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선교사 25주년 기념 행사에 즈음하여
KPM 필리핀 남북 지역부 선교사 연합 수련회
선교사들은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외로운 영적 전사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팀 사역을 함께하면서 외로움의 의미를 모르면서 사는 선교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교지의 얼굴과 풍물을 익힌 지 20여 년이 지나가지만 (낯익은 얼굴들, 나무들, 소리 지르며 달리는 차량들. . .), 이들 곁에서 선교사들은 낯설고 서먹서먹한 맘으로 새 땅을 처음 밟는 듯, 아직도 맘 한편에서는 여전히 이방인들이다. 고국은 지금쯤 한창 붉고 노란 수채화로 산수가 아름다운 단풍의 계절이겠지..., 감사의 달 11월을 맞아 한 해의 노고의 기쁨을 수확하고 한 해의 결실에 대해 감사하는 달이다.
한 번씩 모이는 KPM 선교사 모임과 가족 수련회가 이번에는 동시에 이루어졌다. 마닐라에서, 세부에서 직접 비행기를 운행하여 오신 선교사님! 맛있는 영양탕을 위해 부추와 상치와 냉장고에 고이 보관해 둔 떡까지 들고 오신 사모님! 민다나오 다바오에서 열심히 사역하다 몸이 약해지신 선교사님, 그리고 일로일로에서 두 번의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오신 선교사님! 이렇게 우리들은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모여들었다.
필리핀 KPM 선교사 모임은 이번에는 중부 지역인 두마게티에서 연합 수련회로 모였다. 이번 모임이 뜻있는 것은 필리핀 선교부가 남북으로 분할된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함께 모인 것이다. 특별히 김성일 선교사의 선교사역 ( Dumaguete Paul Mission)이 25주년을 맞이하게 되었고, 동시에 두마게티 선교학교( Dumaguete Mission School) 이 설립된 지 25 주년이 되어 기념행사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번 연합 수련회에 특별 초청한 강사는 없었지만 모든 선교사들이 참여하여 마음을 모으기로 했다. 김성일 선교사님은 1989년에 두마게티에 정착하여 유치원 초등, 고등학교를 세워 지금 현재 약 200명의 학생들이 수업하고 있고 기독교 교육으로 후진들을 양성하고 근래에는 신학교도 시작하여 성실하고 끈기 있게 선교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선교사이다. 그간의 사역의 흔적을 같이 보면서 선교사 부부가 25년간 흘렸을 땀과 눈물과 슬픔과 희열들을 헤아리고 싶었다.
11월 11일(화)부터 시작된 수련회는 오후 3시부터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수백 명의 성도들이 모여 1시간 30분가량 시내 퍼레이드를 하였다. 두마게티 선교학교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선교사님들, 그리고 많은 성도로 구성된 행렬이 두마게티 시내를 행진하는 동안 악대부 학생들이 멋진 옷을 입고 음악에 맞춰 시가지를 누비는 모습은 천주교 신앙으로 찌든 지역을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정복하는 장렬한 전사들의 모습이었다.
팡파래가 울려퍼지고 악대원들이 봉을 흔들면서 북을 치면서 신나는 행렬은 불신자들의 맘까지 녹이기에 충분하였다. 특히 감사한 것은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 3시경에 구름이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어서 행렬 인원들의 맘에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천국의 군대들을 파송하였으리라. . .
그래서 우리는 마치 광야길을 행진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구름 기둥아래 행진하는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이 되었다. 할렐루야! 맛있는 만찬은 역시 우리들의 맘에 솜사탕 같은 맘을 녹이는 기쁨을 안겨준다. 잘 단장된 식탁들과 접시들과 냅킨들, 유리 글라스들, 스푼과 포크들..., 그들도 우리를 위해 얌전히 포개져 앉아있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저녁 만찬..., 아두보, 생선과 육류와 과일 부코 (코코넛) 샐러드. . . 아직 저녁 예배가 있기까진 시간이 충분하다. 누구랄 할 것 없이 모두 식탁에 앉아 만찬을 즐겼다.
만찬을 끝낸 후,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Macias시립체육관에서 예배 및 축하 행사가 진행되었다.두마게티 부시장의 축사와 150여명의 학생들이 준비한 축하공연 이후에, 남부지역부장 김재용 선교사가 ‘마게도니아의 비전’ 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였다. 설교자는 김성일 선교사를 두마게티로 인도하신 성령님의 감동과 역사하심이 DMS(두마게티 선교 학교) 학생들과 교회 성도들의 삶에 지금도 지속적으로 동일하게 역사하고 있음과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과 희망을 주시는 분임을 강조하였다.
미래의 사역에도 성령님께 민감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일꾼이 되어 줄 것을 당부하였다. 6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 가운데서도 웃음과 열정을 잃지 않고 식장에 머물면서, 또한 1년 동안이나 행사를 위해 준비한 학생들에게 감동을 받았다. 사회를 맡으신 학교 여교장과 김성일 선교사와 동역해 온 Samuel 목회자에게 상장이 주어졌다. 학생들이 준비한 공연수준이 상당하여 더 큰 감탄을 자아내었는데 최고로 잘한 팀이 1000페소의 상금을 받았다. 선교사회에서 준비한 꽃다발이 김성일 선교사 부부에게 전해졌고, 격려사와 함께 모두들 박수로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였다.
둘째 날과 셋째 날은 북부와 중남부 각 지역부별 정기모임이 있었고, 또한 연합 전략회의로 진행하였다. 중남부지역에는 일로일로의 김재용 선교사 가정, 세부의 최광석, 서대균, 김상백 선교사 가정, 다바오의 임성용 선교사 가정이, 그리고, 북부 지역에는 안티폴로의 정삼식, 박원제 선교사 가정, 마닐라의 김관형, 김용길, 이장현 선교사 가정이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각 선교사들의 교회와 학교, 신학교 등의 소식을 들을 땐 박수와 감동의 눈물이 맘속으로 흐르고 있었다. 특히 항공선교를 하고 있는 김상백 선교사의 간증과 서대균 선교사의 투병과 회복에 대한 간증은 모든 선교사들에게 용기와 큰 위로를 주었다. 외로운 선교사들은 서로의 간증을 들으면서 공감대를 느꼈다.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보상받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40년이 넘은 필리핀 선교의 열매들을 선교사 자녀들을 통해서 이루어 가고 있음을 부모 선교사의 간증을 통해 듣게 되었다. 각 가정의 MK(선교사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MK사역에 헌신하거나, 혹은 목회자로 헌신하여 신학교에 입학한 소식을 들으면서 가슴 뿌듯함과 함께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교사들의 전략회의에서는 지난 8월에 가졌던 고신선교60주년 기념대회를 위한 준비 포럼에서 의논되어졌던, 준법인 이사회 체제전환 및 선교사대회에 대한 설명과 논의가 있었다.
수요일 아침, 선교사들은 이틀 동안 머물렀던 에센시아(Essencia) 호텔을 떠나서 김성일 선교사님이 안내하는 비후라(Bihura) 리조트로 짐을 옮겼다. 일단의 중요 행사가 끝난 후 가지는 포근한 쉼과 교제를 위해서였다. 이곳은 야자수와 갖가지 꽃과 식물들로 단장된 아름다운 해변가의 리조트였다. 수영장도 짙푸른 바다색으로 칠해져서 뒤에 배경한 바다와 흡사하게 모두를 반기고 있었다.
푸른 바다와 높은 하늘속의 흰 구름떼들, 그리고 수영장에 다이빙하기 위해 준비된, 더운 기후에 지친 선교사들의 육체들..., 주님은 항상 노고만 원하시지 않으신다. 땀을 흘린 후에 씻을 수 있는 시원한 물과 여유로운 마음까지도 준비하신다. 반라로 물속에서 물놀이를 하며 중년의 자랑스럽게 나온 배를 사진에 담아내면서 다들 동심으로 돌아가는 즐거움의 시간이다.
리조트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가로 저녁을 먹기 위해 시내로 달렸다. 저녁은 싱싱한 회감이 준비되었다. 우리의 주인님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선교사들을 기쁘게 하려고 수년간을 고심하고 예비하신 분이시다. 50대 남자 코리안과 키가 작고 동그란 얼굴의 필리피나(필리핀여자)가 우리를 맞이한다. 이들은 영어교사와 제자 관계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고 있다. 벌써 수십 년을 바다를 의지하면서 보냈는지. 구리 빛 얼굴과 전신에 흐르는 노동의 흔적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6시쯤 되어 해가 떨어져 내리면 서너 명의 잠수부가 바다를 향해 몸을 던진다.
바닷장어, 복어 입같이 생긴 생선 몇 개,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돔과 같이 생긴 놈들이 살아서 펄펄한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님이 베드로에게 마련하신 숯불 위의 생선들, 활어들…, 환상적인 밤이었다. 갖가지 한국 음식과 함께 몇 몇 선교사들은 만담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다. 양념으로 된 초장에 활어를 찍어 먹으면서 만담과 함께 시간은 흘러간다.
다시 리조트로 돌아와서 밤이 깊어가지만 김용길 선교사의 색소폰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김용길 선교사 부부는 오랫동안 교사로 봉직하시다가 은퇴 후 마닐라 지역에 오셔서 음악 선교로 후진들을 양성하고 계시며 앞으로 학교 겸 교회를 세워 계획적인 선교를 꿈꾸고 계신다). 수영장 주위에 객석을 꾸리고 어둔 밤에 몇몇의 조명등을 배경삼아 선교사들의 장기 자랑이 시작되었다.
20 여년 만에 불러보는 우리의 가요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그리고 웃기는 만담들…, 연합의 의미에 걸맞게 모두들 한 맘이 되어, 한 동아리가 되어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선교사들은 자신을 망가뜨리면서까지 흐드러지게 웃고 손뼉 치면서 밤을 보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고국의 애절한 냄새들! 그리고 하나 됨과 위로들! 형제자매가 연합하여 모임이 그 얼마나 아름다운고! 연합과 격려와 사랑으로 우리들을 묶어주는 모임이었고 맘 깊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회복되는 오랜만에 가져 보는 뜻 깊은 모임이었다. 붉은 노을이 우리의 맘처럼 아직도 하늘 위로 걸쳐 있었다. 이런 모임이 있기까지 항상 필리핀 선교사들을 기도와 후원으로 동역해 주시는 고신 여러 후원교회들에게, 성도님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