 그것 때문에 감사가 나오게 됐습니다. 그 다음에 소위 병원 쪽에 있는 보수적인, 본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노조를 움직여 이 지경을 만든 것입니다. 그 부분들은 역사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누군가 역사적으로 객관적으로 이걸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개혁파와 보수파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수도남노회에서 이번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여기까지 이르게 된 과정을 역사적으로 밝히도록 위원회를 조직하자고 해서 총회에 청원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Q. 총회 임원과 복음병원장, 고신대 총장이 부도해결과 관선이사 퇴진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고, 심지어는 서로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방법은 무엇일까요?

참 답답한 부분인데, 제가 보기엔 총무가 너무 전횡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전횡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집행부가 자기들의 의견을 가지고 소신껏 해나가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토론하는 과정들이 이뤄져야 합니다. 특별히 기관장들과는 긴밀한 토론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기관장들이 모든 실권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교단 집행부가 떠들어도 기관장들이 도장을 찍지 않으면 하나도 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기관장들을 배척해버리고, 기관장들을 고용인으로 밖에 안 여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일 단적인 말이 ‘머슴들하고 무슨 얘기를 하냐?’는 것입니다. 이건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최근 장로수련회에서도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될 일도 안 됩니다. 회사 경영자도 노조들하고 얼굴 맞대기 싫을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맞대고 이야기하고 싸우고 해서 해결해 나가는데, 기관장들을 제치고 자기 생각대로만 하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급기야 자신들은 소신대로 하는데 여기에 협력 안 한다며, 이런 사람들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관장들은 도리어 역으로 나옵니다. ‘당신이 퇴진돼야 한다, 당신이 진짜 앞뒤를 모른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 기관장들의 말이 합리성이 있습니다. 집행부에서는 관선이사를 당장 퇴진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지금 당장 부도를 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관장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부도를 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면 부도를 풀었을 때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 우리가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로 인해서 새롭게 파생되는 일들은 있는지 이런 것들을 아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검토 없이 그냥 ‘빨리 정이사 체제로 돌아와야 한다, 이거 우리 재산인데 우리가 찾아야 한다, 우리는 주권을 찾아야한다.’ 그런 감성적인 하나의 이슈만 가지고 문제를 풀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총회 임종수 총무님하고 얼마 전에도 만나봤지만 ‘우리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 이거 한 가지입니다. 요즘 군국작전통수권 환수하고 비슷합니다. 작전통수권이 환수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우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얼마고, 이런 것들을 충분히 서로 토론하면서 이뤄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우리 주권을 찾아야 한다, 우리 소윤데 우리가 뺏겼다, 그런 관점에서 봐야할 게 아니고 환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과정을 겪어야 되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고, 여러 의견들을 청취도 해야 합니다. 특별히 기관장들하고 긴밀하게 협의를 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엔 집행부가 기관장들을 이용해야 하는데, 기관장들을 적대시함으로서 될 일도 안 되게 만들고 있습니다.

Q. 부도해결을 위한 재정은 어떻게 확충할 수 있습니까?

소위 정이사체제로 돌려야 한다는 그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어떤 재정이든지 막 끌어대 가지고 일단 부도를 해소시키려고 하는 것에 저는 아주 근본적으로 반대합니다. 이렇게 가면 안됩니다. 이렇게 가면 진짜 다시 또 망할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주장했던 대로 김해 복음병원의 문제는 김해 복음병원 자체에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거기가 부도가 나든, 파산이 되든, 살려내든, 그 자체 문제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지금 송도 복음병원의 문제도 송도 복음병원의 문제로 한정을 시켜서 그 안에서 해결해야 됩니다. 돈을 끌어대는 것도, 부도를 해소하고, 조직을 개편해서 구조조정을 하는 것들도 그 단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이걸 살리기 위해서 교단 돈을 써 버리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단 재산 외에 현재 부담해야 할 돈이 1백억원 정도입니다. 1백억원은 우리 교단으로 봐서는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이 돈이 결국 어디서 나옵니까? 교회에서 헌금해서 상회비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헌금이 씌여져야 할 곳은 너무 분명합니다. 교육과 선교와 봉사를 위해 씌여져야 하는데, 이 돈을 복음병원 경영실패를 수습하기 위해, 심지어는 외부부채해결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크게 보면 복음병원도 선교단체고, 크게 보면 구제단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복음병원을 보고 저게 정말 구제단체다 선교단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교회하고는 다른 것입니다. 교회 헌금은 교회 헌금답게 사용돼야 합니다. 신학교에 지원해야 할 돈 다 뺏어서 이자나 주고, 그것 가지고 사채나 갚고,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 점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본래 문제를 발생시켰던 그런 부분들을 그 테두리 안에서, 복음병원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하려고 해야 합니다. 거기서 해결이 안 되면 그 자체로서 끝나야 합니다. 같이 물고 들어가서 같이 망해서는 안됩니다.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정말 분명한 선이 있어야 합니다.

Q. 고신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 절차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학교법인이 빨리 정이사 체제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을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어디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시작해야지 단순히 정이사 체제를 찾아오느냐 아니냐 그런 관점에서 시작해서는 될 일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미 글을 통해서 많이 발표를 했지만, 우리 교단이 물량주의 경제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제일 먼저 해야 할입니다. 복음병원이 장기려 박사에서부터 박영훈 박사에게로 이전되는 상황에서 제일 큰 변화가 뭐냐 하면, 그 전까지는 복음병원이 순수한 구제 봉사에 역점을 뒀다면, 그 이후에는 성장, 발전, 물량 같은 완전히 경영체제로 바뀐 것입니다. 그때 간과했던, 잃어버렸던 정신을 다시 회복돼야 합니다. 이런 정신적인 회복운동, 이념적 회복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운동이 일어날 수 있을지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신이 살아나지 않는 한 ‘정이사 체제로 돌아왔으니까 우리 주권을 찾아왔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법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하나님의 요구가 무엇인가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그걸 해결해 나가야 진짜 해결이 된다고 봅니다.

그 다음에 저는 복음병원의 경영은 꼭 교단에서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분리시킬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은 많이 연구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제3자가 인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경영할 수 있는 능력과 준비가 안됐다면 설립이념을 따라 잘 경영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야 합니다. 그런데 교단 정서상 제3자 인수는 굉장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그런 이야기를 예전에는 상당히 공공연하게 이야기했는데, 사실 3자 인수란 지금 교단집행부가 말하는 전문경영인 체제와 같은 것입니다. 교단 안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린다는데 저는 그야말로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복음병원과 교단과의 관계가 새롭게, 분명하게 분리 돼서 정리되지 않으면 힘들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정신적인 회복이 중요합니다. 어쩌면 병원 때문에 우리 교단이 오염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큰 병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병원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신학교를 짓고 우리 교단의 일들을 많이 할 수 있다’. 소위 이런 생각들을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복음병원은 교단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Q. 56회 고신교단 총회는 어느 해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별히 보수파와 개혁파의 맞대결 양상으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총회에서 나서는 지도자들에게 하시고픈 말씀이 있으십니까?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하고 바르게 하면 좋겠습니다. 이전의 경우에 어느 계파든 마찬가지였습니다. 자기도 언필칭 개혁파라고 하면서 나오는 사람도 소위 비개혁파라고 하는 사람들의 행태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투표에서 떨어지면 떨어질지언정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돈 안 쓰기로 하고, 서로 밥 사주고 만나고 이런 거 하지 말자고 합의했으면 그대로 해야 합니다. 되고 안되고는 하나님 뜻에 맡기는 것입니다. 이런 일도 바르게 하지 못하면서 어디가서 하나님의 뜻이 어떻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다들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Q. 최근 개정사학법에 대해 개신교가 정관개정 반대 등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고신대는 사학법의 가장 대표적인 피해자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개정사학법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사학에 어떤 비리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핑계로 자율권을 훼손시키는 것을 기본적으로 반대합니다. 비리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구실로 자율권을 제한시키는 것이야말로 공산주의적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비리는 비리로 다스려야 되고, 그리고 가능하면 교육에는 자율권이 주어져야 합니다. 교육은 가장 창조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창조적인 것은 자율에서 나옵니다. 사람이 새롭게 무엇을 할 수 있을 때 창조적인 게 나오지, 틀 안에 가둬놓으면 창조적인 것이 나올 수 없습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입니다. 그런데 군사정부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교육 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자율권이 뭐가 있습니까? 학생들은 학교 선택권이 없습니다. 배정해 준 데에 가야합니다. 부모도 마찬가지로 교육에 관여를 거의 할 수 없습니다.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들도 정부에서 거의 모든 지침이 다 내려옵니다. 중고등학교는 놔두고서라도 대학에서도, 심지어 대학 논술 시험까지도  문제가 이렇다 저렀다 간섭할 정도입니다. 한국의 교육의 위기는 정부의 통제 때문에 온 것입니다. 물론 통제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가진 자의 기득권만 길러주는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런 위험들을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지, 무조건 묶어가지고 정부가 통제하려는 것은 안됩니다. 그러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Q. 최근 ‘대북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특별선언’에 참여하셨습니다. 앞으로의 대북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햇볕정책 자체가 다 부정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따뜻함을 줘서 그들이 긴장이 풀게 만들고, 그래서 마음을 좀 놓고 대화가 이뤄져야 하는 게 필요합니다. 무기를 들고서는 대화가 제대로 안됩니다. 그런 점에서 햇볕정책에 좋은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햇볕정책이 실패한 부분은 돈을 갖다 준 것입니다. 돈을 갖다 주는 형식으로 이뤄지니까 국민적인 합의가 안 되고,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또 북한 정부가 그 돈을 가지고 주민들 생활을 돌본 것이 아니라 무기 사들이는 데 사용된 것이 너무도 분명해졌습니다. 그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저는 1992년부터 ‘평화통일을위한 남북나눔운동’에 참여해 왔고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남북나눔운동에서는 철저하게 현금은 주지 않고 현품을 전달하고, 가능한 한 북한 주민들에게 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일부러 중국의 좋지 않은 쌀, 중국에서 만든 국수, 그 사람들이 만든 조잡한 과자들을 보냈습니다. 왜 그랬냐 하면 그래야 가난한 주민에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아주 좋은 쌀, 좋은 국수는 주민들에게 가는 게 아니라 고급 간부들에게 가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그 다음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소위 통일 자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통일은 우리가 다 바라는 바고, 그렇게 돼야 합니다. 그래야 하루빨리 이 민족의 상처가 치유되고, 새로운 역사의 회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희생하면서까지 통일돼야 한다는 부분은 다시 생각해봐야합니다. 가치기준이 명백해야 합니다. 북한식의 통일, 그런 식으로 통일해야 하는가? 그건 아닙니다. 우선 과제는 통일이 지상목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입니다. 백성들이 자유롭게, 또 자신에게 주어진 개성들을 발휘하면서 살아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회복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한 선교단체의 아프간 평화행사가 결국 취소되는 사태를 맞았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단체를 지칭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어쨌든 그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인터콥에서 정말 헌신적으로 뜨겁게 선교하려는 정신은 높이 평가하지만 방법은 그렇질 못했습니다. 우리의 열정과 힘을 물량을 가지고 세속적인 힘으로, 이벤트로 표현하는 것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선교는 겸손하게 이뤄져야 하고, 그 다음에 어디까지나 피선교지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선교하는 사람이 중심이 될 게 아니라, 선교지에 형편과 상황과 또 그 사람들을 항상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서 한번 큰 소리 치고, 주여 하고 부르짖고, 이런 식으로 하고 나면 우리는 뭔가 한 것 같고 기분이 좋을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선교지의 사람들, 그 선교지의 숨은 자리에서 선교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난처하겠습니까? 아마 아프간 선교 분위기가 예전대로 형성되려면 앞으로 또 수년이 걸릴 것입니다. 그동안에 돋아난 싹을 짓밟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70인 전도사들을 보냈더니 돌아와서 기분이 좋아서 ‘우리가 기도했더니 귀신이 나갔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사단이 하늘로부터 번개 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고 하시면서 하신 말씀이 ‘귀신들이 너희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시사성이 큰 말씀입니다. 우리가 정말 어디에 초점을 줘야 할 것인가, 누구에게 초점을 줘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비판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지만, 선교는 영적인 전투입니다. 영적인 전투를 오히려 육적으로 한 것이 아닌가 봅니다. 우리가 대적해야 할 것은 혈과 육이 아닙니다. 그런데 영적전투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사람들 모아서 줄지어 행진하고, 큰 행사 열어서 이벤트 하는 건 영적인 싸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준비하시는 분들은 영적전투를 한다고 하는데, 영적전투를 영적으로 안하고 왜 육적으로 하느냐 그게 아쉽습니다.

Q. 통계청 종교인구 발표 이후 개신교계가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한국 교회의 문제점과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 마디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질이 낮아진 것이 기본적인 원인입니다.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결국 문제의 근원을 찾아 들어가면 거기에 있습니다. 많은 신학교들이 난립하고 거기서 그야말로 ‘아무나 오게’ 해서 지도자를 키워냈습니다. 교인들은 ‘아무나 오게’ 할 수 있지만, 지도자는 그렇게 세워서는 안 됩니다. 천주교가 성공한 것이 그 부분입니다. 천주교 신학교에서 100명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학생들이 500명 정도 왔어도 거기에 자기들이 봐서 자격기준에 맞지 않으면 90명만 뽑고 맙니다. 정말 잘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우선 필요에 의해 뽑는 것이 아니라, 자격을 더 중요시한 것입니다. 그 정책이 천주교를 저렇게 성공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우리가 정말 본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기독교는 그게 통제가 안 됩니다. 그냥 더 필요하다, 통일되면 얼마든지 사람이 필요할텐데 하면서 그야말로 아무나 오게 해서 목사를 양산해 냈습니다. 그 결과 지도자들의 저질화를 낳았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실제로 능력 있고 카리스마가 있고 정말 파워가 있는 지도자들이 막판에 소위 세속화 돼 버린 일입니다. 여기서 또 한국교회가 치명상을 입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 7,80년대 부흥운동을 이끌어왔던 분들의 마지막이 깨끗하지 못했습니다. 그분들이 그때의 그 영성과 그때의 부흥의 열기를 그대로 지속해 나갔더라면 정말 한국교회는 새로운 세대에 의해서 새로운 역사가 창출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을 것인데, 7,80년대에 부흥운동을 이끌었던 목사님들의 대부분이 교회세습을 했습니다. 그것은 엄청난 세속주의입니다. 아주 작은 교회가 대물림을 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런데 아주 대형교회가, 명예와 권력과 부귀를 다 갖추고 있는 교회를 대물림했다는 것은 치명적인 잘못입니다. 이것이 한국교회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결정적인 두 번째 이유입니다. 이것도 크게 말하면 지도자들의 저질화입니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희망이 있느냐에 대해서 저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회자의 저질화에도 불구하고 많은 양이 있다 보니까 그 속에 상당히 좋은 분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지금 젊은 목회자들 가운데 참신하고 능력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희망이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또 평신도들의 수준이 높아져 지금은 소위 교회다운 교회, 목사다운 목사를 찾아다니고, 교회들에 대해서 바라는 것도 있고, 그런 기준을 가지고 비판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교회가 정화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Q. 신학을 하시게 된 계기와 목회철학을 들려주십시오.

신학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합니다. 어릴 적에 목사님이 제일 멋있고, 존경받고 그러니까 어린 마음에 막연히 나중에 목사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크면서도 변함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신학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저의 목회철학으로 성경구절 세 군데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신학교를 마치고 목회를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구절들인데, 지금은 그 말씀들이 저의 모토처럼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말씀은 요한복음 10장 10절 말씀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 이 말씀에서 목회의 목적을 분명히 발견하게 됐습니다. 생명을 얻게 하고 풍성히 얻게 한다, 그것이 교회와 목사가 가진 분명한 목적이 아니겠습니까? 그 전까지는 분명한 목표를 잡지 못했습니다. 교회가 부흥해야 하지만, 무엇 때문에 부흥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이 말씀을 새롭게 보게 됐습니다. 풍성히 얻는다는 것은 삶의 기쁨과 의미, 이런 것들이 분명한 삶인 것입니다. 단순히 목숨만 부지하는 삶이 아닙니다.

두 번째 말씀은 로마서 12장 1,2절인데, 이 말씀은 잠실중앙교회 목회 초기에 굉장히 어려움을 당할 때 발견한 말씀입니다. 제가 잠실중앙교회 부목사로 있다가 담임이 됐는데, 부목사로 있을 때부터 교회가 엄청난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파가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습과정에서 제가 이렇게 하면 저쪽에서 야단이고, 저렇게 하면 이쪽에서 야단이고, 제가 어디다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때 기도하다가 ‘산 제물이 되리라’ 제가 그런 삶은 못살고 있지만, 어쨌든 당시에 깨달은 것은 ‘산 제물이 되리라’ 였습니다. ‘이 교회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면 나 하나 희생해서 교회가 제대로 된다면 나는 내 자신에 대해서 더 이상 관심을 갖지 말자, 나는 이미 드린 몸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에 이어서 나오는 말씀이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그 말씀이 저한테 굉장히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하나님 말씀대로 기도하고, 이것이 옳다하면 그대로 가겠다’ 그런 결심을 하고 그렇게 해보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 감사한 것은 그때 제가 그 결심을 하고 일어선 날 아침부터 교회는 수습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결심만 하고 일어났을 뿐인데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정리하셨습니다. 정말 분명한 저의 간증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도행전 20장 19절 말씀입니다. ‘곧 모든 겸손과 눈물이며 유대인의 간계를 인하여 당한 시험을 참고 주를 섬긴 것과’. 이 말씀 그대로 겸손과 눈물과 인내로 교회를 섬기는 것이 목사의 당연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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