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윤중로의 벛꽃이?? 껍데기만 남았는데 속은 시멘트로 채워(보이는 쪽) 세워놓은 나무가 꽃을 피워냈다. 생명이 있으면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다. (사진 천헌옥)

 

[부활 첫날] -지형은 목사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뒤숭숭한 날이었습니다

시신 실종 소식이 퍼진 날 말입니다

새벽부터 온통 그랬습니다

 

먼저, 누구도 부활을 믿지 않았습니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는 게 맞겠지요

태초 이후 전혀 없던 일이었으니까요

 

빈 무덤 사건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누구나 얼른 생각이 꽂힌 곳이 여기입니다

 

추종자들을 잡아들이려 꾸민

종교 권력자들의 정치적 음모일 수 있었고,

아니면 극단적 종말론자들이 저지른

정치 종교적인 광신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사회적 소요가 일어나리란 것과

그로써 피바람이 불리란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가 눈앞에 보였는데도

제자들조차 믿지 않았습니다

 

현상적 사실과 믿음의 개안(開眼) 사이가

바닥없는 검은 심연처럼 깊었습니다

 

역사의 현장에 발생한 예수의 부활 사건은

쉽게 활용할 종교적 장치가 아니었습니다

부활의 첫날에 승리와 영광의 감동은 없었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뒤숭숭하고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사십여 일이 지나며 점점 이성이 깨었습니다

마음눈이 열리면서 거룩한 말씀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러고도 부활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하늘로 오르셨습니다

그리고 열흘 후에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거룩한 영이 내린다는 약속이 성취되었습니다

 

그날부터 부활 사건이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힘의 역동으로 말씀이 삶을 바꾸어갔습니다

창조 이래 가장 위대한 변혁의 문이 열렸습니다

 

이젠 누구나 부활을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니, 아니 믿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천년 전 예수님이 부활하신 첫날은,

부활의 작동을 기다리는 첫날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 첫날을 이렇게 묵상하며 우리는

새벽을 깨우는 오늘마다 부활의 능력을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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