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세미나 ‘한기총의 신앙적 입장은 무엇인가’에서 제기

최근 한국교계는 특정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KNCC로 대표되는 진보진영과 한기총으로 대표되는 보수진영의 상반된 입장 표명으로 인해 혼란을 주고 있다.

이는 두 기구가 지닌 성경관의 차이 때문이며, 이러한 성경관의 차이는 KNCC의 진보적 입장에 반대해 만들어진 단체가 한기총이므로 당연한 귀결이라는 주장이다.


 
▲‘한기총과 KNCC의 공통점과 차이점’이라는 제목으로 발제 중인 이승구 교수(사진 오른쪽은 논찬을 맡은 이상규 교수)©뉴스미션

‘성경에 진술된 것을 이 시대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의 입장 차

이승구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는 한기총 신학연구회가 9일 주최한 ‘한기총의 신앙적 입장은 무엇인가’ 세미나에서 KNCC와 한기총의 기본적 입장의 차이는 ‘성경관의 차이’에서 비롯됨을 분명히 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 교수는 “KNCC와 한기총은 다양한 교파들로 구성된 연합체로서 교회운동 기관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그 지향하는 바 신학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양 기관의 공통점으로 4가지를 꼽았다.

△한국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지향한다는 점, △삼위일체ㆍ하나님ㆍ그리스도ㆍ구원ㆍ교회ㆍ선교 등 전통 교회 안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해 온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 △인권에 대한 이해나 노력, △통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관심이 그것이다.

그러나 양 기관의 신학적 차이 때문에 인권운동의 방향이나 구체적인 통일관과 통일방식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차이를 보게 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견해다.

이 교수는 “KNCC와 한기총의 차이는 인권운동이나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는 문제에 대한 논의에서 성경의 기본적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구체적 사례로 ‘사형제도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을 제시함에 있어서 드러나는 극명한 차이점’을 들었다.

그런데 △사형제가 유지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한기총과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KNCC의 입장 차이는 기본적으로 ‘성경에 진술된 것을 이 시대에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의 입장 차이라는 것이다. 즉 ‘성경관의 차이’라는 것이다.

KNCC, 진보성향으로 신학적 일방성을 드러내 한국교회의 대표성 상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구였던 KNCC가 진보성향으로 신학적 일방성을 드러냄에 따라 이에 반대하는 복음주의 세력들이 만든 연합체가 한기총이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이라는 설명이다.

논찬을 맡은 이상규 교수(고신대)는 “1924년 9월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KNCC는 1950년대까지는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조직이었으나 1959년 한국 장로교회의 3차 분열 이후 ‘WCC 노선을 따르는 교회들만의 연합기관’으로 성격 지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KNCC가 WCC를 지지하는 진보적 성향의 교회연합체로 바뀌면서 보수적 교회와의 신학적 불일치를 드러냄에 따라 보수적 교회들의 연합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1989년 12월 한기총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즉 KNCC의 활동이 진보주의를 표방하며 보수적인 교회와는 분명한 차이점을 드러냄에 따라서 한국 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범 교단적 지지를 상실하게 됐고, 한기총이 보수적 교회들을 아우르는 복음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 기관이 신학적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이다.


다름을 분명히 하면서 끊임없이 같이 살며 이야기하는 일 계속해야

그러므로 신학적 논의를 깊이 하지 않은 채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에서 한기총과 KNCC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 두 교수의 공통된 견해다.

이승구 교수는 “이러한 신학적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근자에 주로 한기총에 속한 인사들로부터 두 기관의 통합을 말하는 논의가 많이 나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규 교수도 “비록 외형적인 측면에서 한기총과 KNCC의 유사점은 있어도, 양 기관이 근본적으로 다른 입장에 서 있으므로 이 점을 드러내는 신학적 정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기관이 적대시하거나 대립적이기 보다는, 한기총과 KNCC의 신학적 통일과 연합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다름을 분명히 하면서(agree to disagree) 끊임없이 같이 살며 이야기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이 제안하는 바다.

이승구 교수는 “우리의 신학은 항상 ‘도상의 신학’(theologia viatorium)이고, 하나님의 온전한 이해를 따라서 사색하며 그에 따라 사는 신학이어야만 한다”며 “한기총의 신학이 그러한 것이어야 할 것임을 제안하면서 KNCC의 신학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상규 교수도 “교회 연합기관은 교회 연합이나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신학적으로 반드시 동일한 신학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연합체는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연합을 추구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뉴스미션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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