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바울 성루디아의 기도편지 ....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께!

금년 부활절은 제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부활절 중에서 가장 슬프고 가슴아픈 부활절이었습니다. 지난번 기도편지를 보낸 직후 인터넷을 통하여 세월호 사고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보내주신 삶을 꽃피워 보지도 못한 어린학생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기가 막힌 사고를 당하고, 사랑하는 아들딸을 잃고 평생동안 고통가운데 살아가야할 가족들과, 이 사건으로 또한번 소용돌이칠 조국의 현실을 생각하면서, 엎드려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을 구하는 기도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아프간에서의 피랍으로 동역자를 잃은 아픔을 경험하고 하나님의 자비하심으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세월호 사건을 대하는 비통한 마음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습니다. 난민들을 섬기고 부활절 설교를 준비해야 했지만 세월호 사고소식과 일주일 동안 계속된 심한감기와 기침으로 난민들 급식봉사도 하지 못한채 신음과 탄식가운데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이번 세월호 사건의 책임이 저를 비롯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하나님은 예루살렘의 멸망을 막기 위하여 하나님을 막아설 한 사람을 찾지 못해 탄식하고 계셨는데, 오늘 우리의 현실이 그와 같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사건이 보여주는 오늘 우리의 현실은 기도하며 준비하고 행동하지 않는 우리 한국교회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연약함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쉬지않고 일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와, 하나님 아버지의 우편에서 우리를 위해 중보하시는 우리 주님과, 우리 속에 거하시며 날마다 우리를 새롭게 하시는 성령님의 역사하심을 믿기에 소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사마리아센터의 열방교회에서 전할 부활절메시지를 준비하기 위해 요한복음20장을 묵상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주님은 손과 발의 못자국과 옆구리의 창자국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주님은 온몸을 던져서 멸망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를 구원하신 사랑의 주님이시며, 우리의 상황과 고통을 외면하시는 분이 아니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주님을 보내신 것같이, 주님께서는 다른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우리를 세상으로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손과 발에는 못자국이 없고, 우리의 옆구리에는 창자국이 없습니다. 가시에 찔린 자국도 없고 채찍에 맞은 자국도 없습니다. 나 자신의 안일함을 위하여 다른 사람의 안전과 생명의 위험은 외면한채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갑니다. 선교사들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50억이 넘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모른 채 죽어가고 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최선을 다하지 않는 우리 선교사들에게 하나님은 더 준엄한 심판의 잣대를 적용하실 것이 틀림없습니다.

 

유바울 성루디아의 기도편지!

이번 부활절에도 많은 난민들이 다른 나라로 가고 또 새로운 난민들이 그리스로 들어왔습니다. 그리스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난민들은 점점 더 멀고 위험한 바다를 건너오고 있습니다. 35명의 난민들이 탄 고무보트가 칠흑같은 바다위에서 몇 시간을 헤매다가 커다란 바위에 부딪쳐 보트에 탔던 난민들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겨우 생명을 건지고, 물이 들어와 아수라장이 된 고무보트 바닥에 떨어진 생후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몇 시간 후에 깨어나 아무 이상이 없이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곳에 와있는 저희들에겐 아프간난민들이 저희들이 구조해야할 세월호 승객들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번 세월호 사건을 통하여 저희들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해야 할 일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다가오고 있고 세상은 표류하고 있습니다. 소리치며 손짓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하겠습니다. 저희들이 영혼구원에 대한 열정을 잃지않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월호 사고소식을 듣고, 우리가 한국에서 온 선교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난민들과 동료 외국선교사들, 사마리아센터의 열방교회에서 함께 부활절예배를 드린 노르웨이 단기팀과 미국에서 온 단기팀의 형제자매들이 위로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저희들도 여러분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독생자를 십자가에 내어 주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께서, 지혜와 용기를 주셔서 사고를 잘 수습하게 하시고, 상한 마음들을 만져주시며, 기운을 차리고 다시 한 번 담대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하나님의 생기를 우리 모두에게 불어넣어 주시기를,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셔서 우리의 위로와 소망이 되신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2014425

그리스에서유바울성루디아드림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