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북한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유신일 교수는 고신대학교 교수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올해 들어 통일이 화두에 오르고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대박이라는 단어를 써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과연 통일이 갑자기 다가온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그 로드맵을 하나하나 만들어야 한다정부 차원에서 준비는 하고 있겠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또한 한국교회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아직 막막한 상태이다유교수는 평양과기대를 방문하고 강의를 통해 그들의 삶과 생각 등을 정리하면서 북한을 도울 방법을 교육자답게 교육이라고 힘주어 말한다코닷이 통일한국이라는 장을 마련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기고를 해왔다.  -편집장 주-

 

▲ 유신일 교수 고신대 교수

1993년 이후 친구인 중국사회과학원 여정(呂政)교수와 201210월 평양과기대를 방문하고 강의를 했었다. 여정 교수는 중국 사회과학원 공업경제 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저명한 경제학자인데, 현재 중국내에서 총 100여명이 안 되는 사회과학원 학부위원(한국의 학술원 위원)이기도 하다. 여정 교수는 중국어로 중국식 개혁 개방에 대해 강의했고, 평양과기대의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기에, 필자가 영어로 통역을 했었다. 중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중국식 개혁개방이라는 단어 이지만, 북한에서는 개혁개방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금기시 되어 있기에 통역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개혁(Reform)을 선진화(to advance) 혹은 혁신(Innovation)이라는 단어로, 개방(Openness)을 글로벌화(Globalization) 혹은 국제화( Internationalization)로 주로 통역하다가, 강의 중에 개혁개방이라는 말이 너무 자주 나와서 때때로 개혁개방(Reform and Openness)이라는 말도 사용했었다.

강의가 끝난 이후 왜 북한에서 중국식 개혁개방을 강의하며, 중국식 개혁개방을 강요하느냐? 라는 비판이 들려 왔었다. 비판을 무마시키고자, 필자가 강의할 때, 여정 박사가 북한에게 중국식 개혁개방을 강요한 것이 아니고, 중국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했듯이, 북한도 북한식 경제 발전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도였다고 부연 설명한 적이 있다.

사실 그렇다! 북한의 사회주의와 중국식 사회주의가 서로 다른 점들이 있다. 예를 들면 중국 공산당 기에는 혁명을 상징하는 붉은 바탕에 망치와 낫 그림이 있으나, 북한 노동당 기에는 망치와 낫 사이에 지식인을 상징하는 붓이 하나 더 있다. 중국의 사회주의는 문화대혁명(1966-1976), 지식인을 당시 9등급 계층 중에 제일 꼴찌인 9등급으로 분류하며, 지식인을 반동분자로 멸시하고, 10년간 대학을 폐교하며, 지식인들이 농부에게서 배워야 한다며, 농촌으로 추방했다. 소위 하방정책(下放政策)이었다. 그 결과는 오늘날 중국의 노동 시장과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에, 북한 사회주의는 줄곧 지식인들을 우대해 왔고, 활용해 왔으며,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관계자들을 영웅으로 대접했었다.

▲ 금강산 부근 북한 해수욕장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도할 때와 2014년 북한의 현재 상황도 서로 다르기에,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참고할 필요는 있지만, 중국식 경제 발전 모델을 모방해서는 안된다. 중국식으로 개혁 개방할 경우, 대규모 경제인 중국과는 달리 소규모 경제인 북한은 순식간에 정말 중국화, 중국 기업들이 판을 치는, 북한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종속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북한인들이 돈만 있으면 자유롭게 사고팔고 할 수 있는 평양의 통일 시장 같은 시장이 북한 곳곳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평양 광복 백화점 같은 해외 합작 백화점을 비롯한 여러 백화점들도 북한 전역에 이미 산재해 있다. 북한은 또한 개성공단은 물론이고 라진선봉 지역과 황금평 위화도 등 여러 경제 특구를 지정해서, 경제 개발도 시도하고 있다.

북한에서 이러한 돈벌이를 위한, 즉 경제발전을 위한 큰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 흐름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어서, 쉽게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돈벌이를 위한 큰 흐름이 북한 전역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돈벌이와 함께 빠르게 보편화 되고 있는 것이 돈을 벌어서 쓰는 즉, 최근 몇 년 간 북한 소비문화의 변화이다. 한때 부산의 중국 항공(Air China) 사무실 책임자가 현재 평양 중국 항공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평양에서 만난 그 여자 분의 표현으로는 돈만 있으면 평양에서도 부산에서처럼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2013년 여름 금강산 부근의 해변에서 만난 여러 부류의 피서족들은 여러 종류의 물놀이 튜브로 즐기고 있었고, 모토 바이크로 모레 위를 달리는 부자(父子)도 있었다. 금강산에서 하산할 때는 가족 단위로 놀러온 가족들이 지나가는 멋진 미남(?) 필자와 사진 찍자며, 여러 가족들이 디지털 카메라로 모델이 되기를 필자에게 서로 요청했었다.

▲ 금강산 하산 중 북한의 한가족들과 함께

필자는 1993년 이후 중국 대학에서 교수하면서, 여러 부류의 북한 전문가들과 교류해 왔다. 연변/평양과기대 김진경 총장님을 비롯한 연변 지역의 여러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중국 사회과학원, 길림대학 등 여러 분들,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방문교수로 몇 년간 체류하면서, 캐나다 미주 지역의 북한 전문가들과도 교류해 왔다. 제가 한국 사람이기에 한국내의 여러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름대로는 이해하고 있으며, 오래 전이긴 하지만 이화여대에서 객원교수로 북한 경제에 대해 한 학기 강의한 적도 있다. 물론 한국 기독교 계의 북한에 대한 의견이나, 전문가들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그나마 고신 교단의 입장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여러 견해들을 편향되지 않게 나름대로 잘 이해하고 계시고, 한장총 북한 위원장도 맡은 적이 있으신 참빛교회 김윤하 목사님 같은 분이 계신다는 것이다. 고신교단의 북한 정책은 김 목사님을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암튼 북한에 대한 여러 설왕설래, 좌우 극단적인 평가도 있고, 특히 북한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우려와 제안들이 있다. 경제학 이론들 중에 차선책(The Second Best Theory) 라는 표현이 있다. 이 세상에 완전한 시장 경제 하의 완전한 균형이론은 없고, 흠집 있는 차선의 시장에서, 흠집 있는 차선의 이론일 뿐이라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평가도 모두가 최선의(The Best) 이론일 수는 없고, 북한 돕기에도 모두가 흠집 있는 차선의 방법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제한된 자원으로, 제한된 교회의 귀한 헌금으로 한국의 교회가, 한국의 기독인들이 북한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상호 극단적인 입장의 분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북한에 관심 있는 분들도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점은 모두들 동의한다. 하지만 어떻게 도울 것인가? 도와 봤자, 북한 기득권자들만 돕고, 북의 군비 증강에만 도움이 될 뿐이다 라며 비판하는 분들이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수 있다.

▲ 평양 노동당 기념비 앞에서

하지만, “북한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필자 생각으론 평양과기대를 통한 북한 돕기가 차선(The Second Best)의 한 방책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이 방책도 여러 비평이 있을 수 있다.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도 가롯유다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예수님께서 제자 훈련을 포기하신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한국의 서울대학이나, KAIST와 같은 북한의 김일성 종합대학, 김책 종합대학을 졸업했거나,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 중에, 시험을 거쳐서, 뽑히고, 뽑힌 북한의 최고 엘리트 학생들이 평양과기대 학생들이다. 현재 약 500여명의 학생들이 평양과기대에서 한 학기 동안 해외 7-8개국에서 온 교수진 50 여명과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며 공부하고 있다. 한국의 청년들이 물론 열심히 공부도 하겠지만, 부모 재정으로 흥청망청, 천방지축, 자기의 향락과 자유를 즐기고 있을 때, 북한의 젊은이들은 학교 울타리 안에서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한다며, 팀워크(teamwork)를 중시하고, 똘똘 뭉친 단체 생활을 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학교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며, 잘 먹고, 잘 자고, 그리고 깨어 있을 때는 오직 공부하거나, 축구, 농구 등 운동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평양과기대 학생들 다수는 얼마나 순수한지 모른다. 지난해(2013) 여름학기 강의를 마치고, 종강파티를 했었다. 쵸코파이, 빼빼로, 북한산 아이스케키(?), 인스턴트 커피 등등으로 파티를 마치고, 특히 필자의 강의 진행을 도와 줬던 세 조교들에게 개인적으로 감사의 선물을 줬다. 그런데, 필자에게 남은 것이 16기가 USB 스틱 하나, 볼펜 두자루, 뺴빼??한통이어서, 세 학생들을 각기 따로 불러서 선택하게 했다. 가장 비싸고, 탐 낼만한 USB는 어느 누구도 선택하지 않아서, 결국 맨 마지막으로 선택한 학생에게 볼펜과 함께 USB를 줬다. 한국이 알고 있는 평양의 환경에 살면서도, 좋은 것은 서로 양보하는 평양과기대 학생들이었다.

2010년 학생들 약 100여명으로부터 시작한 학생들 수는 계속 증가해 왔고, 앞으로도 추가 모집을 통해 학생들 수는 최종 약 2500명 수준까지 될 것으로 계획되고 있다. 평양과기대 학생들을 이미 영국의 켐브리지 대학, 스웨덴 웁살라 대학 등으로 유학을 보내기 시작했고, 올해 20145월 평양과기대의 첫 졸업생이 배출되며, 평양과기대 내의 의과대학 설립도 시작된다.

혹자는 이제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들 한다. 통일을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 통일을 위해 지금준비할 수 있는, 북한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무엇인가? 교육, 혹은 평양과기대를 통한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통일 전후의 한반도는 북한을 잘 알고, 세계를 잘 아는 전문 인재들이 필요하다. 누가 북한식 경제발전 모델을 개발할 것인가? 통일 이후에도 마찬 가지다. 북한을 가장 잘 알고, 세계 각국에서 온 전문가들로부터 세계를 배우고 있는 평양과기대 졸업생들 중에 어쩌면 동독 출신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같은 총리가 배출되고, 통일 한반도의 리더가 될지도 모르겠다.

한국 교회가 북한을 위해서 기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북한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평양과기대에서 베드로와 같은, 아니 바울과 같은 지도자가 배출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북한을 돕자, 교육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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