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만 목사 열방교회 담임 수도남노회장

지난 818일 총회회관에서 고신대 구조조정을 위한 총회대책위원회가 여론수렴을 위해 수도권 노회장들의 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원장 주준태 목사는 천안의 신학대학원 캠퍼스를 매각하고 부산 영도의 고신대학교로 이전하면 매년 21억여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이 말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아보니 학교법인의 한 이사가 독자적으로 계산한 자료가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왜 그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료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연기를 피우듯 소문만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말들이 천안 캠퍼스의 비효율성을 부각하고 부산 영도로의 이전 통합을 지지하는 강력한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한 해에 21억씩 절약된다면 천안에 있는 신대원은 엄청난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고 우리 교단이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총회 상회비(34여억원) 중에서 신대원에 지원하는 금액이 9억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큰 액수이다. 그러니 아무리 천안 캠퍼스가 좋고 대한민국의 중심이고 수도권 진출의 교두보라 할지라도 이 엄청난 금액 앞에 자연히 부산 통합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지 않겠는가? 이런 점에서 21억 절감이라는 이슈는 사실 여부를 떠나 그 말 자체만으로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21억 절감이라는 말이 현실성이 없고 추론에 의해 산출된 억지 주장이라는 사실이다. 그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서 어떤 근거에서 어떻게 계산했는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필자가 정확하게 그 자료를 검토하여 비평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자료의 문서를 본 사람들의 몇 마디 말들만 종합해 보아도 거기에는 많은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 교통비 문제

우선 그 문서자료에는 천안 캠퍼스가 영도로 이전할 경우에 학생들의 교통비가 대폭 절감된다고 되어 있다. 필자가 알기로 신대원에서도 몇 년 전에 학생들의 교통비를 계산해 본 적이 있다. 그때 계산을 해 보니 신대원이 천안에 있으나 부산에 있으나 교통비에 큰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였다. 왜냐하면 부산에 있으면 서울과 중부권 지역에서 내려가는 학생들의 교통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전북, 전남, 광주에서 오는 학생들도 부산이 더 멀고 교통비가 더 많이 든다. 대구 경북은 부산이나 천안이나 교통비는 비슷하다. 문경, 상주 쪽은 오히려 천안이 훨씬 더 가깝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신대원이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교통비가 많이 절감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 자료에는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부산과 경남 지역 학생들은 교통비가 전혀 들지 않는 것으로, 0로 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부산과 그 가까운 지역 학생들은 버스도 타지 않고 다 걸어서 온다는 말인가?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부산 지역 학생들은 기숙사에 거주하지 않고 매일 통학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대략 12천만 원 이상의 교통비가 소요된다. 그런데 이런 교통비를 0으로 계산되어 있다는 것은 그 비공개 자료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신대원이 부산에 있을 경우 교통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교육적 손실이 따른다는 것은 왜 감안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부산 지역 학생들은 날마다 통학해야 하므로 교통비 부담뿐만 아니라 학교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집에 가면 학교 과제를 제대로 할 수도 없고 가정과 교회에 매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교육의 부실은 눈에 불을 보듯이 뻔하게 된다. 이러한 교통비 문제를 가지고 이전의 정당성을 주장 한다면 고신총회 회관도 영남쪽으로 이전함이 타당성면에서 설득력이 더 있을 것이다.

 

2. 교수 인건비 절감 문제

다음으로 교수 인건비 절감 문제를 생각해 보자. 그 비공개 문서자료에는 신대원이 영도로 이전할 경우에 고신대 신학과와 통합 운영하면 신학 교수 10명만 있으면 된다고 계산했다고 한다. 그래서 교수 인건비가 대폭 절감되는 것으로 계산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오해가 있다. 대학 운영은 일반 회사 운영 하듯이 합쳐서 운영한다고 인건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일반 회사나 공장은 흩어져 있는 것을 모으면 당연히 경비가 줄어들고 시너지 호과가 날 것이다. 그러나 대학은 근본적으로 원리가 다르다. 대학은 교육부 법에 의한 교수 학생 비율이란 것이 있다. 신학과와 신대원의 경우는 1 25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신대원의 총 정원이 420명이라면 교수 16.8명이 필요하다. 현재 고려신학대학원은 이 비율을 모범적으로 잘 맞추고 있다.

그런데 신대원이 영도로 내려간다고 해서 교수 숫자를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 수가 그대로 있는 한 교수는 줄일 수가 없다. 고신대 신학과 학생들과 신대원 학생들이 그대로 있는 한 교육부가 정한 교수 학생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수진 숫자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통틀어서 10명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 주장은 교육 현실을 모르는 무지에 근거한 주장이다.

학생 숫자가 줄지 않는 이상 캠퍼스가 어디 있든 상관없이 교수진의 숫자를 채워야 한다. 만일 교육부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요구인 교수 학생 비율을 맞추지 않는다면 교육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현재 고신대 신학과 교수가 7, 신대원 교수가 16(1명은 8월말 은퇴)으로 총 23명이다. 그런데도 10명만 있으면 된다고 계산했으니 13명이나 누락한 셈이다. 이게 과연 신학교육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의 주장인지 극히 의심스럽다.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학생수에 비례한 교수요원 대비를 요구하기 때문에 아무리 신대원이 부산 영도 대학 캠퍼스로 이전한다 하더라도 그 숫자는 채워야 좋은 대학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3. 직원 인건비 절감 문제

이 비공개 자료에서는 직원 인건비 절감을 얼마나 계산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직원 인력 감축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신대원에 직원이 16명 근무하고 있다. 신대원 규모로는 직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영도로 통합하면 직원 인건비가 많이 절감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직원 감축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신대원은 나름대로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교무팀과 학생팀의 핵심 인력은 아마 그대로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신학생들의 경건훈련 등의 이유로 기숙사 사목, 간사 등의 인력도 감축하기 어렵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생각만큼 그렇게 많이 감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다면 그 비공개 문서에 직원 인건비 절감액을 얼마로 계산했는지 알 수 없지만, 신대원 당국자들의 계산으로는 수억 원의 절감에 불과하리라 한다.

 

4. 시설 임대 수입과 Th. M. 등록금 수입

더구나 신대원은 천안 캠퍼스는 수도권이 가까워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 때 시설임대로 인한 수입이 상당하다. 전국의 유명 단체와 교회 단체들이 천안 캠퍼스를 활용하여 각종 집회를 하고 있다. 신대원 자료의 의하면 이런 시설 임대를 통하여 신대원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1년에 26천만 원 정도라고 한다. 이런 수입은 만일 천안 캠퍼스를 매각하고 영도로 이전하면 당장 없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신대원이 천안에 있으므로 말미암아 최근에 Th. M. 과정이 활성화되어 많은 목사들이 등록하여 공부하고 있다. 신대원 자료에 의하면 현재 Th. M. 과정에 총 128명이 등록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순수하게 성경만 배우는 성경강해 과정에는 58명이 등록해 있으며 타 교단 출신이 31명이 된다. 신대원이 천안에 있으면서 교수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수도권과 중부권, 호남권, 영남권 등에서 개혁주의 신학을 배우기 위해 목사들이 많이 오고 있다.

여기에는 또한 천안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천안은 교통의 요지로서 서울에서 1 시간, 경기 북부 지역에서도 2 시간 이내에 올 수 있으며, 대구에서 2 시간, 광주에서 2 시간 반, 부산에서도 3 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전국 어디서든지 3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런 지리적 이점 때문에 월요일에 하고 있는 Th. M. 수업에 많은 목사들이 와서 배우고 있으며, 타 교단에서도 많이 오고 있다.

그러나 만일 천안 캠퍼스를 매각하고 부산 영도로 이전하면 이런 Th. M. 과정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M. Div. 과정은 우리 교단에서 목사 될 학생이 주로 오니까 어디에 있든 관계없이 오겠지만 Th. M. 과정은 다르다. 한반도의 남쪽 끝인 부산 영도에 있으면 수도권과 중부권, 호남권, 경북권 등의 목사들은 고신의 Th. M. 과정에 아마도 오지 않을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좋은 Th. M. 과정이 많이 있는데 무엇 하러 저 남쪽 섬까지 오겠는가? 따라서 Th. M. 과정에서 일단 60명이 줄어드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60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계산하면, Th. M. 과정의 1년 등록금을 600만원으로 잡았을 경우 60명이면 36천만 원이다. 부산으로 이전하면 Th. M. 과정에서 최소 36천만 원의 결손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면 시설 임대 수입 26천만 원과 합치면 62천만 원의 수입 감소가 발생한다. 이런 계산들을 종합해보면, 소위 21억 원 절감 주장이 얼마나 과대계산 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신대원측에서는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5. 신대원을 고신대를 위한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신대원 이전 문제는 단지 경영논리로만 접근하면 안 될 것이다. 신대원 이전은 교단의 미래와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다. 이런 중차대한 일은 무엇보다도 교단 구성원간의 합의와 의견일치가 중요하다.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신대원의 천안 이전은 1970년 총회에 처음 상정된 후에 1998년에 이전하기까지 무려 28년이라는 시일이 걸렸다. 온 교단의 충분한 합의를 도출하여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헌금하여 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금의 신대원 캠퍼스 이전 논의는 너무나 성급하며 잘못된 경영논리로 접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신대학교가 경영위기에 처해 있는데 왜 신대원을 팔려고 하는가? 고신대학교가 위기이면 고신대학교를 구조 조정하는 것이 정답이며 급선무다. 신대원은 결코 고신대학교 구조조정의 도구가 되거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코닷에 올라온 변종길 교수의 글은 교단 모든 목회자들 마음속에 담겨 있는 심정의 대변적인 글이라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경영논리로 따지더라도 현재의 논의는 이해가 안 된다. 경영논리의 중심에 서 있는 21억 절감이라는 떠도는 말은 처음에는 아주 매력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자세히 따져 보면 계산이 맞지 않고 허점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자료 문서가 공개되지 않아서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없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대략적으로 살펴보더라도 21억 절감 주장은 근거가 없는 허구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시일을 두고 차근차근히 계산해 보고 따져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신대원은 목회자 양성기관으로서 교회와 운명을 함께 해야 하는 기관이다. 고신교회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따라서 신대원 이전 논의에 대한 문제만은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두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찾아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도록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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