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와 우리  /이승구 박사

 

1. 신국(神國)이란 용어와 그 의미 

▲ 이승구 교수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신국(神國), 즉 하나님 나라’(βασιλεα τού Θεο)라는 용어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다스리심(rule or reign)을 뜻하는 용어이다이렇게 하나님의 나라라는 말은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다스리심과 그의 주재권(主宰權)을 뜻하고부차적으로 그 다스리심을 받는 존재들과 그 다스리심이 미치는 범위와 영역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구약에서는 정확히 이런 용어가 사용된 일이 없고신약에서 187회 정도 이 용어와 이를 달리 표현하는 하늘 나라’,즉 천국’(天國)이란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그런데 이 용어가 사용되었을 때 당대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서 그 누구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 본 일이 없다하나님 나라라는 이 용어는 그저 당시에 이 말을 듣는 모든 사람이 다 그 의미를 알고 있는 양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예수님께서 주로 이 용어를 많이 사용하셨고예수님의 제자들이나,바리새인들도 이 용어를 다 알고 있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유대인들이 하나님 나라와 동의어적인 말로 사용한 이런 말들을 볼 때에 그들은 하나님 나라라는 말을 이 땅에 임하게 되는 하나님의 통치를 이해했음이 분명해 진다그들이 기다린 메시아 왕국이 그런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거나그 실현의 전조로 이해된 것이다유대인들의 전통적 두 세대 개념도 유대인들의 이런 하나님 나라 개념을 잘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그들은 이 세대(this age) 또는 이 세상(this world)이 끝나면 오는 세대’(來世, the age to come) 또는 오는 세상’(the world to come)이 오리라고 믿었다그들이 바라던 하나님 나라의 임함은 바로 이 오는 세상이 임하는 것이었다이런 오는 세대’ 개념은 유대인들의 묵시 문학 가운데 자주 등장하는 용어였고이는 하나님 나라의 임함과 동일시되었다.

 

2. 세례 요한과 예수님의 왕국 선포 

바로 이런 배경 가운데서 세례 요한의 회개하라는 선포가 나타났다당시의 유대인들의 다양한 집단들은 그들 나름의 다른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그들은 모두가 다 그들에게 임하여 오는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 βασιλεα τού θεο)와 하늘나라즉 천국’(天國βασιλεα τν ορανν)이란 용어의 정확한 관계를 정리해야 할 것이다위의 인용문에 비추어 보면 이 두 용어는 동의어로 사용된 것임이 분명하다후크마가 말하고 있듯이, “하늘나라[天國]라는 표현과 하나님 나라라는 표현이 공관복음서에서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것이므로그 둘 사이의 의미의 차이가 없다고 안전하게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마태복음에서는 하나님 나라를 하늘 나라즉 천국(天國)이라고 했을까게르할더스 보스는 마태복음이 유대인을 대상으로 하여 쓰였음을 생각하면서 슐러(Schurer) 등의 해석에 따라서 하나님이란 이름을그것이 다양한 형태로 상당히 회피되던 것이므로 하늘로 바꾸어 사용하던 유대적 관습과 관련해서 설명한다.여기서 하늘이라고 표현된 말은 하나님의 이름을 회피하려고 다른 말로 돌려 쓴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그러므로 이제부터 우리는 신약 성경에서 천국이라는 말이 나올 때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를 하나님 나라라는 말로 이해해야만 한다이 용어에 대해서 하늘나라[天國]라는 말의 어원을 가지고서 생각하는 것은 성경의 용례에 맞지도 않고이 말이 사용된 의미에도 반하는 일임에 유의해야만 한다이 말의 하늘의” 라는 말은 이 문단에서 우리가 살펴 본 바와 같이 하나님의라는 말을 대신하여 사용된 말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요약하자면하나님 나라즉 천국[天國]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 가운데서 이미 이 땅에로 임하여 왔으며그러나 올 것이 다와 버린 것이 아니고 언젠가 그 나라의 극치에 이를 때가 있는 것임을 확언할 수 있다이제는 많은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이미그러나 아직 아니”(already, but not yet)의 구조또는 그 둘 사이의 긴장이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이런 하나님 나라의 임함의 구조 가운데 있는 것이 중생자의 삶이다.

 

3. 하나님 나라 백성인 우리 

그러므로 중생자는 먼저 자신이 예수님의 메시아로서의 사역 가운데서 임한 하나님 나라에 들어와 있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라는 의식을 가져야만 한다하나님 나라가 이미 임하여 왔고 자신이 중생으로 말미암아 그 천국에 속해 있으면서도 마치 자신이 아직은 천국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고그래서 죽은 뒤에나 천국에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그는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는 자신이 이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 세상에 임하여 온 천국에 지금 여기에서도 속해 있음을 의식하고 표현해 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천국과 관련하여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첫째로 회개하는 일이다왜냐하면 하나님의 나라는 의로운 나라이므로 의롭지 못한 이는 하나님 나라에 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의로운 하나님 나라에 속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하지 않음을 인정하고서 하나님께 자신의 존재 모두를 내어 맡기는 일을 해야 한다그러나 이 회개가 공로가 되어서 그가 의로운 하나님 나라에 들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회개는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에 비추어서 자신의 존재와 행위들이 하나님 앞에서 옳지 않으며 바르지 않은 것임을 인정하고[회개의 지적인 요소], 그런 자신의 존재와 행위들에 대해서 진정으로 슬퍼하고[회개의 감정적 요소], 그런 자신의 존재와 행위들을 미워하고 그로부터 돌이키는 것이다[회개의 의지적 요소]. 이렇게 회개는 전인적인 것이고 전 포괄적인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회개는 믿음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참으로 회개 한 이는 이제 하나님을 바로 알며그의 말씀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그를 신뢰하여 하나님에게 자신을 전부 맡기는 것이다온전히 하나님만을 의뢰하여 그에게 자신의 전폭을 맡기는 그는 그 하나님에 의존해 살며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게 된다그는 그의 삶 전부를 하나님과 관련해서 사는 것이다이는 하나님 나라의 성격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으니그 나라는 힘있는 나라요하나님의 전능하신 힘으로 이루는 나라이기에 사람은 그저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일을 믿고 받을 뿐이다.그 나라와 관련하여 우리가 할 수 잇는 일은 그 나라의 왕이신 하나님을 믿고서 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다.

이런 천국 백성들인 그리스도인들은 기꺼이(willingly) 자신들의 모든 삶에서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받아 나아간다여기에 하나님 나라의 실재가 있다거듭 강조하여 말하자면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다스리심이기 때문이다순간순간의 모든 삶을 하나님과 관련하여 살되하나님의 왕으로서의 뜻을 잘 받들어서 그 뜻을 이 땅위에 다 실현해 나가고자 애쓰는 노력을 힘써 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이승구, <<기독교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재개정 4판 (서울: SFC, 2013)의 제 3장을 읽어 보십시오. 

또한 양용의,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서울성서유니온)을 보십시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