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조해 하며 조속한 석방을 기다리는 가족들 억류봉사대원들 건강은 양호하다고 탈레반은 다시 협상 시한을 24시간 연장하면서 “그들(피랍 한국인)은 건강하고 양호한 상태”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현지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도 22일(현지시각) “우리는 개로 하여금 사람을 물도록 하는 기독교도나 유대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23일 “아프간 당국 등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네트워크로 확인한 바 우리 국민이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낙 많은 수의 인질들이라 억류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음도 내비쳤다.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3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사태가) 곧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우리가 그들을 돌보기는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조금은 안도할만한 뉴스들 간간이 들리는 소식에 샤워를 했다는 것과 자신들의 음식과 동일한 것이 제공되지만 초코릿과 홍차가 제공되었다는 것, 그리고 인질 가운데 의사가 있는데 그가 처방한 약을 공급했다는 보도는 가족들과 국민들을 한층 안심하게 만들고 있다.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의 경찰 담당자인 키와자 모하마드 사디크는 22일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에 한국인 피랍자들이 “음식과 홍차를 제공받고 있다”며 “인질 가운데 의사가 있는데, 탈레반은 그가 처방한 약을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엔에치케이>(NHK)도 “한국인 피랍자들이 안전한 상태에서 식사도 하고 수면을 취하고 있다”는 탈레반 쪽의 말을 전했다. 탈레반 쪽은 피랍 한국인들이 23일 목욕을 하고 옷도 갈아 입었으며, 아침 메뉴로 초콜릿과 비스킷 등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앞으로 인질들에게 계란과 고기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인질로 억류된 봉사대원이 조속히 풀려나기를 기원하며 촛불을 켜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안심할 수 없는 변수들

그러나 변수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억류 장소로 거명되는 카라바그 지역을 아프칸 군,경과 정보요원 및 다국적군 병력이 포위하고 전투 태세를 하고 있다고 밝힌 점이나 인질을 수시로 이동 시키는 그들의 전략에 비추어 언제 어떤 사태가 발생하게 될런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아프칸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한국과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어떤 사태를 불러올지 한치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되면 대부분이 여성으로 이루어진 봉사대원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견디어 낼까 하는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피랍자구출작전' 대 '촉박한 시한’ 심리전

아프간 정부의 압박 심리전

23일로 닷새째를 맞은 이번 사태 과정에서 일어난 가장 일촉즉발의 위기는 전날 아프간 정부의 구출작전 개시 발표였다. 아프간 국방부는 “아프간군과 외국군은 피랍자들의 자유를 위한 합동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혀 긴장을 고조시켰다. 탈레반이 요구한 동료 수감자 석방 시한(한국시각 밤 11시30분)을 몇 시간 앞두고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알자지라> 방송은 병력 이동 장면까지 방영했다.

그러나 협상시한을 세 시간 가량 앞두고 이 작전은 부인됐다. 아프간 국방부는 “전산 오류”로 잘못된 성명이 나갔다는 석연찮은 해명을 내놨다. 아프간 군·경은 이후 납치세력과 피랍자들이 있는 곳을 봉쇄하고 있다고까지만 밝혔다. 하지만 소동은 실수 때문이라기보다 납치세력을 교란하고 떠보려는 심리전으로 보인다. 곧 인질을 납치한 탈레반 대원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인질들을 감시하는 대원들이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고 있다”고 응수했다. 아프간 정부 처지에서도 많은 인질을 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단순한 방식으로 대처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압둘 하디 칼리드 아프간 내무차관은 23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는 국가안보나 이익을 위배하는 협상을 할 뜻이 없다”며 분명한 선긋기를 하고 나섰다. 같은날 아프간 주둔 나토 사령관이 이런 입장을 지지한 점도 상대를 위축시켜 요구 수준을 낮추려는 의도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탈레반의 교란 심리전

탈레반은 납치 사실을 공표한 20일부터 하루 단위로 ‘인질 처형’ 시한을 연장하며 협상 상대를 교란하고 있다. 이렇게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은 아프간과 이라크의 다른 납치 사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3월 헬만드주에서 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 기자를 납치한 탈레반은 나흘 뒤에야 이탈리아군 철군과 동료 석방을 요구하며 일주일의 시한을 제시했다. 탈레반은 이번 사건에서는 많은 인질을 담보로 아프간과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 조기에 많은 성과를 얻어내려는 계산을 하는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위치가 파악된 상태여서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탈레반은 이탈리아 기자 납치를 아프간 정부와 민간, 미국·영국과 이탈리아 사이를 갈라놓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당시 아프간 정부는 이탈리아의 압박에 탈레반 인사들을 풀어준 반면, 함께 납치된 아프간인 운전기사의 석방 협상에는 소극적이어서 그는 결국 살해됐다. 탈레반 군사지도자 물라 다둘라는 그때 영상메시지를 통해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외국인들의 석방 협상에는 나서면서 아프간 시민을 위해서는 그러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인질을 이용해 동료를 돌려받은 첫번째 경우로, 탈레반은 이번에도 이 때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22일 협상시한을 다시 24시간 연장하면서 “우리는 개로 하여금 사람을 물도록 하는 기독교도나 유대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개로 수감자들을 위협한 일을 상기시켜 주민들의 외국군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려는 표현이다.

 

정부 다각도로 노력

정부 당국자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과 관련, "지금 현재도 무장단체측과 여러 경로를 통해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고 있음에 우선 안도의 숨을 쉬면서 인질이 된 봉사대원들이 지쳐 쓰러지기 전에 협상이 이루어져 가족과 조국의 품에 안길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기원해 본다.

 

미 국무부 오랜 침묵 깨고 석방 촉구 성명

그동안 한국인 인질들이 불리하게 될까봐 극도로 말을 아끼던 미국무부는 납치된 23명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프간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은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 선량한 시민들”이라며 “그들은 즉각 석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이 문제에 긴밀히 대처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도 이날 북핵 6자회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이 끝난뒤 아프간에서 납치된 한국인 23명은 즉각 석방돼야 한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한국인 납치 사태가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게도 커다란 우려사항이라면서 “우리는 한국 정부와 (사태해결을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누구에게도 위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즉각 풀어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을 납치자들에게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같은 반응이 유리하게 작용할지 불리하게 될지 하나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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