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520명 새 생명


 
“수술하고 난 뒤에 바다에 가봤으면 좋겠어요. 영화에서처럼 백사장을 뛰면서 숨을 크게 내쉬고 싶어요. 서울 구경도 할 수 있나요?”

재중동포인 이청화(16)양은 심장병의 일종인 심방중격결손증을 앓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우심방과 좌심방 사이의 벽에 구멍이 있어 피가 새는 병이다.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늘 헉헉거린다. 10분도 걷기 힘들 정도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고등학교 2학년을 다니다 그만둬야 했다. 중국 지린성의 오지인 회남현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와 함께 사는 그녀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수술은 엄두조차 못냈다.

그녀에게 구세군이 손을 내밀었다. 구세군 대한본영(사령관 전광표)이 국립의료원과 함께 ‘심장병 어린이 수술지원 사업’을 펼치며 이양을 포함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심장병 수술을 받지 못하는 조선족 및 한족 어린이 14명을 한국에 초청,수술을 받도록 지원한 것.
 
중국 적십자사를 통해 일차로 환자들을 선정한 뒤 국립의료원 김병열 흉부외과 과장이 지난 4월 중국 옌지와 선양을 차례로 방문, 환자들을 진찰하고 최종적으로 수술 대상자들을 확정했다. 국립의료원 의료진은 지난달 30일부터 매일 1명씩 시술하고 있으며, 수술을 마친 환자들은 회복 정도에 따라 다음달 초쯤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양은 오는 8일 수술을 앞두고 있다.

심장판막증을 앓았던 정수영(3·재중동포)양은 지난달 30일 수술을 마쳤다. 가슴 한가운데 남은 세로 6㎝가량의 수술 흉터는 새 출발을 의미하는 징표처럼 보였다. 정양의 어머니 정모(34)씨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가장 큰 선물을 주신 구세군과 병원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옆 병실에는 이양과 같은 병으로 지난 1일 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김혜령(3)양이 할머니의 따뜻한 눈길속에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김양의 부모를 대신해 보호자로 따라온 오인옥(59)씨는 “손녀에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고 고마워했다.

이들 환자 1인당 수술비용은 600만∼700만원선. 14명을 수술하는 데 드는 총 비용은 8500만원 정도인데, 모두 구세군 자선냄비에서 나왔다. 지난해 말 구세군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자선냄비 모금 행사’ 진행 중 시민들이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마련된 모금함에 한푼 두푼 십시일반으로 모은 ‘사랑의 톨게이트’ 성금이다.

구세군의 심장병어린이 수술지원사업은 올해로 13년째이며, 지금까지 520여명(해외어린이 120여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해외어린이 지원사업은 내년이면 10주년을 맞이한다. 안건식 구세군 대외홍보부장은 “일일이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자선냄비에 넣은 작은 정성이 모아져 생명나무를 살리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면서 “국민과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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