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진 이강순 <서울시민교회 집사수필가>

문득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문득문득이라는 말은 거짓일수도 있다.

5월이 되면서 줄곧 엄마생각을 했으니 문득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겠다.

애써 그리움을 외면하고 외면하다 나도 모르게 펼친 것은 앨범이었으니.


여덟 살과 세 살인 두 아이가 식탁 앞에 앉아 있다일하는 엄마 탓에 웃자란 큰애와

철모르는 작은애가 조잘대며 입 안 가득 음식물을 넣고 오물거리고 있다.

그 옆에 또 하나의 사진에는 두 아이의 뒷모습과 늙으신 나의 엄마가 아이들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만 눈물이 핑 돈다내가 먼저 눈이 간 것은 나의 엄마가 아니라 두 아이에게다.

엄마를 그리워했던 내 마음보다 어느 새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된 두 아이의 어린 날이

나를 더 사로잡았다그게 나다.

 

언제부턴가 엄마를 생각하면 왼쪽 가슴 아래께가 아팠다.

쉬지 않고 일만 하는 늙은 엄마가 안쓰러워 무엇이든 엄마를 위한 것이라면 다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했다언제나 마음과는 달리 엄마에게 나의 진심을 십분의 일도 전달하지 못했다.

엄마를 보내고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아쉬움,

바로 그것이다.

엄마는 언제나 나를 향한 짝사랑에 목이 마르셨지만 나는 엄마의 짝사랑을 외면하며 살았다.

 

5월이다. 

엄마가 가장 많이 생각나는 달이다눈부신 신록이 엄마를 닮았다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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