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천헌옥-
징검다리를
징검징검 건넌다.
징검다리가 징검징검 해서
징검징검 건너는 걸까
내 걸음이 징검징검 해서
징검징검 건너는 걸까
억새풀꽃 사이를 지나온 바람이
친구하자고 해서 벤치에 앉아
건너온 징검다리를 돌아보았다
어릴 적 책보를 건방지게 메고
폴짝폴짝 징검다리를 건너다
보자기가 풀어져 쏟아지는 바람에
새로 산 필통이 동동 떠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한없이 울고 있는 어린 아이가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지 못하고
막차로 가는 그를 배웅하고
돌아오며 건너던 그 징검다리에 주저앉아
강물에 눈물을 띄워 보내던 바보가 보인다.
태어나자마자 싸늘하게 식어버린
둘째를 보자기에 싸안고
앞산을 향해 징검다리를 건너며
설웁게 울던 젊은 날이 보인다.
징검징검 걸어온 인생
앞으로 얼마나 더 징검징검 건너가야 할 것인지...
바람 따라 함께 앉았던 억새풀꽃이
그만 일어나라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