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한 일상에서  지형은 목사

 

▲ 지형은 목사 서울신대 연세대연합신학대학원(Th.M) 독일보쿰대학교(Th.D) 성락성결교회담임

삶은 저리도 복잡했던 거다.
서로 잡아당긴 듯 다닥다닥 붙은 집들
비 새는 걸 막으려고 지붕을 덮은 천막...
바람에 날아가지 못하게 그 위에 얹어놓은 돌들
담벼락을 타고 올라간 가스 배관들과
전신주와 공간을 지나는 전선이
삶이 그런 것처럼, 필요할 테지만 어지럽다.

삶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았던 거다.
좁은 길은 골목으로 이어지고
골목은 또 더 좁은 골목으로 흐르는데
갑자기 막히는 길도 있었을 게다.
길이 좁지만 사람이 다닐 정도는 되는데
이웃이 서로 싸우다 담을 쌓은 데도 있겠지.

삶의 여정이 아름다워 사람이 고마울 때도 있지만
종종 사는 게 힘들고 그래서 이악해지기도 한다.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거나 앞길을 내다볼 틈도 없이
어떻게든 그저 생존을 견디며 지금을 살아왔다.

그러나 저기에 있는 나와 우리네 삶은
여기까지 걸어와 이렇게 존재하는 것으로도 장하다.
받은 생명은 다 소명이라고 인생관을 정리하지 못했어도
남몰래 눈물 흘리며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그러면서 만나는 사람들, 거기서 피어나는 정겨움
다닥다닥 붙어 있어 삶의 결이 서로 이어지고
소박한 꿈이 이루어질 때마다 제 일처럼 기뻐했다.
우리네 삶은 그렇게 아름다웠던 거다.

혹시 느끼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여전히 다닥다닥한 일상에서
우리는 시나브로 아름다워지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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