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채 목사 향상교회은퇴

도대체 주를 경외함이 어디 있는가?” 요즘 교계를 바라볼 때마다 떠오르는 질문이다. 도처에 주여,주여하는 사람들은 많건만 참으로 주님을 주님으로 받들고 두려워하며 존경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입술로만 주를 부를 뿐 주님에 대한 진정한 경외심이 없다. 그러다보니 주님의 말씀에 대한 경외심이나 순종은 더욱 희미하고 약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신자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만 주님을 주님으로 찾고 모신다. 자기가 바라는 바는 많고 살기는 힘든데 자신은 연약하고 부족하니 주님을 찾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주님을 이용하는 것이지 경외하며 경배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 좀 더 착한 신자들은 주님을 모시되 착한 며느리가 시어머니 모시듯 한다. 시어머니를 깍듯이 잘 모신다. 방도 깨끗이 마련하여 드리고, 끼니때마다 식사도 거르지 않고 잘 챙겨드린다. 그러나 집안의 대소간의 모든 일들은 자신이 다 알아서 처리한다.

이와 같이 신자들도 주님을 자신의 마음 방에 잘 모신다. 그리고 때를 따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십일조도 드리고, 감사도 한다. 그렇지만 평소의 모든 일들은 다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한다. 주님의 뜻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으며 안다 해도 그것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말씀을 듣고 묵상하며 순종할 때도 있지만 자신에게 불리하고 힘들면 별 부담감 느끼지 않고 순종을 포기한다.

이런 행습이 교회지도자들에게로 가면 아주 더 크게 악화된다. 교회지도자들 중에는 주님을 뜻을 거스르고 반역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의 주권을 무시하고 영광을 가로채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주님을 이용하기까지 한다. 교회를 자기의 사업체로 여기며 목회를 직업(job)으로 하는 목사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일부이긴 하지만 목사들의 교회사유화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교회의 주이신 그리스도의 주권에 직접 도전하고 그것을 찬탈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많은 목사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경박스럽게 전하고 있다. 거룩한 말씀을 개그식으로 전달함으로써 교인들에게서 말씀에 대한 경외심을 소멸시키고 있다. 말씀의 존귀함에 대한 인식이 없고 진지성이 없다. 자기 생각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며 요리한다. 신학자 중에는 자기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성경을 말장난하듯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는 지난 고신총회가 고소문제에 대한 결의내용을 들으면서 한 동안 마음을 억제하지 못했다. “고신 너마저허탈했다. 고신총회는 특별한 역사적 상황에서 형제를 불신법정에 고소한 일이 있었는데, 그 동안 이것 때문에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여 총회가 열릴 때마다 자주 이 문제를 다루었다.

그런데 지난 64회 총회에서는 아주 수준 낮은, 그리고 잘못된 결의를 했다. 세상법정에 고소하는 부득이한 경우를 형사사건이나 재정적인 문제일 경우로 규정한 것이다. 곧 형사사건이나 재정상 범죄는 교회치리회의 절차를 밟지 않고 바로 불신법정에 고소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만든 것이다. 이는 주님의 교훈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결의이다. 왜냐하면 이 결의는 교회 치리회는 교리문제나 순수한 윤리적인 범죄만 다룰 수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마태복음 18장의 네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라고 하시면서 주신 주님의 말씀에다 이런 조항을 넣을 수 있는가? 고린도전서 6장에서 세상법정에 고소하는 일을 책망하면서 너희가 세상 사건이 있을 때에라는 말씀을 하고 있는데 과연 여기에다 형사사건이나 재정사건은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 수 있겠는가? 주님의 말씀을 이렇게 예사로 가감해도 된다는 말인가? 말씀을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겼던 신앙의 선배들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라진 우리의 자화상이다.

하여간 오늘날 교회에서 너무나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는 타락상 중의 대표적인 타락상은 그리스도의 주되심에 대한 신앙의 몰락이다. 구약시대에 이스라엘을 망하게 만든 가장 크고 대표적인 죄악은 우상숭배였다. 지금 한국교회를 망하는 길로 이끌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주를 향한 경외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상숭배보다 더 무서운 죄악이다.

도대체 주를 경외함이 과연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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