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씨 CBS와의 인터뷰에서 SOS
26일 미국 CBS 방송 등을 통해 한국인 인질 가운데 처음으로 육성이 공개된 임현주(32.여)씨는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봉사자들의 가이드로 일하다 이들과 함께 납치됐다.
임씨는 대구전문대 간호학과를 나와 신촌세브란스 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다 3년 전 의료전문 봉사단체인 ANF(All Nations’ Friendship)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다.
임씨는 3남1녀 중 셋째로, 부모의 반대가 심했지만 그동안 모은 3000만원을 부모님께 드리고 빈손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3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봉사를 해온 임씨는 지난 6월 양팔이 없는 아프가니스탄 10대 소녀와 치아가 없는 30대 여성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주기위해 이들과 함께 일시 귀국하기도 했다. 임씨는 결국 후원자를 찾아 이들이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다.
당초 9월 초까지 한국에 머물 계획이었던 임씨는 한민족복지재단 봉사단 20명이아프가니스탄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을 안내하기 위해 7월 3일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은 "평소에도 남을 돕기를 좋아했다"라고 전했다.
임현주씨는 'afghanlove'라는 e-메일 주소를 쓸 정도로 아프간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아사히]매일 1명의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보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의 한국인 피랍사건과 관련, 가즈니 주를 총괄하는 탈레반 현지 사령관이 “협상 시한(한국 시간 27일 오후 4시 30분)에 관계없이 매일 1명의 인질을 살해하겠다. 정부가 우리 요원의 석방에 응하겠다고 말해 놓고도 성의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또 아프간 가즈니주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 현지 탈레반에게 몸값의 일부가 25일 밤에 지불됐고 탈레반 측이 그 대가로 한국인 인질 8명의 석방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몸값은 25일 오후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돈을 받기 위해 약속 장소로 향하던 탈레반측이 아프간 치안부대의 모습을 발견하자 태도를 돌변, 몸값 수령과 인질 석방을 거부했다. 이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협상을 계속한 결과 이날 밤에야 몸값을 일부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약속한 대금 가운데 나머지는 인질 교환시에 지불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약속한 금액과 출처 등에 대해 이 소식통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탈레반은 생존한 22명의 인질을 3곳의 건물에 분산해 감금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여성 7명과 남성 1명을 관리하는 그룹이 몸값을 받는 대신 인질들을 풀어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몸값을 받은 곳과 다른 그룹이 한국인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수감 중인 탈레반 병사의 석방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탈레반 무장세력의 대변인으로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인질들을 3곳으로 나눠 억류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며 “11곳에 2명씩 분산 수용돼 있다”면서 “탈레반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허위 정보”라고 일축했다.(중앙일보제공)
샘물교회 하나님만 바라봐
웃음 가득한 얼굴로 아프칸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던 배형규 목사(42)가 살해된 사실을 26일 오전 한국 정부가 공식 확인한 가운데 이날 오후 8시 분당 샘물교회에서는 희생자가 발생한 이후 첫 예배가 열렸다.
공식 예배가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부터 한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한 교인들은 한 시간이 지나자 1천200여석의 예배당을 가득 채웠다.
25일 밤 배목사의 살해 소식의 외신보도 직후 절망 속에 오열하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교인들은 이제는 배 목사의 죽음을 받아들인 듯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날 낮 ‘죽음’같은 정적만이 흐르며 텅 비었던 예배당에는 황량한 아프간에서 허망한 죽음을 맞은 배 목사의 안식과 남은 22명 봉사단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교인들의 찬송소리로 가득 찼다.
그러나 찬송은 이내 북받치는 슬픔을 꾹꾹 누르며 숨죽여 우는 교인들의 흐느낌 소리와 뒤섞였다. 일부는 아직도 가족과 친구, 동료에게 닥친 비극이 믿기지 않는 듯 멍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22명은 무사하다’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교인들은 아직 희망을 놓치 않은 듯 보였다. 예배당으로 걸음을 재촉하던 한 교인은 “배 목사님을 추모하고 남은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관계자들은 사무실 문을 굳게 닫은 채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배 목사의 장례절차에 대해 대책회의를 열고, 27일 오전 중 구체적인 장례절차를 발표하기로 했다.
또 한편으로는 서울 한민족복지재단에 가 있던 피랍자 가족들은 27일 교회가 마련한 장소로 돌아와 교회의 돌봄과 위로 속에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