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머물 사람] -지형은
내가 낯설어지는 어떤 날 어스름에
가느다랗고 긴 현악의 단선 선율처럼
부드러이 마음을 베며 지나가는 사람
까닭 모를 찬란한 파랑의 아픔에
하얀 밤들을 지새우며 앓다가
한참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사랑에 깊이 베인 것을 안 사람
그런 뒤에도 내내
영혼의 복된 상처를 끌어안고
승화되는 때를 기다리는 가여운 사람
지나간 뒤에도 오래 마음에 머무는
어쩌면 생의 끝까지 마음에 머물 사람을
그렇게 그리며 사랑하는
그렇게 가여워 행복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