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인질사건으로 인해 한국교회가 꽤나 욕을 먹는 것 같다. 환영하지도 않는 곳에 왜 의료봉사단을 보냈느냐, 정부가 가지 말라는 곳에 왜 갔느냐, 가려면 두세 명이 가지 왜 20명도 넘게 떼를 지어 요란스럽게 갔느냐….

그렇지만, 흉악자들의 인질이 되어 목숨을 빼앗긴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그리고 참담한 상태에서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21명의 얼굴 모습이 너무 착하고 아름답다. 그들은 아무 관계도 없는 곳에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직 봉사를 하러 갔다.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자기 돈으로 갔으며, 쉬거나 놀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불쌍한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낯설고 위험한 지역을 찾았다. 그들에게 불법이 없고 죄도 없다. 그들에게는 신앙적 사명감과 희생적 정신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원해서 아프간에 갔다. 작년에는 아프간 ‘평화축제’를 위해 1천 5백여 명의 한국 청년들이 아프간으로 모여들었다. 비행기로 육로로…. 불상사의 발생을 우려한 아프간 정부와 한국 정부의 만류로 대회를 못하고 철수하고 말았지만, 그 고생을 했던 청년들은 후회를 하거나 원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귀한 체험과 깊은 은혜를 체험했다는 고백들을 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인질이 된 외국 피랍자들은 대개 취재기자들이거나 건설기술자들이다. 단체적 봉사활동에 나섰다가 인질이 된 것은 한국 청년들이 최초이다. 모든 나라가 외면하고 있는 황량한 아프간을 한국 교회가 찾아준 것이다. 합리와 이성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신앙의 헌신과 숭고한 인간애 그리고 이해타산이 없는 열정이 있어야 되는 일이다. 그 일을 한국 교회가, 한국 청년들이 하고 있다. 공연히 비난할 일이 아니다.

한국에 오래 전에 영국 선교사 로버트 토마스가 대동강을 통해 들어왔다가 성경만 전하고는 순교했다. 그러나 그 때 전해진 성경 책들을 통해 예수를 믿어 교회를 세우고 장로가 된 사람이 많이 나왔다. 그 후 아펜셀러 목사, 언더우드 목사가 이 땅에 와서 학교를 세우고 교회를 세워 인재를 양성하고 복음을 전했다. 그들은 모두 이 땅에서 일하다가 생명을 바쳤고, 그 아들들도 목숨을 바쳤다. 그 희생의 씨를 통하여 과거 조선조까지와는 다른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의 결실이 맺게 된 것이다.

3년 전 이라크에서 선교의 일념으로 사역을 하던 김선일씨가 피랍되어 참수당했다. 그러나 순교의 피가 뿌려진 그 지역에 복음의 싹이 터서 많은 열매가 맺었다고 한다. 지난 8월 6일 탈레반의 주요 거점인 아프간 간다하르 시에서 3백여 명이나 참여한 가운데 한국인 납치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이에 앞서 카불 시에서도 2~3천 명이 모인 항의시위가 있었다. 인질 살해를 통해 냉혹한 살인집단임을 스스로 드러낸 탈레반들은 이번 집단납치 사건을 계기로 몰락의 과정으로 들어서고, 이로써 아프간에 질서와 평화가 깃드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미국 군대 외에는 세계의 누구도 돌보지 않는 아프간을 향한 한국인들의 사랑은 억압과 불모의 땅에 희망의 빛이다. 아프간 인질 사건의 불행과 슬픔을 겪으면서 한국 교회의 선교사명이 더욱 심화되고, 일반 사회는 신앙적 동기에 대한 이해심이 커지는 성숙한 사회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것이 미래에 한국의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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