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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배형규 목사
   
▲ 박상은 장로

지난 30일 오후, 작열하는 태양 아래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활주로 끝에 목관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그 속엔 누워있는 이는 고 배형규 목사였습니다. 신문과 TV에서 너무 자주 마주쳐 친숙해지기까지 한 아프간 봉사단 출국기념 사진에서 그토록 환하게 웃고 있던 분이 말없이 누워계셨습니다. 떠날 때는 여객터미널을 이용했지만, 돌아올 때는 화물터미널을 이용하게 된 것입니다. 영혼이 떠나버린 육체는 더 이상 생명이 아닌가 봅니다.

유족을 대신해 시신을 인수받아 병원 안치실에서 검시하였습니다. 모습은 분명 배 목사였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 한 마디 없습니다. 육신의 각 부분은 모두 이전대로였음에도 영혼 없는 육신은 그저 시신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탈레반이 수많은 총알을 머리부터 발까지 들쑤셔 놓았다 할지라도, 배 목사의 영혼까지 죽이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배 목사의 영혼은 아버지의 품 안에서 쉼을 누리며, 오히려 우리를 위해, 무엇보다 남은 피랍자 동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배 목사와 함께 8년을 같은 교회에서 지냈습니다. 결코 세속과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은은하게 풍기며 살아가는 지혜를 시간시간 깨우쳐주신 말씀의 선지자였습니다. 청년들을 위해 자신의모든 것을 내어주며, 사랑하되 끝까지 사랑하는 사랑의 사도였습니다. 청년들에게 생명사랑을 키워주고자 부족한 저를 몇 번이고 불러 강의를 맡기셨던 생명운동의 선구자였습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장기뿐 아니라, 시신까지 의학발전을 위해 기증하겠노라 서약해 두셨던 것이지요.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속 외국인 학생들이 아프다고 하면, 언제든지 아픈 환우를 데리고 저희 병원까지 달려왔던 기억이 오늘따라 생생히 떠오릅니다. 제3세계 유학생들이 치료비를 내지 못하면 주머니를 털어놓으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남들이 평생 해도 다 못할 사랑을 이미 넘치도록 행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 거두어가시어 당신 곁에 앉히신 건가요?

많은 사람들은 왜 그토록 위험한 곳을 갔느냐고 한탄하지만, 어쩌면 위험한 곳이기에 배 목사님의 희생이 필요했나 봅니다. 로버트 토머스 선교사님이 대동강 강변에서 성경책 하나 건네주고 강물을 피로 적신 것도 당시에는 선교 실패로 기록되었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스데반이 길에서 돌에 맞아 죽은 것도, 세례요한이 헤롯에게 목을 베인 것도 당시에는 가장 비참한 인생을 산 것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예수님의 평가는 여자가 낳은 인물 중 최고였다고 하셨지요. 지금 다 헤아릴 수 없지만, 먼 훗날 아프간 사람들이 배 목사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주님만 아십니다. 행여 그들에게조차 기억에 남지 않는 이름이라 할지라도, 주님께서는 분명 하늘나라에서 껴안아 주시며 가장 사랑스레 불러주실 이름일 것입니다.

고 배형규 목사님, 당신은 온전히 승리하셨습니다. 그 숭고한 사랑은 당신이 길러 놓은 수많은 청년들을 통해 분명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아프간은 기필코 평화의 땅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소서.

저도 당신의 순수함을, 당신의 열정을, 당신의 사랑을 닮고 싶습니다.

박상은  샘병원 의료원장· 누가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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