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팽목항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 위로

9월이 다가는 마지막 날 30일 오전 725분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운영위원들이 용산역에 집결했다. 손인웅 명예회장 및 8명이 목포행 KTX에 올랐다. 새벽기도 후 열차를 타지 못한 한 분은 승용차로 팽목항으로 달렸고 대전에서 몇 분의 일행이 동승했으며 부산에서 이성구 상임총무가 5시간을 달려와 15명 정도의 위문단이 팽목항을 찾은 것이다.

▲ 이제는 찾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가을의 쌀쌀한 바람이 리본을 흔들고 있었다.

5개월 반의 세월이 흐른 뒤라 팽목항은 오히려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다. 노란 리본만 가을바람에 휘날리며 손님을 맞고 있었다. 아직 침몰선에서 들리는 아무런 소식도 없고 진도체육관에서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눈물은 소진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는 여전히 사고가 났던 4월 16일에 머물러 있었다.

▲ 진도군교회연합회는 이 컨테이너박스에 후원으로 도착하는 물품을 보관하고 필요에 따라 나누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안기석 총무관도 함께 동행한 위문단을 맞은 진도군교회연합회(이하 진교협) 전정림 목사와 관계자들은 목포에 까지 마중을 나와 팽목항으로, 진도실내체육관으로 친절히 안내를 했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실종자 가족들을 돕다가 과로와 정신적 충격으로 입원했던 진도군교회연합회 회장 문명수(51·진도 만나교회) 목사는 이제 너무나 위독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진도군교회연합회는 회장이 쓰러져도 또 다른 목사와 봉사자들이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그들의 손을 거쳐 전달된 물품이 3억원 어치, 현금 2억 원어치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졌다. 이런 저들의 봉사를 지켜본 세월호 가족들은 모두가 다 떠나가도 교회만은 남아달라고 했다고 한다. 성금은 모두가 한국교회가 알음알음 보내온 헌금이었다 .

▲ 하이패밀리가 세운 하늘우체통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팽목항에서는 할 일이 없었다. 하이페밀리(대표 송길원 목사)가 세운 하늘우체통이 우리를 맞았다. 간간이 우체통에 들어오는 편지들은 이후 책으로 발간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묵상한 뒤 가족들이 있는 체육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체육관은 거기서 30분이나 차로 달려야 하는 거리에 있었다.

 

실종자 가족과 함께 드린 예배

진도실내체육관에 도착한 일행은 진교협이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식사 봉사를 위해 지은 임시건물에서 가족들과 만나 예배를 드렸다.

▲ 예배 사회 이성구 목사와 설교 손인웅 목사

이성구 상임총무의 사회로 김원배 목사가 기도하고 손인웅 목사(꿈동산교회)가 성경 누가복음 1030-37절을 본문으로 선한 사마리아 인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 있습니다. 응급환자를 보고 살리기 위해 조치를 했는데 본의 아니게 재산상이나 사상에 이르게 할 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형사상의 책임을 감면하는 법입니다. 또한 죽어가는 사람은 구호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사마리아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우리같은 죄인을 살리기 위해 생명을 내어놓으셨습니다. 하나님은 한 생명이라도 아끼고 사랑하십니다. 모두가 구원 얻기를 원하십니다.”

손목사가 설교하는 동안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이제 눈물이 다 매말랐을 법 한데도 그들은 말씀을 들으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예배 후에 진교협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그들 중 특히 그렇게 많은 눈물을 쏟았던 분이 비 기독교인으로 예배에 참석하였는데 많은 은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체육관 식당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성구 상임총무는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하였고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함께 그 이름을 불렀다. 단원고 학생 5명, 조은화, 허다윤, 황지현, 남현철, 박영인, 단원고 교사 2명, 양승진, 고창석, 일반인 승객 3명,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이상 10명의 이름을 호명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다시 눈물로 목이 메였다. 그리고 하나님이 속히 그들을 찾게해 달라고 통성으로 기도하였다. 참석자들은 △세월호 사망.실종자 및 가족들, 구조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 진도군과 진도군교회연합회를 위하여 통성으로 기도하고 조성기 목사(숭실대 통일연수원장) 마지막 기도를 했다 . 

이 가족들 중에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은 권재근, 권혁규 부자간의 이야기이다. 권재근(50)씨는 베트남의 한 여성과 결혼을 했고 그녀는 한국 이름을 가졌다. 한윤지(29)가 그녀의 이름이다. 이들 부부는 청소일을 하면서 제주도에 농장을 마련하고 이제 꿈에 부푼 마음으로 농장으로 가던 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 한윤지 씨는 주검으로 발견되어 베트남 가족들의 요청대로 장례가 치러졌고 그들의 딸 지연양은 단원고 박호진군의 도음으로 홀로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아버지 권재근씨와 권혁규(6)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실종자는 10명이지만 9가족이 된다.

▲ 작은 정성이지만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해지고

한목협은 가족들에게 금일봉을 위로금으로 전달하였고,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온갖 수발을 하며 도우는 진도군교회연합의 활동을 위하여 금일봉을 전달하였다. 이들은 가족들만 도우는 것이 아니라 바지선에서 잠수하는 잠수부들까지 그 필요를 섬긴다고 했다.

가족대표는 "멀리서 오셔서 위로해 주시고 기도해 주심을 감사합니다. 잊지 말고 다시는 우리 사회에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 주시기를 바랍니다."고 감사와 당부를 했다.

   
▲ 실내체육관은 대부분 떠나가고 이제 9가족만 남았다.
   
▲ 처음부터 상주하면서 가족들을 볼보아온 봉사자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체육관 안은 실종자 가족들만 남아서 텅빈 모습같아 보였다. 이들을 행정적으로 도우고자 나와 있는 공무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한목협이 팽목항을 찾은 날 국회에서는 여야가 세월호법에 합의를 하고 국회가 정상화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화해의 기운이 팽목항에도 흘러와 침몰된 세월호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도하면서 용산행 KTX에 오른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