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처리 업자 재고 팔고 수익금 전액 챙겨 도망

교회를 상대로 바자회 사기가 기승을 부 리고 있다. 자선바자회를 빙자해 교회에서 재고 물건을 판 뒤 수익금을 고스란히 챙겨 도망치는 사기단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담임목사와의 친분을 과시하거나 독실한 신자처럼 행세해 교회 관계자들을 꼬드긴다.

◇교회에서 재고 ‘땡처리’=문모(50)씨 등 4명은 지난 5월 21∼26일 서울 봉천동 H교회에서 ‘불우이웃 돕기 바자회’라는 명목으로 의류와 잡화 재고를 파는 ‘땡처리’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교회에서 바자회를 여는 대가로 수익금의 20%를 감사헌금으로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지인을 통해 이들을 소개받은 담임목사는 선교사 후원을 위한 자금이 필요했던 터라 흔쾌히 교회 앞마당을 내줬다.

신용카드 결제기까지 동원해 물건을 팔았던 이들은 행사기간 2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그러나 허위영수증을 작성해 오히려 손해를 봤다며 바자회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교회를 빠져나갔다. 교회에서 이들이 쓴 전기료만 300여만원이었다.

서울 망우동의 K교회도 바자회 사기에 걸려들었다. 이 교회는 지난 3월 일주일간 지하 6층∼지상10층 교회 건물 전체를 바자회 장소로 외부 단체에 제공했다. 이 단체 대표는 자신을 연세중앙교회 교인으로 소개한 뒤 “탈북자를 돕는 목적으로 바자회를 열고 싶다. 수익금은 감사헌금으로 돌려줄테니 장소를 제공해달라”고 교회에 요청했다. 이들이 바자회를 통해 올린 매출은 7억∼8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이 단체는 그러나 수익을 내지 못해 감사헌금을 낼 수 없다며 전기료 등 사용료 1000만원만 내놓았다. 신사복 등 각종 의류를 판매했던 이들은 ‘땡처리’ 업자였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사기 당하고도 신고 못해=H교회는 관악경찰서에 피해사실을 곧바로 알렸다. 하지만 영수증만 있을 뿐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어 고소장조차 접수하지 못했다. 고소해봐야 무혐의로 풀려나거나 훈방조치로 끝난다는 것이 담당 형사의 얘기였다. 또 감사헌금을 내겠다는 약속에 사기혐의를 적용시킬 수도 없다. 오히려 비영리단체인 교회가 감사헌금조로 수익사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책임은 교회가 떠안아야 한다. 법인세법 110조와 3조에 따르면 교회 등 비영리단체가 수익사업을 할 경우 세무서에 수익사업 개시 신고를 하고 법인세 신고도 해야 한다.

경찰은 이른바 ‘먹튀’ 땡처리 사기단이 전국적으로 80여개 조직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장소를 제공해주고 감사헌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수익사업에 해당하므로 신고절차를 밟지 않은 교회는 탈세 혐의를 적용받게 된다”며 “교회가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제공)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