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이강순 집사의 작품이다. 이강순 집사는 시인이며 서울시민교회의 집사이다.

 

어머니/이강순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외가에 가는 길이다. 잔뜩 찌푸린 날씨는 금방이라도 함박눈이 퍼부을 것만 같다. 어머니는 머리에 짐을 잔뜩 이었고 어린 나는 엉거주춤 그 옆에서 말없이 걷고 있다. 결국, 눈발은 거세게 쏟아지고 어머니는 당신 목에 둘려있던 목도리를 벗어 내 얼굴과 목에 칭칭 감아준다.

닷새마다 서는 장날이다. 나를 두고 몰래 섬거장에 다녀오려던 어머니는 난감하다. 맘 놓고 나서다가 울며불며 뒤따라오는 아이를 발견한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쫓아오는 아이를 고개 너머에서 기다리며 혀를 끌끌 찬다. 도랑으로 내려가 땟국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말끔하게 씻겨 당신의 치맛자락으로 물기를 닦아준다. 두그림은 모두 나를 세워두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어머니의 모습이다. 내게 눈을 맞추며 목도리를 감아주고, 치맛자락으로 물기를 닦아주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표정이 거기 있다. 마주 보며 씩 웃었던 어제인 듯 선명한 그림을 생각하면 내 안의 모든 주름이 펴지는 느낌이다.

상중은 어머니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어머니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잃었듯이 그 아들 역시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것을 잃었다. 그래도 운명으로서의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은 나에게 끝없는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머니와의 기억이야말로 앞으로 내가 살아갈 힘의 원천이 될 것이다.” 라고.

비단 그만의 이야기일까. 내가 사는 절반의 몫도 어머니이고, 기도이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걸었던 먼지 폴폴 나던 신작로의 기억이 삶의 중심에서 문득문득 달콤한 위로가 된다는 걸 누가 짐작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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