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충격적인 보도가 터져 나왔다. 김순성 신학대학원장의 재임이 부결되었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 모르긴 몰라도 이 일은 평지에 풍파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교수회가 만장일치로 추대하고 총장이 제청한 인사에 대하여 이사회가 토론도 없이 부결시켰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92라는 압도적인 표로 부결시켰다면 거기에는 교단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신대원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실제로 신대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신대원장이 압도적 다수에 의해 거부되었다는 것인가?

신학대학원은 고려파 교단보다 먼저 생겨난 교단의 실제적인 산실이다. 한국교회가 신사참배와 같은 배교적 행동을 하게 된 것은 신학적 소신이 부족하고 살아서 행동하는 신앙을 갖지 못한, 유약한 목사들에 의해 저질러졌음을 인식하신, 출옥성도 한상동, 주남선 목사님께서, 그 약점을 보충하기 위하여 해야 할 일이 다름 아닌 신학교의 설립이었다. 한국교회의 신학적 신앙적 정통성을 바른 신학적 소양을 갖춘 신실한 목사들을 통하여 지켜가겠다는 소망을 고려신학교에 담았다. 그러니까 고려신학대학원은 한국교회의 역사를 책임질 목사들을 키우는 곳이다. 개혁교회의 역사를 잇는 신학교라고 하면 합리성과 논리성의 바탕 위에, 인간의 연약성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법을 익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의 인사(人事)는 합리성도 논리적 타당성도 없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긍휼을 얻을수 없을 만큼 심각한 연약성이 드러난 증거도 없다. 그렇다면 고려신학대학원을 경영하는이사회에는 지금 어떤 원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인가?

아홉 명의 이사들 외에는 그 누구도 수긍할 수 없는 신대원장 부결사건은 기독교보의 기사대로 부결이유를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지난 총회를 앞두고 논쟁을 벌였던 대학과 신대원의 통합문제에서 나타난 이사회와 신대원의 의견차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는 것이 쉽게 내려지는 결론이다. 이런 추론을 하도록 이사회는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도 않은 채 투표를 강행해 버렸고 그렇게 교회에 알리게 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이런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사회에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1. 인사는 공정성이 생명인데 이사회는 후보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청문절차를 거쳐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을 밟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왜 타당성 여부를 살피는 공적 절차도 없이 거부하였는가?

2. 고려학원 이사회는 신대원 교수회가 12년 전부터 시행해 온 대로 만장일치로 추천한 원장을 거부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고 교단의 구성원들을 설득할 용의는 없는가?

3. 금년 총회에서 이사회 조직이 바뀌어 목사 숫자가 과반이 되기는 했지만 장로이사가 절대다수인 현 이사회에서 목사를 기르는 신대원의 수장을 거부한 것은 결국 장로들이 목사를 거부한 셈이 되는데 그게 과연 교단 전체의 뜻을 대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사회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는 기구인가, 아니면 교단의 뜻을 대변하는 곳인가?

4. 현재 이사들이 신대원을 위하여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어서 신대원이나 교단 목사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원장을 거부하는가? 이사들의 신대원에 대한 기여도를 밝힐 수 있는가?

5. 대부분의 교단 소속원들이 생각하는 대로 원장 재임 거부의 이유가 대학과 신대원의 통합안을 두고 이사회와 각을 세운 때문이라고 보는데, 그렇다면 대학원장이 자신이 속한 기관을 대변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말인가? 신학대학원장이 이사들의 비위를 맞추는 방향으로 기관을 운영해야 하는가? 개인적인 감정이 교단행정의 중요변수가 되는 것이 옳은 것인가?

6.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총회가 이미 오래 전에 신대원의 인사 행정 재정을 독립하도록 결의한 적이 있다. 물론 현행법을 따라야 한다는 논리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대학에 소속된 형식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신은 결코 잃지 말아야 한다. 신대원장의 인사를 대학의 다른 보직과는 다르게 이사회의 2/3 찬성을 얻도록 한 것은 대학 총장의 무게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출 방법뿐만 아니라 내용도 총장과 일치시켜야 한다. 즉 임기도 4년을 보장해야 한다. 대학본부에 소속된 현재의 형식논리상 2년 만에 재임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내용은 2/3결의 정신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선임절차는 총장처럼, 임기는 다른 일반 보직교수처럼 시행하는 이율배반적인 제도로 운영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장로가 이사장이 되어 있는 이사회 구성상 교단의 장로들이 신대원, 나아가 교단소속 목사들을 좌지우지한 행동으로, 교회의 근본 질서를 무시한 행위라고 비판해도 변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사회는 교단의 위임을 받았으므로 교단 전체의 뜻을 대변해야 한다. 자신들의 감정을 인사권을 통해 표출해서는 안 된다. 이사회는 위에 제기된 질문을 살피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돌아보고 상식적으로 타당한 절차를 거쳐 심각하게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사 후보생을 교육하는 신학대학원 원장 선임권은 교단 목사들 전부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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