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연합의 힘으로 구호 진행

지난해 118일 시속 314의 강풍과 6m 높이의 폭풍해일이 필리핀 레이테섬을 강타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을 위해 한국 교회는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을 구성하고 이곳에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은 긴급구호에 이어 공공시설 복구와 주택 건설, 자활사업 등 중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과 레이테섬 팔로시()가 협약을 체결하는 현장을 동행했다. <편집자 주>


▲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이 현지에 도착해 재해복구 첨병, 아라우 파병부대장에게서 현장설명을 듣고 있다.<공동취재단>

인구 190만명 중 사망·실종 1만명, 임시주택 거주자 400만명.
초강력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부 레이테섬을 강타한지 4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그날의 참상은 진행형이었다.

312일 필리핀 레이테섬 타클로반과 팔로시를 찾았다. 하이옌이 관통했던 이 지역은 피해가 컸던 만큼 복구도 더뎠다. 주요 도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지만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들은 여전히 통행이 제한됐다. 뼈대만 간신히 남은 주택과 쓰러진 야자수, 임시 공동묘지는 이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유엔난민기구(UNHCR)가 제공한 천막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현재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이다. 여전히 구호물품도 부족하고 의복도 모자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생활의 근거지인 주택이 시급하다. 가정은 고난을 이겨낸 든든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와 공공시설, 복지시설도 필요하다. 교육은 절망의 늪에서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며, 공공시설과 복지시설은 주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가 된다.

교회와 성경보급도 절실하다. 복음은 교회를 통해서 흘러가고 참된 안식은 말씀을 통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과 필리핀 레이테섬 팔로시가 한 자리에 모여 중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협약(MOU)을 체결하였다.<공동취재단>

한국교회, 불모지서 꽃 피운다
312일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과 필리핀 레이테섬 팔로시가 한 자리에 모였다. 긴급구호에 이어 중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협약(MOU)을 체결하기 위함이었다. 한국 교회에서는 한영훈 목사(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오정현 목사(월드디아코니아 이사장) 김동엽 목사(예장통합 총회장)가 나섰으며, 필리핀에서는 레메디오스 엘 페틸라 팔로시장이 서명했다.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은 12억원을 투입해 6가지 중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선 가장 시급한 주택 재건을 위해 4억원이 투입된다. 팔로시에 따르면, 가옥 한 채를 재건하는데 드는 비용은 150만원이다. 따라서 한국 교회의 이름으로 주택 300여 채를 지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학교 복구를 위해 38000만원을 지원한다. 초등학교 기준으로 3000만원이 필요하며,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은 학교 13곳을 복구할 예정이다. 복구 중인 초등학교에 급식을 지원하며, 재해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을 위해 고아원도 지원한다.

교회복구를 위해서도 2억원이 투입되며, 성경보급에는 2000만원을 지원한다. 현재 타클로반에만 54개의 교회가 태풍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교회복구를 위해 박노헌(예장합동) 김여종(예장통합) 김영환(감리교) 사공세현(예장대신) 등 현지 선교사들이 코디네이터 역할을 감당한다. 5000~6000권 가량의 성경도 보급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주민자활을 위한 시범농장 사업도 실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팔로시가 5헥타르(ha, 15000) 부지를 제공한 가운데 필리핀 농업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바하이 쿠보-김치 시범농장이 건설된다. 시범농장을 책임질 호세 펩즈 박사는 레이테섬 주요 농작물은 코코넛인데 이번 태풍으로 섬 전체 나무의 80%가 피해를 봤다. 이들은 생계가 끊겨 빈민층으로 절락됐다면서 시범농장에서는 18가지 식물을 재배해 농업기술을 전수할 예정이다. 농장사업은 주민들의 생활 기반이 될 것이며, 교회 이미지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의 힘 발휘하겠다
최근들어 연합 기관이 분열하고, 부활절연합예배마저 나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 선교에서도 교단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함께 구슬땀을 흘려야할 구호활동에서도 갈등을 보여 빈축을 샀었다.

따라서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의 피해복구·재건 프로젝트는 연합의 힘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분오열됐던 한국 교회가 선교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면서 하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의 사역은 단순히 긴급구호를 뛰어 넘어 장단기 계획을 수립해 실천한다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 교회의 구호활동은 재해 순간에만 반짝하는 보여주기식 사업이 난무했다. 그러나 이번 필리핀 구호활동은 주택재건가 학교복구, 자활사업 시행 등 필리핀 주민들이 생존할 수 있는 도구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측은 한국 교회가 하나로 뭉쳤다는 것은 중복투자의 손실을 아낄 수 있는 장점이라면서 필리핀 구호활동에서 연합의 힘을 발휘해 좋은 선례를 남기겠다고 설명했다.
한영훈 목사는 언론 보도로 듣고 읽은 것보다 훨씬 더 비참하다면서 최악의 재해를 당한 필리핀은 지금도 신음하고 있다. 한국 교회 전체가 동참해 필리핀에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예장통합 총회장 김동엽 목사는 학교마다 한국 국기가 그려져 있고, 이 아이들이 한국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고 자라날 것이라면서 한국 교회의 구호활동이 복음뿐만 아니라 국위를 선양하는 사역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교회의 봉사로 필리핀 국민들의 마음 속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달되기 소망한다고 말했다.

오정현 목사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예수님의 말씀이 이 자리에서 확인될 수 있길 바란다면서 우리 모두가 계획한 일들이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귀한 열매가 맺어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 한국에서 파병한 아라우부대 280명과 수요예배를 드리고 있다.<공동취재단>


국위 선양, 복음 전파 이중효과

312일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은 필리핀 레이테섬에서 특별한 예배를 드렸다. 필리핀 재해 복구를 위해 한국에서 파병한 아라우부대 280명과 수요예배를 드린 것이다.

이승준 군목 사회로 시작한 예배는 한국교회연합 신광수 목사 기도, 예장통합 김동엽 총회장 설교, 예장통합 이승렬 목사 인사, 한국교회연합 한영훈 대표회장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김동엽 총회장은 지금 이곳에서 흘리는 땀방울이 나중에 갚진 열매를 맺을 것이다면서 부대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어 야곱과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이 파병 부대와 장병들을 지키실 것이다면서 용기를 갖고 성실하게 근무하라고 권면했다.

수마가 휩쓸고 간 레이테섬 복구를 위해 지난 1227일 파병한 아라우부대는 공병과 해군, 공군, 의무병 등이 공공시설 복구 및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아라우부대는 올해 학교 40곳 재건을 목표로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와 교회의 지원으로 최근에는 매월 학교 3곳을 재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 오지를 찾아 의료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초등학생 무료급식과 관공서 복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해야 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아라우부대는 필리핀에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승준 군목은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태극기와 필리핀기를 흔들며 환영할 정도로 대한민국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아라우부대에 기독인들이 많다면서 장교를 중심으로 매일 새벽마다 기도회를 갖는다. 하나님의 사랑이 필리핀 재해지역을 덮고, 부대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달라고 간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준 군목은 이어 학교와 양로원, 장애인 시설의 복구자재 상당수를 한국 교회에서 지원받고 있다면서 한국 교회의 역할이 주목받으면서 지역 교회도 덩달아 부흥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복구한 건물에는 태극기와 함께 대한민국의 지원이 홍보되고 있다.<공동취재단>

한국사회와 교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레메디오스 엘 페틸라 팔로시장은 한국 아라우부대와 교회의 헌신에 감사하다며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레이테섬 팔로시 주민 15명 중 14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주택이 붕괴되기도 하고, 부모나 자녀가 목숨을 잃었다. 또 친인척 중에 부상을 입어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들의 피해가 큽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친인척 집에 맡겨졌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돌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는 여전히 긴급구호도 필요하다면서도 전체적인 개발 프로그램도 동시에 병행되기를 소망했다. “주택이나 관공서 복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레메디오스 엘 페틸라 시장은 특히 자활을 위한 농민 프로그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시범농장을 통해 먼저 우리가 먹을 음식을 재배할 수 있고, 조금 더 재배하면 이웃들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수입이 생기면 관공서와 학교도 도울 수 있습니다.”

레메디오스 엘 페틸라 시장은 공공시설 재건은 아라우부대와 한국 교회가 대부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회의 활약으로 교회가 2배 가량 부흥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레메디오스 엘 페틸라 시장은 아라우부대와 한국 교회는 공공시설 재건에 중추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면서 한국 교회의 지속적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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